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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지도체제의 저주' 벼랑으로 치닫는 한국당


입력 2019.02.11 02:00 수정 2019.02.11 05:31        정도원 기자

오세훈 등 5인 "전대 연기 없이 후보등록 없다"

전당대회 파행되면 '비대위 책임론' 제기될 듯

홍준표 "당, 세 갈래로 재분열하는 계기" 뜻은?

오세훈 등 5인 "전대 연기 없이 후보등록 없다"
등록준비도 안하는 '벼랑끝 전술'…파행 확실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 결과를 김석기 부위원장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뒷쪽으로 김용태 사무총장 등 비상대책위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 결과를 김석기 부위원장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뒷쪽으로 김용태 사무총장 등 비상대책위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했을 때 당내에서 제기됐던 우려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과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 등 5인의 당권주자는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전당대회 연기 없이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후보등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후보등록일에 납본해야 하는 38만부 소형인쇄물 인쇄 작업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상 12일까지 인쇄할 수가 없어 특별한 정치적 해법이 모색되지 않는 이상 이미 전당대회 파행은 확실시된 상황이다.

이 자리에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당대회 참여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는 후보로 기대했던 오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오 위원장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며 비대위의 '기대'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전당대회 파행되면 '비대위 책임론' 제기될 듯
"단일성 지도체제 채택할 때부터 스텝 꼬였다"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의 2·27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마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의 2·27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마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비대위는 곤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당대회 연기가 불가능한 이유를 공개하며 물밑설득에 나섰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비대위가 공개한 전당대회 연기 불가 사유로는 △1~2주 연기하기 위해서는 일산 킨텍스 외에 장소 대관이 가능한 곳이 없으며 △3·14 전국 조합장 선거 관계로 중앙선관위에 사무위탁이 불가능하고 △그 이상 연기하면 4·3 재·보궐선거와 시기가 중첩되며 △옥외 전당대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전당대회가 파행되면 '책임론'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전당대회를 제대로 치러 당권을 인계하는 게 비대위의 기본이자 마지막 소임이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도체제 책임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했어야 했는데, 대권주자들끼리 사생결단을 벌일 수밖에 없는 단일지도체제를 택해 현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단일지도체제를 택해 홍준표·황교안을 등판하게 해놓고서, 비대위원장이 다시 이를 비판하며 대권주자 출마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한 게 모순 아니었느냐"며 "대권주자들이 절대 서로 양보할 수 없게 판을 깔아놓았을 때부터 모든 스텝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통합행보 걸으려던 황교안, 전당대회 파행 당혹
'보이콧 세력' 비협조 계속되면 친박 얹혀가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던 중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던 중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당혹스런 입장이다. 파행된 전당대회를 통해서는 선출되더라도 향후 당 운영 과정에서 두고두고 부담이 남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원내 지도력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압도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라며 "유력 당권주자들의 불참 속에서는 당대표에 선출되더라도 정당성이 결여돼 향후 극심한 '흔들기'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황 전 총리는 "친박이 아니라 친대한민국"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내각 시절 동료 출신 의원들에게도 "로우 키로 가달라"고 당부했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특정 계파에 얹혀가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한국당 3선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대표가 될 경우, 되레 상징적으로 친박 색깔이 짙은 다선 의원 일부의 목을 날릴 수 있다"며 "홍문종 의원은 이를 내다보고 황 전 총리에게 비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보이콧한 오세훈 위원장·홍준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가 당무에 비협조하면, 당내에 기반이 없는 황 전 총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친박계에 얹혀갈 수밖에 없게 된다. 비박계가 비협조하는데 친박계마저 내치면 당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영하 변호사를 통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분열 책동'도 단기적으로는 황 전 총리가 '친박 프레임'을 벗는데 득이 됐지만, 당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홍준표 "당, 세 갈래로 재분열하는 계기" 뜻은?
전당대회 파행, 분당의 씨앗 잉태했다는 관측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창립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창립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와중에 홍준표 전 대표는 '새로운 길'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보이콧 당권주자' 회동에 불참했다. 통화를 통해 공동 입장문의 내용에는 동의한다고 해서 이름은 올라갔지만, 페이스북에는 "더 이상 전당대회 관련으로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박'에서 '친황'으로 재빨리 줄을 서는 의원들이 판을 치는 당에서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고 관측했다. "진작 청산됐어야 할 일부 부패·무능 보수들을 모두 데리고 정치를 하기가 참으로 힘들다"고 토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홍 전 대표는 앞서 전날 "당의 미래가 암담하다"며 "당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세 갈래로 재분열하는 계기로 만들어 버리는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세 갈래'란 어떤 세력들을 지칭한 것일까.

최근 방송에 출연해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도 모른다는데 모든 게 함축돼 있다", "친박이 아니다", "구치소에 의자 반입을 막았다"는 발언을 쏟아낸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방송 출연 사실을 알리고 허락받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유 변호사의 메시지에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 메시지의 청자(聽者)는 황교안 전 총리도, 홍준표 전 대표도 아니다"라며 "'황 전 총리가 대표로 선출된 자유한국당을 인정치 않을테니, 나를 풀어달라'며 '보수 분열'을 댓가로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석방·사면을 흥정하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대권주자 사생결단, 당 깨질 것" 우려 중진들
"예상보다 우려 훨씬 빨리 현실화 당혹스러워"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의원회관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단일지도체제가 채택돼 전당대회가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경쟁장이 되면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 이후 분당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의원회관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단일지도체제가 채택돼 전당대회가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경쟁장이 되면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 이후 분당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 정치적 흥정이 현실화된다면 박 전 대통령과 대한애국당 등 일부 강경 친박계는 총선 전까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한 갈래'다.

다른 하나는 박 전 대통령발 분열의 원심력으로부터 당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경화 경쟁에 나설 황 전 총리와 '친황'계다. 이것이 또 하나의 '한 갈래'다.

철지난 '박심 정치'가 전면에 등장하면 기존 보수정당이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중도·개혁보수의 활동 공간이 넓어진다. 전당대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오세훈 위원장·홍준표 전 대표·주호영 의원 등을 비롯해 바른미래당의 유승민·이언주 의원이나 잠재적으로는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까지 이 공간을 주목할 개연성이 높다. 세 번째 '한 갈래'가 될 수 있다.

앞서 주호영 의원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단일지도체제로 전당대회를 치렀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그해 말에 분당됐다"고 지적했다.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갖는 단일지도체제 하에서 당대표가 됐기 때문에, 손학규·안철수 전 대표 등은 당을 나가 새로운 당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대권주자 간의 사생결단으로 흐르던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가 제대로 치르지도 못하고 파행을 겪게 되면, 분당(分黨)의 씨앗이 잉태되는 것은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얼마 전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든 게 결정난 뒤인데도 새삼 집단지도체제를 말하며 걱정하는 중진의원들이 있었던 이유"라며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혀를 찼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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