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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 '한국GM 사태 재현' 원하나


입력 2019.02.08 11:24 수정 2019.02.08 14:09        박영국 기자

르노 부회장 "파업으로 신뢰 잃으면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 어려워"

연간 생산량 절반 차지하는 로그 수주 실패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닛산 로그가 생산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닛산 로그가 생산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르노 부회장 "파업으로 신뢰 잃으면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 어려워"
연간 생산량 절반 차지하는 로그 수주 실패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연간 10만7245대 수출. 전체 수출물량(13만7208대)의 78%, 전체 생산량(22만2162대)의 48%.

지난해 르노삼성이 닛산으로부터 수탁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중형 SUV 로그의 실적이다. 이 회사의 주력 차종인 SM6와 QM6의 내수판매 및 수출물량을 모두 합해도 로그 한 차종의 수출물량에 못 미친다.

회사 생산과 매출의 절반이 여기에 달려있으니, 닛산 로그 수출물량이 르노삼성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물량의 생산 지속 여부가 오는 9월 판가름 난다. 회사의 생존이 달려 있으니 재계약을 따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매달려도 모자랄 판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 해를 넘겨서까지 타결되지 않는 임금·단체협약과 노동조합의 파업이다.

사측은 경영상황이 어려운데다, 일본 공장과 경쟁해 닛산 로그 후속 모델 생산계약을 따내려면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본급 유지 보상금, 생산성 격려금 지급 등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을 10만원 넘게 올려달라며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7일까지 28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르노삼성 모기업인 르노그룹 본사도 이같은 한국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닛산 로그의 후속 모델 위탁 생산을 놓고 여러 공장이 경쟁하고 있는데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협상은 진행하되 파업은 중단해 달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르노삼성에 보낸 메시지다. 글로벌 르노 계열 공장 물량 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경고를 보낸 것이다.

굳이 본사로부터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르노삼성 노조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용납되기 힘들다. 르노-닛산 산하 공장들간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생산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생산안정성을 의심케 하는 파업을 벌인다는 것은 ‘자해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불과 몇 달 전 ‘생산물량의 소멸은 대량 실직사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5월 생산물량 부족으로 가동률이 바닥을 기던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이로 인해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2000명의 근로자가 뿔뿔이 흩어졌다. 1300여명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300여명도 무급휴직으로 사실상 실직자의 신세가 됐다. 전환배치를 통해 구제된 인원은 200여명에 불과했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르노삼성 역시 로그 후속물량 유치에 실패해 생산물량의 절반을 상실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부산공장 인력이 2300명 수준이니 산술적으로 1000명 이상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제고에 힘쓰는 게 노조의 역할이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게 고용안정이다. 임금을 올려 받기 위해 몇 달 뒤 천여 명의 조합원을 내보낼 위기를 감수하는 것은 노조가 할 일이 아니다.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한국GM과 대우조선해양을 살려낸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 노조의 자해행위로 르노삼성이 구조조정 사태로 내몰린다 해도 동정의 눈길을 보낼 국민은 없을 것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금협상을 이뤄내며 회사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회사가 위기에 놓인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일터를 지키기 위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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