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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그 후… 손보업계 허위·과장 광고 급증


입력 2019.02.11 06:00 수정 2019.02.10 21:05        부광우 기자

다이렉트 車보험 온라인 광고 무더기 제재에 예년보다 2배↑

벌금 수백만원 물면 끝…금융당국 대신 협회가 '셀프 징계'

다이렉트 車보험 온라인 광고 무더기 제재에 예년보다 2배↑
벌금 수백만원 물면 끝…금융당국 대신 협회가 '셀프 징계'


국내 손해보험업계 광고 심의 규정 위반 제재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 광고 심의 규정 위반 제재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지난해 허위·과장 광고 적발 규모가 예년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심의를 어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광고를 내보내다 무더기 제재를 받은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 대신 보험사들의 모임인 협회가 셀프 징계권을 쥐고 있는 구조 아래서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벌이 과장광고를 부추기는 근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보험 광고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점점 떨어져만 가고 있다.

1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 심의 규정 위반으로 국내 손보사와 이들의 상품을 판매하던 홈쇼핑 회사 등에 내려진 제재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징계 건수는 2006년 손보협회에 손해보험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이 정해진 이후 연 평균 6건 정도였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큰 규모다. 연도별로는 2010년(21건)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사례다.

지난해 손보업계 내 광고 심의 규정 위반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둘러싸고 주요 손보사들이 직접 제재를 받은데 있다. 이에 대한 징계만 5건으로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예전과 유사한 TV 방송에서의 보험 판매와 관련된 홈쇼핑 회사의 광고 심의 규정 위반들이었다.

삼성화재는 온라인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광고에 상품 판매 시 필수적으로 안내해야할 사항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았다가 경고를 받았다.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온라인 상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광고하면서 허위·과장된 표현이나 부당한 비교 표시·광고를 하다 덜미를 잡혔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옥내 게시물이 광고 심의를 위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큰 틀에서 다이렉트 보험을 두고 벌이는 손보사들의 과열 경쟁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다이렉트 보험은 설계사를 통한 전통적 방식 대신 고객이 직접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가입하는 상품으로, 보험업계의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손보사들이 다이렉트 보험의 판매 창구인 사이버마케팅(CM) 채널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1~10월 2조937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037억원) 대비 17.3%(4337억원)나 증가세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 전체 원수보험료가 68조2882억원에서 70조5236억원으로 3.3%(2조2354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무리한 광고 판촉에 나서는 근본적인 원인은 가벼운 처벌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위·과장 광고를 하다 적발돼도 그에 대한 처분은 수백만원의 과태료에 그치는 실정이다. 영업 실적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고민하는 손보사들 입장에서 충분히 감내할 만한 부담이란 해석이다. 지난해에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광고 심의를 위반한 손보사들에게 내려진 제재금은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을 대변하는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보험 광고에 대한 징계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보험사들이 스스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구조에서 제대로 된 처벌이 나올 수 있겠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손보협회의 손해보험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에는 허위 또는 과장 광고 시 최대 5000만원 이하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 규정이 마련된 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로 인한 가장 큰 과태료 처분은 2017년 DB손해보험에 내려진 1000만원 정도다.

금융당국도 이런 현실을 부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 광고의 심의 위반 여부 적발부터 징계에 이르는 권한 일체를 생·손보협회에 넘겨준 당사자가 금융당국이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상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해치는 보험사의 부적절한 광고에 대해 관련 보험계약에서 발생한 연간 수입보험료의 절반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이와 관련한 제재를 건의해 금융위의 중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최근에도 보험 상품 광고에 나오는 주요 내용의 글씨 크기를 키우도록 하고 광고 규정을 더 깐깐하게 손보는 원론적 수준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셀프 처방을 내리는 형태의 보험업계의 광고 규제 시스템에서 중징계가 나오면 도리어 더 이상한 일"이라며 "보험사 광고에 대한 불신 여론이 계속 커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현실성 있는 제재와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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