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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서도회는 의장단 산실?…문희상·주승용 배출


입력 2019.02.06 03:00 수정 2019.02.06 10:28        정도원 기자

서도회 회장·간사가 국회의장·부의장 '눈길'

문희상, 사기 이사열전 '태산불양토양' 옮겨

주승용, 서산대사의 명시 '답설야중거' 선택

산민(山民) 문희상, 열우당 정치실험 실패하자
"마음 비웠다"며 2005년 연말부터 붓글씨 배워


20대 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7월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성곤 당시 국회사무총장의 모습이 보인다. ⓒ주승용 의원실 제공 20대 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7월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성곤 당시 국회사무총장의 모습이 보인다. ⓒ주승용 의원실 제공

지난해 20대 후반기 국회의 원구성이 이뤄진 뒤 '국회 서도회'는 경사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모두 서도회에서 배출했기 때문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바른미래당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그 주인공으로,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국회 서도회에서도 회장과 간사 직분을 나눠맡고 있기도 하다.

문 의장은 지난 2005년 11월 열린우리당 당의장에서 물러난 뒤부터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치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게 명약관화해진 상황이었다. 문 의장은 "마음을 비웠다"며 서예에 진력했다.

당시 이러한 문 의장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환갑이 넘었는데도 새로운 것을 습득하려는 자세에 존경심이 생겨난다"며, 그의 뒤늦은 서예 입문을 놓고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다.

호를 산민(山民)으로 칭한 문 의장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5년 설에 사기 이사열전의 한 구절을 붓글씨로 옮겼다. '태산불양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다. 지금 국회본청에서 의원회관을 오가는 지하통로에 걸려 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꺼리지 않으며, 강과 바다는 실개천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개천이 모여들어 큰 강을 이루고 큰 바다로 나아가듯 큰 당, 큰 나라는 인재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문희상, 사기 이사열전 '태산불양토양' 옮겨
주승용, 서산대사의 명시 '답설야중거' 선택


문희상 국회의장의 서예 작품 '태산불양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가 지난 1일 국회본청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지하통로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문희상 국회의장의 서예 작품 '태산불양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가 지난 1일 국회본청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지하통로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주승용 부의장은 재선 의원이 된 2008년 무렵부터 서예에 입문했다.

주 부의장은 "오래 전부터 붓글씨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며 "18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마음을 다잡고 붓을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의원회관 서도실에 들러 글씨 연습을 한다는 주 부의장은 연말에 좋은 사자성어를 골라 손수 쓴 연하장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부의장도 국회본청과 의원회관 사이의 통로에 자신의 작품을 걸었다. 시기도 문 의장과 같은 2015년 설이다.

서산대사의 시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을 옮겼다. '눈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후세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명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글귀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회관으로 가는 길에 가만히 멈춰서서 주승용 부의장의 서예 작품 액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주 부의장의 품격과 성품이 읽힌다"고 평했다.

주승용, 청우(靑雨) 걸맞게 물관리 일원화 진력
서도회 회장·간사가 국회의장·부의장 '눈길'


주승용 국회부의장의 서예 작품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이 지난 1일 국회본청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주승용 국회부의장의 서예 작품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이 지난 1일 국회본청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주 부의장은 호를 청우(靑雨)라 칭했는데, 빗물·수자원과 관련한 의정 활동을 맹렬히 펼치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지난해 자신이 대표발의한 물관리기본법을 통과시킨 공로로 물 관련 3개 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한국물환경학회·한국수자원학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주 부의장은 "물 관리 일원화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며, 올해 초 국회물포럼을 출범하고 기념 대토론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국회 서도회는 이처럼 현직 국회의장·부의장을 배출한 외에도 전직 의장단에도 많은 인사들을 포함하고 있다. 청강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나 동헌 김종호 전 국회부의장, 범중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은 정계를 떠났지만, 그들의 서예 작품은 남아 의원회관 지하통로를 밝히고 있다.

'새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정계에 뛰어든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지난 2013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첫 등원을 하자, 문 의장은 안 의원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뜸 서도회 가입을 권유했다.

주 부의장도 지난 19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등원한 동향(전남 고흥) 출신 김승남 전 의원에게 서예 배울 것을 권했다. 김 전 의원은 권유대로 서도회에서 붓글씨를 배워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써서 의원회관 통로에 걸었다.

"정신을 집중해 글을 쓰다보면 잡념이 없어진다"며 "좋은 글귀를 마음에 새기다보니 정서적인 안정감도 느끼게 된다"는 게 주 부의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국회 서도회원들이 서도를 주변에 전파하는데 열심인 것으로 보인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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