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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회담, 비핵화 성과 없다면 북핵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입력 2019.02.16 07:00 수정 2019.02.16 06:58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휘락의 안보백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베트남 회담은 북한 비핵화 여부 판단의 마지막 기회

베트남 회담 이후 북핵정책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무책임한 여론지도층도 반성해야

<박휘락의 안보백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베트남 회담은 북한 비핵화 여부 판단의 마지막 기회
베트남 회담 이후 북핵정책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무책임한 여론지도층도 반성해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말(韓末)에 우리 선조들은 중국의 외교관으로부터 “자기집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지저귀고 있는 제비와 참새와 같다”(燕雀處堂)라는 말을 들었다. 모욕적인 언사였지만 결국 역사는 우리 집이 불타는 쪽으로 결판났다. 지금 그 외교관이 우리나라의 관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까지 만들어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 위협을 보지 않으려 하고, 아무런 적극적인 대비책도 강구하지 않으며, 동맹국과 우방국을 오히려 멀리하는 현재가 한말의 조선과 크게 다를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어떤 사람은 진작 알았을 수도 있고, 일부는 최근 깨달았을 수도 있으며, 일부는 아직도 미련을 두고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즉 핵무기 폐기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모든 징후는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 스티브 비건(Steve Biegun) 미국 실무대표는 2019년 2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평양에 체류하면서 북한 실무자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비핵화에 대한 협상은커녕 북한의 요구사항만 잔뜩 듣고 왔다고 한다. 이미 북한은 2018년 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철폐를 조건으로 하여 김일성 시대부터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였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 수장들도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 폐기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공식적으로 평가하였다.

일부 인사들은 애써 부정하겠지만, 북한은 처음부터 그들의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김일성 시대부터 천신만고의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핵무기를 왜 포기하겠는가? “만능의 보검”과 “통일의 원동력”인 핵무기를 왜 없애겠는가? 북한이 약속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바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것뿐이다. 그래서 북한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것이다. 한국이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빠져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로 오해한 것이다.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핵보유를 전제로 경제발전에 매진하면서 미국과 핵군축을 할 것이라는 의도를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하였다. 2019년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확산하지 않겠다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의무를 준수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고 싶은 면만 본 것이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현 정부 인사들 중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누구도 그것을 언급할 수가 없다. 우리가 북한에게 잘 해주기만 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다는 집단사고(Groupthink)가 현 정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적으로 애써 생각한다고 하여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 우리의 안보상황만 점점 어려워질 뿐이다.

현 정부에게 묻고자 한다. 정말 북한이 핵무기를 100%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복안이 있는가? 그러다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욱 비관적으로 북한이 핵무기 사용 위협 하에서 전격적인 기습공격으로 수도 서울을 점령한 후 굴복을 강요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한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책임지거나 일어난 일을 되돌이킬 수 있는 신통력은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헌법 66조 2항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할 책무가 명시되어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낙관적 희망만으로 이 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인가?

베트남 회담은 북한 비핵화 여부 판단의 마지막 기회

정부는 2월 27-28일 사이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비건을 통하여 북한이 핵무기 폐기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전달받았을 것이고, 지금까지 드러난 사항도 낙관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 폐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오히려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미국에게 연락사무소 개소, 종전선언 채택,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경제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남북회담에서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시험발사장 폐기나 영변 핵시설의 폐기 정도를 약속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이미 용도가 폐기된 시설이라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는 결정적인 조치일 수가 없다.

현 정부가 직시해야할 현상은 현재까지 한반도에서의 상황 전개는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일단 핵무기를 개발하기만 하면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직접 접촉하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핵군축 협상을 할 것이며, 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현재 모든 일이 북한의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북한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를 통하여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현재대로 가면 이것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이 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있는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 정부가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대표성과 우리 안보에 대한 자결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이다. 한국에게 직접 위협이 되는 북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도록 허용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종전선언,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경제제재 완화 등이 우리의 의견과 상관없이 미국과 북한의 흥정 결과로 결정되어가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관하여 한국과 협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미국도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 전에는 우리와 충분히 상의하지 않는 것 같고, 종료되고 나서도 선별적으로 필요한 사항만 귀뜸해주는 정도로 보인다. 정부에게 묻고자 한다. 우리의 발언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가? 북한 비핵화를 위하여 정부가 선택한 방향은 미국과 북한에게 알아서 타결하라는 것인가? 이것이 정말 자주적인 외교이고, 자주적인 국방인가?

현 정부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정도로 만족할 것인가? 그것이 지금까지 정부가 주장해온 북한 비핵화의 종착역인가? 그것이 아니고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페기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가?

정부에게 촉구하고자 한다. 이번 베트남 회담의 결과를 본 후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계속 미련을 갖고 가서는 국가안보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후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확실한 약속이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에 따라 당연히 우리의 대북 또는 대북핵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까지 고려한 다양한 “플랜 B”들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준비해야 한다.

베트남 회담 이후 북핵정책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

만약 이번 베트남 회담을 통하여 핵무기 폐기에 관한 북한의 의도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 관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협상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하면서 우리에게 굴복을 강요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나름대로의 억제 및 방어대책을 강구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베트남 회담도 성과가 없이 종료되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부터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는 북한에게 선의로 대하면 북한이 선의로 반응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스스로 남북한의 경협은 중단 또는 축소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 북한에게 미국의 압박과 제재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이 한국의 성급한 북한 지원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이러한 제재와 압박이 단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하여 남북한이 평화스럽게 공존공영하도록 하는 올바른 방법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번 베트남 회담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 대응책을 대폭적으로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3축 체계’ 개념에 근거하여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발견될 경우 이를 선제타격하기 위한 ‘전략적 타격체계’를 강화하고,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더라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우리의 재래식 전력으로도 응징보복할 수 있는 첨단의 전력을 구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국가의 안보는 최상의 상황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면서도 최악의 사태에도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경주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의심스러운 것이 확실해질 경우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한 또는 대북핵 접근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강구할 것임을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우파 및 좌파 인사들을 막론하고 모든 인사들이 참여하는 범국민 또는 범정부 북핵 대응기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하여 북핵에 대한 국가의 전반적인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당연히 국회에서도 초당적 기구를 구성해야할 것이고, 국방부에서도 북핵 대응에 더욱 집중적인 노력을 경주하면서 그를 위한 기구를 확충해야할 것이다.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허구였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용의가 확실하다면서 수차례의 남북회담을 하도록 만들고, 미북 정상회담까지 중재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도록 만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가려서 처벌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봄에 국민들이 그렇게 열광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80%까지 달했던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국민들이 전달받았기 때문인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잘못 전달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나 판단으로 1년 가까이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수 있다.

무책임한 여론지도층도 반성해야

현 정부를 지지하는 상당수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들은 아직도 북한의 핵무기 포기에 관한 낙관적 전망을 언급한다. 2018년 2월 12일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다른 정당대표들은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Nancy Peloci) 의장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말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다양한 미디어에는 북한의 대변인인가 의심이 되는 언행을 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묻고자 한다. 정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혹시 정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하여 마음에 없는 말은 한 것인가? 국가안보의 기본은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는가? 만약 여러분들의 생각이 틀리면 어떻게 하려는가? 안보가 극단적으로 잘못된 후 후회한다고 하여 그 잘못된 상태가 복원될 수 있는가?
현재 한국의 언론인과 지식인 중에는 북한의 언행은 선의라고 간주하여 판단하고, 동맹국인 미국이나 우방국인 일본의 언행은 어떤 음모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묻고 싶다. 정말 북한이 적화통일을 감행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가? 여러분들의 자식이나 손자가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제발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변호하거나 그 뜻을 믿어달라고 말하지 말라.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여 북한이 비핵화하면 북핵을 걱정하는 우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파의 충정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 동안 북핵에 관하여 여러분들이 한 말과 우리가 한 말 중에서 어느 것이 실제와 일치하는 지를 한번 대조해보자.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쓴 글이나 언론에서 말한 바를 사실과 한번 대조해보시라. 일치하는가? 우리 우파인사들이 했던 말도 한번 점검해보시라. 하나도 맞지 않는가? 어떻게 해서 세계 대부분의 지식인들과 정부인사들이 북한을 의심하는데, 그 북핵의 직접적인 위협 하에 있는 우리나라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그렇지 않은가?

국회의장을 비롯한 우리의 대표들이 방문하였을 때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북한이 그들의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demilitarization)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표단이 구구절절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펠로시 의장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한말에 중국 외교관이 표현한 ‘연작처당’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부끄러울 뿐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부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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