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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변액보험, 역성장 '먹구름'


입력 2019.02.08 06:00 수정 2019.02.07 18:03        부광우 기자

2012년 수익률 파동 이후 회복세 보이던 초회보험료 다시 감소

증시 한파·부정적 여론 등 한계…IFRS17 앞두고 생보사들 고심

2012년 수익률 파동 이후 회복세 보이던 초회보험료 다시 감소
증시 한파·부정적 여론 등 한계…IFRS17 앞두고 생보사들 고심


국내 생명보험사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신규 판매가 지난해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 수익률 파동이 생명보험업계를 휩쓴 후 회복세를 이어온 지 5년여 만의 일로, 국내 증시 추락의 여파와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확산에 따른 악영향 등이 겹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변액보험 영업에 사활을 걸던 생보사들의 주름살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생보사들이 변액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1조739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927억원) 대비 2.9%(528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대표적 성장성 지표다.

생보사별로 봐도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20개 생보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곳의 해당 상품 판매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메트라이프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988억원에서 971억원으로 51.1%(1017억원) 급감했다. 이는 조사 대상 생보사들 중 액수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폭이다.

중상위권 생보사들 상당수도 변액보험 영업에 난조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보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역시 1202억원에서 655억원으로 45.5%(547억원) 줄었다. 오렌지라이프도 1262억원에서 28.6%(361억원) 감소한 901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1269억원에서 988억원으로, KB생명이 1826억원에서 1571억원으로 22.2%(281억원)와 13.9%(255억원)씩 줄면서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감소폭이 100억원 이상으로 큰 편이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이 같은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감소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2012년 불거진 이른바 수익률 파동 이후 성장이 이어지던 흐름에 생긴 변화여서다. 당시 금융소비자연맹이 60여개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평균 물가상승률을 넘는 상품은 6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면서 생보업계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실제로 2011년 2조3709억원에 달했던 생보업계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논란이 일어난 2012년 1조8505억원으로 줄더니, 2013년과 2014년 각각 1조315억원과 1조451억원에 머물며 1조원 대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다 2015년 1조2831억원, 2016년 1조2815억원으로 회복하는 기미를 보이다 2017년 1조9563억원으로 완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변액보험 판매에 제동이 걸린 원인으로는 우선 국내 증시 부진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이 꼽힌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생보업계의 투자 상품으로, 수익률이 낮아지면 가입자로서는 그 만큼 보험금이 적어져 불리하다. 이런 탓에 자본시장의 불황은 변액보험 영업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기반 펀드 연간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이상 운용된 생보사 변액보험 기반 펀드 1315개의 순자산 규모를 가중한 직전 1년 수익률은 평균 -5.0%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15.9%)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변액보험 펀드들의 순자산 가중 수익률이 -15.7%로 전년(21.6%) 대비 37.3%포인트나 떨어진 영향이 컸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소비자 불만도 여전히 변액보험 판매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변액보험은 다른 보험들과 달리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이 때문에 상품의 장점만을 강조한 무리한 영업에 혹해 가입을 결정했던 소비자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27%로 생보업계 전체 상품 평균(0.16%)을 크게 웃돌았다. 불완전판매는 영업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방법이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이런 요인들로 인한 변액보험 영업 부진은 생보업계에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걱정을 안길 전망이다. IFRS17을 앞두고 변액보험 영업 확대가 생보사들의 공통 과제가 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은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아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본격 시행 소식 이후 생보사들이 변액보험 영업에 드라이브를 관련 상품 판매가 늘어 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들어 악화된 증시 상황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소비자 여론 등에 변액보험 시장 확장이 한계에 부딪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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