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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한국GM이 쌍용차에 3위 내준 이유


입력 2019.03.03 06:00 수정 2019.03.02 04:39        박영국 기자

쌍용차 노조, 무분규로 경영정상화 협력…탄력적 라인배치로 신차효과 극대화

대주주 마힌드라, 쌍용차 경영 자율성 보장…한국 시장 효과적 대응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위)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아래 왼쪽), 한국GM 부평공장.ⓒ데일리안 DB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위)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아래 왼쪽), 한국GM 부평공장.ⓒ데일리안 DB

쌍용차 노조, 무분규로 경영정상화 협력…탄력적 라인배치로 신차효과 극대화
대주주 마힌드라, 쌍용차 경영 자율성 보장…한국 시장 효과적 대응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로 사실상 고착화된 1·2위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3사간 순위 변동은 항상 큰 관심사였다. 보통은 한국GM이 3위를 차지했고, 르노삼성자동차가 그 자리를 노리는 구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시장 판매 3위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쌍용자동차였다.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설 등 일련의 사태로 휘청였고, 르노삼성자동차도 신차 부재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쌍용차는 15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여유 있게 두 경쟁자를 물리쳤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 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서도 쌍용차가 선전한 가장 큰 비결로는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까지 매년 누적돼온 신차효과와 그것을 가능케 한 노사 협력 분위기가 꼽힌다.

쌍용차 노사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 이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했다. 특히 지난해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협력한다는 대승적 결단으로 임금 동결에 합의하기까지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연간 생산능력 25만대를 모두 가동할 때까지 쌍용차 경영정상화는 완성된 게 아니다”면서 “노조도 고용안정이 무엇 보다 최우선이라는 인식 하에 회사의 경영정상화 노력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고, 이게 쌍용차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공장이 파업 등으로 멈추지 않고 가동된 사례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그 사이 쌍용차는 노·노·사·정 합의를 통해 ‘아픈 손가락’이었던 해고자 복직 문제도 해결했다.

오랜 기간 밖에서 투쟁하던 해고자들이 복직하며 내부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복직 근로자들도 우리 식구들이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제품을 만들고 물량이 늘어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모습에 복직 근로자들도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경영 정상화에 동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차 수요 몰리면 라인배치 집중…노조와 갈등 없이 상시체계

2014년 7만대에도 못 미쳤던 쌍용차의 내수 판매실적은 2015년 소형 SUV 티볼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10만대에 육박(9만9664대)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성장률은 무려 44.4%에 달했다.

2016년에는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 출시로 티볼리의 신차효과 희석을 보완하며 전년 대비 3.9% 증가한 10만355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에도 내수 시장에서 3.0% 증가한 10만6677대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대형 SUV G4 렉스턴 론칭 효과 덕이다.

지난해는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며 전년 대비 2.3% 증가한 10만914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03년(12만9078대) 이후 15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매년 신차 론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데는 노조의 협력이 절대적이이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우리는 노조의 협조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신차가 나오고 그쪽으로 수요가 몰리면 그쪽으로 라인배치를 집중하는 체계가 상시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가 나오고 차종별 수요 변화가 있을 때마다 노조와 지루한 협상을 벌이고 그 사이 고객을 놓치는 제 살 깎기식 소모전을 반복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르노삼성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을 올해까지 끌며 잇단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한국GM 노사는 연구개발 법인분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가 노사 화합을 통해 이룬 성과는 더욱 빛난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왼쪽)이 평택공장 생산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왼쪽)이 평택공장 생산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모기업 간섭 최소화…제품 개발 방향·가격책정 등 한국 시장에 맞게 결정

대주주인 외국계 자동차 업체들과의 관계에서도 쌍용차는 다른 2개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르노와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생산·판매법인 개념인 르노삼성·한국GM과는 달리 쌍용차는 모기업인 마힌드라로부터 독립돼 운영된다.

수출 측면에서는 르노삼성이나 한국GM 같은 체제가 유리하다. 자체적으로 해외시장 판매망을 관리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모기업에서 물량을 배정해주기 때문이다. 비용·생산 경쟁력을 유지하고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리스크를 자초하지만 않는다면 모기업이 구축해 놓은 글로벌 판매망으로 제품을 만들어 보내기만 하면 된다.

쌍용차의 경우 마힌드라에 CKD(반제품조립) 방식으로 일부 물량을 수출하거나 특정 차종에 대한 라이센스를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정도로 모기업의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해외 시장도 직접 개척하고 판매망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내수판매에서는 쌍용차가 유리하다. 제품 개발 방향이나 출시 시기, 가격 책정 등을 한국 상황에 맞게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는 이사회를 통해 대규모 투자계획과 같은 큰 틀에서의 경영사항만 결정할 뿐 세부적인 제품계획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쌍용차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면서 “그러다 보니 경영진들도 한국 시장의 판도 변화와 고객 선호 트렌트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의 경우 그동안 주요 신차 출시 때마다 늦은 타이밍과 가격정책 실패로 신차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르노삼성 역시 대형 및 준중형 세단 라인업의 모델체인지 지연이 장기화되고 수입 판매 차종의 수요 대응이 원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두 회사 모두 한국 시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게 핸디캡이라는 지적이다.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는 쌍용차와 같은 독립 경영 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GM이나 르노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시각으로 본다면 냉정하게 말해 한국 시장은 큰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만큼 크지 않다”면서 “더구나 현대·기아차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로컬 기업이 있으니 매력이 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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