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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팔라지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가계 빚 ' 신 뇌관' 되나


입력 2019.02.25 06:00 수정 2019.02.24 20:35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 일제히 악화

위기 몰린 자영업자들…부채 확대 속 부실 우려

4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 일제히 악화
위기 몰린 자영업자들…부채 확대 속 부실 우려


국내 4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이 개인사업자들을 상대로 내준 대출의 연체율이 지난해 일제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린 은행들이 대안으로 자영업자 대상 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와중 부실이 가시화하면서, 앞으로 이들의 연체율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인사업자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 빚의 숨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염려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평균 0.24%로 전년 말(0.20%)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모든 조사 대상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이 나빠졌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9%에서 0.31%로 0.02%포인트 오르며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0.18%에서 0.23%로, 신한은행도 0.18%에서 0.21%로 각각 0.05%포인트와 0.03%포인트씩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15%에서 0.05%포인트 오른 0.20%를 기록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크게 늘림과 동시에 이처럼 건전성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말썽이 될 만한 연체율은 아니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욱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191조7000억원으로 1년 전(174조5000억원)보다 9.9%(17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가계대출에 비해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해당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434조4000억원에서 467조5000억원으로 7.6%(33조1000억원) 정도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60조1000억원에서 65조6000억원으로 9.2%(5조5000억원) 증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38조6000억원에서 10.6%(4조1000억원) 늘어난 42조7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38조3000억원에서 41조8000억원으로, 우리은행은 37조5000억원에서 41조6000억원으로 각각 9.1%(3조5000억원)와 10.9%(4조1000억원)씩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했다.

이렇게 은행들이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어려워진 가계대출 여건이 꼽힌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을 잡기 위해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방안을 내놓자 대신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대출 영업의 활로를 찾고 나선 결과란 해석이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분류 상 기업대출에 속해 가계부채 규제에서 한 발 빗겨나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생계형이 대다수인 국내 자영업의 특성 상 이들에 대한 대출은 사실상 가계 빚과 다를 바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개인사업자 대출의 질 악화를 가계부채와 떼 놓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계 상황에 봉착한 자영업자들이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어서 염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자영업 폐업자 수는 2015년 79만50명에서 꾸준히 늘어 2017년에는 90만8076명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00만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영업 대출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말 자영업자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자영업자들 부채 현황과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대출 증가 속도를 줄이고, 특히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은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반대로 부동산·임대업이 아닌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금융 혜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규제 강화의 풍선 효과로 풀이된다"며 "이런 경우 실질적인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제한이 덜한 기업대출을 통해 이뤄진 구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들의 불어난 빚으로 인한 악영향이 가계보다 자영업 대출에서 먼저 불거질 수 있다"며 "가계대출로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업자 대출로 가계의 부채를 막는 빚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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