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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방문한 르노 부회장 "임금 더 오르면 물량 배정 경쟁 탈락"


입력 2019.02.22 15:05 수정 2019.02.22 17:02        박영국 기자

"부산공장 시간당 생산비용 그룹 내 최고 수준" 조속한 임단협 해결 당부

1300명 구조조정 후 임금동결로 회생한 스페인 공장 사례 언급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가운데)이 21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공장의 현장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가운데)이 21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공장의 현장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시간당 생산비용 그룹 내 최고 수준" 조속한 임단협 해결 당부
1300명 구조조정 후 임금동결로 회생한 스페인 공장 사례 언급


르노그룹 산하 공장들의 생산물량 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룹 부회장이 르노삼성자동차를 방문해 노동조합 파업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오는 9월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 여부에 회사 총 생산물량의 절반이 달린 르노삼성으로서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22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르노 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맡고 있는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는 20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부산으로 이동, 21일 오전 8시부터 약 10시간가량 부산공장에 머물며 생산 현장의 주요 사항들을 점검했다.

특히 부산공장 내 조립, 차체, 도장, 파워트레인 등 각 공장의 세부공정 별 현장 책임자 및 중간 관리자들과의 간담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하며, 르노삼성 2018년 임단협 교섭 지연과 연이은 부분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직면한 상황의 설명 및 현장 목소리 경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자리에서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현재와 미래 상황에 대해 재점검하고 많은 정보들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혼란을 겪고 있는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의 현실 및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 위해 방문했다”면서 “르노 그룹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임단협을 마무리 하고 부산공장의 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장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전 세계 모든 자동차 공장들은 신규 차종 배정을 통한 물량 확보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부산공장처럼 전체 생산 물량 중 수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장들은 수출 물량 확보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현재 부산공장의 시간 당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 그룹 내 공장 중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면서 “그동안 부산공장은 생산비용은 높으면서도 생산성 또한 높았기에 유지될 수 있지만, 여기서 부산공장의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경쟁에서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의 일자리는 파업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였을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르노 그룹은 과거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풀어냈던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의 사례를 언급했다.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2년 29만대에 가까운 연간 생산량을 보였지만 2005년 들어 생산 차종의 판매 부진과 2009년 이후 유럽 및 스페인 경제 위기가 맞물려 1300명의 임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었다.

당시 바야돌리드 공장 직원들도 많은 파업을 진행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고, 결국 2009년 3년간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하는 노사 합의를 이루면서 회생의 길에 접어들었다. 현재 바야돌리드 공장은 2017년 기준 25만대가 넘는 생산물량 중 92% 가까운 차량을 수출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은 공장으로 거듭났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삼성의 미래는 르노삼성 임직원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상 당사자들 간에 이번 임단협을 결론짓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조속한 공장의 정상화를 통해 르노삼성과 르노그룹이 우리 협력업체들과 함께 한국자동차산업과 부산지역 경제 발전에 앞으로도 계속 기여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측은 닛산 로그 후속물량 유치를 위한 임금경쟁력 확보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본급 인상 대신 성과급 등 최대 1400만원의 일시 지급금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을 비롯, 각종 고정비 인상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모조스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방문한 21일에도 임단협 16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 집행부는 22일에도 주간조와 야간조 각각 4시간 부분 파업에 나섰다. 이날까지 르노삼성 노조는 총 38차례, 누적 144시간의 파업을 벌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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