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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절’ 교훈과 한국당 전당대회


입력 2019.02.25 08:24 수정 2019.02.25 08:30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지난 2년여간 야당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연속

새로운 지도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당이 화합하길

<김우석의 이인삼각> 지난 2년여간 야당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연속
새로운 지도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당이 화합하길


제99주년 3·1절인 지난해 3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과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와 ‘구국과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한국교회 회개의 금식기도 대성회 및 범국민대회’등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한국의 공산화 반대’등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99주년 3·1절인 지난해 3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들과 보수성향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와 ‘구국과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한국교회 회개의 금식기도 대성회 및 범국민대회’등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한국의 공산화 반대’등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곧 ‘3.1절’ 100주년이다. ‘3.1절’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에겐 더욱 특별한 날이다. 전국 대부분의 교회는 3.1절을 기리는 기념예배를 드린다. 우리교회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이번 주 주일(24일)에 기념예배를 드렸다. 강단과 복도에 태극기가 꽂혔다. 고종황제가 우리교회에 재직하셨던 미국선교사에게 하사했던 태극기를 복사한 것이란다. 3.1절 관련 설교도 들었다. 특강을 하신 목사님은 역사학자셨다. 3.1운동과 기독교의 관계를 연구해 알리는 데 매진하신 목사님이다.

오늘 강연자에 따르면, ‘3. 1운동’은 종교인들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 애초에 천도교대표 15인과 기독교대표 15인이 민족대표로 서명하기로 하고 도모한 운동이었다. 최종적으로 기독교 16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으로 구성된 ‘33인의 민족대표’가 서명했다. ‘민족대표’는 원래 ‘종교계대표’였다. 폭압적인 일제에 맞선 굳건한 의지를 갖고, 만세운동 확산을 위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조직은 종교단체뿐이었을 것이다. 만세운동이 3월 1일에 거행된 이유도 기독교와 무관치 않다. 고종황제의 장례식이 3월 3일에 잡혀 있었다.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전국의 국민들이 조문객으로 상경했다. 3월 3일은 국장(國葬)이니 만세운동은 예의에 어긋났다. 하루 전날은 일요일이었다. 기독교에서는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고 거리에 나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틀 전 토요일인 3월 1일이 선택된 것이었다.

오늘 강연 중 백미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신홍식(申洪植)목사님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분은 처음 서명을 제안 받았을 때, ‘기도해 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셨다고 한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종교가 정치에 관여해도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목사님은 충청도 유림출신으로 매우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기도로 하나님께 여쭤보겠다고 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타종교와 함께 공조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범종교적인 행사들이 많지만, 당시 기독교는 배타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한국기독교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술과 담배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은 당시 얼마나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조선조 말 천주교도 제사를 거부하는 등 비타협적인 선교방침을 고수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와 성자들을 배출했다. 그런 기독교가 토속종교와 함께 ‘큰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의 기도 끝에 응답은 받은 신목사님은 민족대표명단에 서명했다. 그는 결국 일본경찰에 붙잡혀 2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그 뒤에는 인천·원주 등지에서 종교운동과 독립운동을 계속하였다. 1962년에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다.

이 말씀을 듣고 작지 않은 울림이 있었다. 신목사님의 두가지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흔든 이슈들에도 좋은 교훈이 된다. 첫째, ‘정치참여 행태의 문제’다. ‘해방신학’을 비롯한 많은 종교 분파들이 이미 현실정치에 적극적이었다. 지금도 ‘태극기세력’의 뿌리는 기독교다. 그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부 극단적이고 조직화된 세력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정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해 나서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을 일반화해 폄훼하는 모습은 우리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예이다. 일제시대 주류언론들도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선 백성들을 ‘폭도’로 취급했을 것이다. 전국적 운동확산의 통로가 된 수많은 교회가 불타고 폐쇄됐다. 허다한 목사님과 교인들이 탄압받았다. 결국 만세운동 세력 중 일부는 ‘무장투쟁’을 추구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비폭력노선’을 견지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태극기세력’은 외계인이나 폭도가 아니다. 찬찬히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용기를 내, 자기의 돈과 열정을 투자해 나라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언젠가는 ‘태극기부대’로 비하된 애국심 가득한 국민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 과정에서 ‘태극기세력’ 내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정당의 공식행사를 오염시키는 일부 무리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연대’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전국적 만세운동은 이질적인 종교조직의 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뜨거웠던 기독교도 만세운동에서는 독단적이지 않았다. 일단 국민을 살리고 나라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선교는 그 다음 문제였다. 지금 정치권을 생각해 보자. 여·야는 북핵위기, 경제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반목한다. 최고권력자는 말로는 ‘협치’를 이야기 하지만, 야당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모든 행위가 ‘적폐’가 되고 ‘청산대상’이 된다. 야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구동존이(求同存異)’는 정치의 기본이다.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이견을 존중하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그렇지 않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대표경선에서도 이러한 퇴행적인 정치행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2년여간 야당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연속이었다. 둘 중 더 큰 문제는 ‘내우’였다. ‘외환’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전국선거에서 패배했다. 정권을 잃었고 지도부는 표류했다. 정상적인 지도부를 대체하는 비대위가 두 번이나 들어설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친박 잔류파’와 ‘비박 복당파’는 엎치락뒤치락하며 당권을 주고받았고 끊임없이 반목했다. 노무현정부 핵심참모였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당권을 맡길 정도로 당내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제 절체절명의 기회인 총선을 1년 앞두고 정상적인 지도부가 필요했다. 그렇게 치뤄지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기약할 수 없는 나락이다.

그렇게 중요한 경선에 나선 대표주자들이 방송토론으로 국민들 앞에 섰다. 첫 토론회부터 ‘미래비전’보다는 ‘내부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습들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반쯤에는 ‘박근혜대통령 탄핵 평가’가 최대 이슈가 됐다. 세 후보 중 두 후보는 극명하게 대립해 온 세력을 대표한다. 그들만의 승부였다면 국민들은 관심을 거뒀을 것이다. 그나마 탄핵과정에서 ‘정치적 거리’를 두고 있는 새로운 인물을 수혈돼 국민적 관심을 끌었고 ‘컨벤션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양대 세력의 대표주자가 과거 실패한 프레임의 덫을 깐 것이다. 국정경험은 있었지만 정치경험이 일천했던 ‘정치신상’은 토론과정에서 당황했고 덫에 걸렸다. 덫을 깔고 공격한 측에서는 효과를 봤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당을 또 늪에 빠뜨리는 것이다. 많은 당원들이 채널을 돌렸고, 국민들은 외면했다. “그러면 그렇지. ‘적폐세력’이 어디 가?”라는 반응이었다. 일부 ‘후보의 성공’이 ‘당의 실패’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어찌됐든 곧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다. 경선과정에서는 그러려니 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새로운 지도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당이 화합하기 바란다. 해결될 수 없는 문제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단 놔두고, 꼭 필요하고 가능한 문제는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힘을 모으면, 국민들이 한국당을 인정할 것이다. 총선에도 희망이 생길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당 재건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야당을 세워 정부를 견제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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