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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붕어, 개구리, 가재의 집…우리는 행복해졌나


입력 2019.02.27 06:00 수정 2019.02.27 06:08        이정윤 기자

서민의 내집마련 리스트 5억 안팎의 아파트들 가격은 요지부동

정부, 청약제도 무주택자 위주로 대폭 개편했지만 희망 고문일 뿐

서민의 내집마련 리스트 5억 안팎의 아파트들 가격은 요지부동
정부, 청약제도 무주택자 위주로 대폭 개편했지만 희망 고문일 뿐


서울의 한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데일리안DB 서울의 한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데일리안DB

'모두가 (개천에서 나는)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SNS 게시글)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정책, 집값 잡기에 몰두한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와 정부주도 일자리 확충 등에 수 조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4분기엔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하위 20% 가구의 월수입은 1년 전보다 18% 가량 줄어들었고, 상위 20%는 10% 이상 불어났다.

정부가 꿈꾼 정책 목표와 우리 경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 내내 시끄러웠던 집값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파트값이 한달 새 수억원 떨어졌다는 등 집값 하락 통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가격이 조정된 아파트는 수십억원을 넘나드는 강남권 아파트라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애당초 일반 서민들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 이야기.

현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서민의 내집마련 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5억원 안팎의 아파트들의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가격이 낮은 아파트일수록 변동폭이 크지 않다지만, 오히려 작년 상반기보다 1억원 넘게 껑충 뛴 곳도 많다.

그나마 한줄기 희망이었던 청약도 쉽진 않다. 지난해 정부는 청약제도를 무주택자 위주로 대폭 개편했지만 희망 고문일 뿐이다.

대출규제 때문에 서울 알짜입지 신규분양은 수억원에 달하는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현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진짜 부자들만의 리그로 굳혀지는 중이다. 그동안 주택청약은 살고 싶은 곳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점점 그 기능이 흐려지고 있다.

물론 가진 것만큼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다만 양극화의 간극이 자꾸만 커져가는 현실 속에서 분수에 맞게만 살다 가라는 말은 씁쓸하게만 들린다.

붕어, 개구리, 가재는 교통이나 교육 인프라가 떨어지거나 오래돼 낡은 집, 나라에서 빌려주는 임대주택에서나 살아야 하는지. 그럼 우린 행복할까. 지난 3년, 우린 행복해 졌을까.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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