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황당한 지라시에 휘둘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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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황당한 지라시에 휘둘렸다니
    <하재근의 이슈분석> 출처불명 정보, 무시하는 자세가 가짜뉴스 폐해도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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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2-18 08:0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출처불명 정보, 무시하는 자세가 가짜뉴스 폐해도 최소화

    ▲ ⓒ데일리안 DB

    2015년에 이시영에 대한 루머가 일파만파 퍼졌었다. 소속사 사장이 이시영 동영상을 만들었고 이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등 아주 자세한 내용의 지라시가 퍼진 것이다. 내용이 디테일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믿었는데 모두 거짓이었다.

    출발은 한 대학동문 술자리였다. 기자와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동문 모임이었는데, 한 기자가 술자리 가십으로 이시영과 관련된 이야기를 허위로 꾸며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기자가 집으로 가서 이 이야기를 문서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공유했던 것이다. 그 기자는 단지 지인 몇 사람에게 보냈을 뿐이지만 약 한 달 만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으로 비화했다.

    2016년엔 이승기가 루머로 피해를 당했다. 연상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이승기의 아이를 키우고 있고 디스패치가 취재에 나섰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인터넷에 번진 것이다. 물론 모두 다 거짓이었다.

    경찰이 수사해보니 한 회사원이 최초 유포자였다. 그가 지라시를 작성해 사내 업무 대화방에 올린 것이 인터넷에 들불처럼 번진 것이다. 이승기의 아이를 키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며 어떤 여성의 사진도 돌았었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최초 유포자 회사원의 동료 직원이었다.

    최근엔 나영석 PD와 정유미가 특별한 관계라는 지라시가 파문을 일으켰다. 경찰이 이 지라시의 유통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 최초 유포자를 찾았는데, 세 명이었다.

    지라시가 두 가지 버전이었는데, 첫째 버전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29세 프리랜서 작가에게서 시작됐다. 지인 방송작가에게 들은 소문을 대화형식 문서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이것을 3단계에 걸쳐 받은 32세의 IT업체 회사원이 대화형식이었던 문서를 지라시 형식으로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약 50단계를 거쳐 기자들이 모인 채팅방에까지 전달됐다고 한다. 여기서 처음 대화록을 작성한 프리랜서 작가와, 그것을 받아 재가공한 IT 회사원이 모두 최초 유포자다.

    둘째 버전은 한 방송작가가 최초 유포자였다. 동료에게 들은 소문을 메신저로 작성해 다른 작가에게 전송했는데, 이것이 약 70단계를 거쳐 전국을 돌고 돌아 3일 만에 그 자신에게 되돌아왔다고 한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지라시가 정말 허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엔 지라시는 증권가 정보지라고 해서 뭔가 전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정보를 취합해 만드는 보고서라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도 사람들은 지라시에 대해 정보지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라시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어처구니없이 졸속으로 제작된다는 것이다. 나영성 루머 지라시 둘째 버전은 ‘업데이트’, ‘사실이라고 한다’는 식으로 써서 후속취재를 통해 사실확인이 된 것 같은 인상을 줬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

    요즘은 누구나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해 메신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받은글’로 시작하는 지라시를 쉽게 퍼뜨릴 수 있다. 나에게 전달된 ‘받은글’이 누군가의 골방 창작물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받은글’ 지라시를 그대로 믿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믿을수록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지고, 그 영향력에 쾌감을 느끼는 누군가가 지라시를 만들어 퍼뜨리게 된다. 악의적인 의도로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까지 나타난다. 거기에 우리가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라시엔 사실도 있지만, 사실 전달과 꾸며낸 이야기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럴 땐 지라시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것이 휘둘리지 않을 최선이다. 출처불명의 정보는 무시하는 자세가 가짜뉴스의 폐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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