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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부활의 적과 위협요소 : ‘옥중정치’ 박근혜와 ‘정치신상’ 황교안


입력 2019.02.11 06:00 수정 2019.02.11 17:51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보수진영, 언제까지 ‘박근혜 탄핵사태’에 머물러야 하나

“또 ‘문고리 권력’이냐”…‘정치신상’ 미숙함 극복해 ‘정치인싸’ 되길

<김우석의 이인삼각> 보수진영, 언제까지 ‘박근혜 탄핵사태’에 머물러야 하나
“또 ‘문고리 권력’이냐”…‘정치신상’ 미숙함 극복해 ‘정치인싸’ 되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2.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2.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전대통령이 ‘옥중정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한국당 당권주자들에게 던진 비난에, 모처럼 기지개를 펴던 한국당은 또 다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유 변호사는 지난 7일 TV조선에 출연해, 황교안 전총리의 ‘배박(배신 친박)’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홍준표 전대표도 비난했지만, 선두주자인 ‘정치신상’ 황 전총리가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보며 2년여의 탄핵정국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던 보수논객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보수진영은 언제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라는 먹구름에 머물러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다. 그동안 한국당 당원은 물론이고,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냉가슴만 앓아왔다. 현 정부의 폭주를 비판하면 ‘적폐’로 몰렸다. ‘그러면 지난 정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대들면 할 말이 없었다. 지원군을 찾아 돌아보면 야당은 내분에 내분을 거듭할 뿐이었다. 방해만 안되도 고마울 상황이었다.

그런데 모처럼 희망이 생겼다. 황교안 전총리가 입당하며 전당대회 뿐 아니라 당 자체에 활기가 생겼다. 당지지도는 올라 탄핵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황교안 전 총리가 입당과 동시에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면서다. 차기대권 대안에 대한 자신감과 여론지지도 향상은 보수진영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덩달아 경쟁자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황 전총리가 스스로 ‘메기’라 칭한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메기는 미꾸라지 어항에 활력이 넘치게 한다. 옆 어항에 있던 생선들도 요동치게 했다. 한국당에서 대권주자급들이 활발히 움직이자, 야권통합의 파트너인 바른미래당도 영향을 받았다. 유승민 의원이 모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기 대권구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메기인 황교안이 만들어낸 효과다.

그런데,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 전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이런 희망찬 변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른 당권주자들은 선두주자 경쟁자에 대한 공격의 빌미로 삼았다. 여권은 야당에 대한 이간계로 삼기 위해 이런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당이 제대로 서야 박 대통령의 명예회복도 가능할 텐데 자학적 역행이 되고 있다.

둘째, “또 ‘문고리 권력’이냐”는 불안감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문고리’를 과신해 탄핵을 자초했다. ‘문고리 3인방’과 그 배후인 최순실이 그녀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정을 농단했다. ‘거대한 장난’이었다면 사전에 알려지고 민주적인 방어기재가 작동했겠지만, ‘소소한 장난’은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서서히 권력을 갉아먹는다.

옛날에서 ‘환관정치’가 있었다. 환관에게 의지한 대부분의 군주는 아둔하고 무기력했다. 군주에게 올라오는 정보는 통제되고, 내려가는 영(令)은 조작됐다. 스스로는 국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자신이 환관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민심이 이반되는 데 알 방법이 없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다. 보고서나 언론을 열심히 보는 경우도 있지만, 보고서는 ‘아부’요, 언론은 ‘눈치보기’다. 진실을 전하면 군주도 모르게 제거되거나 압박에 입을 닫는다. ‘환관정치’는 ‘친인척(외척)정치’와 교차되지만 둘가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군주의 친인척이 권력을 행사하면 왕권은 약화되고 국가기강이 무너진다. 이를 막기 위해 군주는 권력을 본인에게로 집중한다. 그 부작용이 ‘환관정치’다. 내각은 외척, 친인척을 포함한 권신들이 있기에 믿을 수 없다. 환관은 그런 배경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환관에 의해 스스로 유폐된 군주는 환관의 허수아비가 된다.

현대정치도 마찬가지다. 역대 대통령들은 친인척 비리에 권력을 잃거나 망신을 당했다. 한 대통령은 배우자의 비리혐의와 이로 인한 불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를 보아 온 박 전대통령은 친인척 관리에 세심했다. 동생 박지만씨가 ‘피보다 더 진한 물이 있었다’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댓가는 처참했다. 가족은 해체되고 원수가 됐다. 의지할 대상은 문고리 3인방과 그 뒤의 최순실 뿐이었다. ‘친인척비리’보다 더 큰 피해를 본 샘이다.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문고리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다. 신문도 안보고 지지자의 편지만 본다고 한다. 일체의 면회도 안받고, 유 변호사만 유일하게 접촉한다. 유 변호사가 그의 눈과 귀를 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보다 더한 환경과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변호사가 ‘장난’을 치려면 얼마든지 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유 변호사의 잘못된 ‘정치적 야망’이 또 발현됐다고 말한다. 그는 ‘옥새들고 나르샤’로 통칭되는 공천파동의 장본인이다. 그는 2016 총선패배, 국회권력 상실, 헌정사상 최초인 대통령 탄핵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친박신당’의 바람을 일으키려, 다시 박 전대통령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정말 그렇다면 현실에서 뿐 아니라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셋째, ‘정치신상’의 미숙함을 극복하고, 참신한 ‘정치인싸 (인사이더 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말한다)’가 되면 좋겠다.

유 변호사의 도발적 발언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던 황교안 전총리가 구미의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를 찾았을 때 기자들을 만나 일단의 입장을 밝혔다.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를 대라”는 유 변호사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 ‘특검수사 기간연장’을 막았다는 것이다. ‘책상·의자보다 더 중요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대응이 정치적으로 득이 될까?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온 세상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돌을 던지는 적보다는 막아주지 못한 아측에 더 큰 원한을 갖았을 수 있다. 그런 시각이 가능한 전례도 있다. 박근혜정부때는 ‘친이인사(이명박정부 사람)’들은 ‘친노인사’나 노무현정부 실세 공무원들보다 더 배척을 받았다. (물론 친박중에도 불편한 사람들도 따돌림을 당했지만) ‘밴댕이 속’이라 욕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 맘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겪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황 전총리에겐 직접적으로 박 전대통령의 마음을 바꾸거나 유 변호사의 공세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다. 알아서 멈추거나, 주변에서 말려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일일이 사안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옥중에 계신 분이나, 메신저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본인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동안 서운한 마음이 있으셨을 것이다. 앞으로는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생하는 변호인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도로 하고, 실무적으로 ‘당시 최선을 다 했다는 증거’를 대면 될 것이다. 국민들은 연민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박 전대통령에겐 정치적 관심이 없다. 그녀를 대하는 새로운 지도자의 태도나 정치력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나라를 위해서라도 이번 대표경선을 계기로 제1야당 한국당이 살아나길 바란다. 또 경선기간에 황 전총리가 “참신한 ‘정치 인싸’”로 거듭나고, 보수진영 부활의 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다음 대선은 ‘총선승리’ 이후의 일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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