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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신형 코란도, 마초는 버리고 혁신을 담다


입력 2019.03.02 06:00 수정 2019.03.02 12:42        박영국 기자

넓은 탑승·적재공간…첨단 안전사양 장점

'지나치게 무난한' 디자인 아쉬워

신형 코란도 주행장면. ⓒ쌍용자동차 신형 코란도 주행장면. ⓒ쌍용자동차

넓은 탑승·적재공간…첨단 안전사양 장점
'지나치게 무난한' 디자인 아쉬워


준중형 SUV는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엔트리(생애 첫 차) 고객을 고려해 가격은 2000만원대 초반에서 시작해 아무리 비싸도 3000만원을 넘서서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소형 SUV와 같은 비좁은 실내공간은 용서되지 않는다.

패밀리카 용도에 맞게 뒷좌석 공간도 넓어야 하고, 충분한 적재공간도 갖춰야 한다. 각종 편의사양과 적절한 수준의 동력성능, 우수한 연비도 이 차급에 요구되는 사항이다.

지난달 26일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만나본 쌍용차의 준중형 SUV 코란도에는 이런 점들을 고려한 쌍용자동차의 고민이 녹아 있었다.

◆외장 디자인 : 더 터프했으면 좋았겠지만…‘보편성’과의 타협

군용 지프를 연상케 했던 1세대 코란도와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던 2세대 코란도의 향수를 간직한, 그리고 3세대 코란도C의 어정쩡한 디자인에 실망했던 이들이라면 이번에 나온 4세대 코란도에는 강렬한 느낌을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콘셉트카와 티저 이미지를 통해 공개됐듯이 쌍용차는 볼륨 차급인 준중형 SUV에서 소수의 마니아를 겨냥한 모델을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럴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날 처음으로 실물을 접한 신형 코란도는 SUV 치고는 늘씬한 모습이었다. 쌍용차는 이 차에 도심형 SUV의 전형인 ‘로&와이드’ 스타일을 부여했다. 사람이라면 키가 작고 옆으로 퍼지면 둔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지만 자동차는 전고가 낮고 폭이 넓을수록 늘씬해 보인다.

전작인 코란도C만 해도 껑충한 키에다, 뒷좌석에 센터터널이 없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울 정도로 지상고가 높았지만 신형 코란도는 전고와 지상고를 낮춘 탓에 다시 뒷좌석 탑승자의 발에 거치적거리는 센터터널을 갖게 됐다.

26일 신차발표회에서 공개된 신형 코란도. 키 크고 늘씬한 모델들 탓에 신형 코란도의 '로&와이드' 스타일이 두드러져 보인다. ⓒ쌍용자동차 26일 신차발표회에서 공개된 신형 코란도. 키 크고 늘씬한 모델들 탓에 신형 코란도의 '로&와이드' 스타일이 두드러져 보인다. ⓒ쌍용자동차

전면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실루엣은 쌍용차의 대표적인 히트작인 소형 SUV 티볼리와 패밀리 룩을 형성했다. 티볼리의 디자인이 폭넓은 계층의 선호를 얻었던 것처럼 코란도 역시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확실히 도심이나 캠핑장이나 어디든 어울릴 것 같은 세련되고 무난한 외모다.

다만 측면 라인에 좀 더 볼륨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차체와 윈도우를 구분하는 측면 라인은 수평으로 뻗어 세련돼 보이지만 SUV 특유의 묵직함을 덜어낸 느낌이다. 부메랑을 연상케 하는 측면 하단 캐릭터 라인과 잔뜩 부풀린 후륜 휠하우스로 힘을 줬지만 동생 티볼리의 옆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내공간·내장 디자인 : 준중형 SUV의 2% 부족함을 채워주다

제원상으로 코란도의 크기는 경쟁 모델 수준을 벗어나진 못하지만 막상 탑승해 보면 의외로 넓다. 특히 앞자리 시트를 적정 수준으로 배치하고도 뒷좌석 레그룸이 상당히 넓다. 뒷좌석 등받이 기울기가 큰 데다, 각도가 조금이나마 조절되는 것도 장점이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상당히 넓은 적재공간이 입을 벌린다. 쌍용차는 코란도 출시 전 사전 마케팅을 통해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의 동시 수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는데, 굳이 그런 얘기가 아니어도 한 눈에 봐도 경쟁 모델보다 넓은 적재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매직트레이를 통해 적재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쉽게 말해 바닥면에 분리판을 깔아 평상시에는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하고, 대용량의 짐을 실을 때는 분리판을 제거해 공간을 넓히는 식이다. 분리판 상하로 각각 다른 짐을 실을 수도 있다.

매직트레이를 활용해 신형 코란도의 적재공간을 다양하게 변형시킨 모습. ⓒ데일리안 매직트레이를 활용해 신형 코란도의 적재공간을 다양하게 변형시킨 모습. ⓒ데일리안

내장 디자인도 고급스럽다. 출시 전부터 ‘눈부시게 빛난다’고 입이 닳도록 자랑했던 디지털 인터페이스 ‘블레이즈 콕핏’에 포함된 인피니티 무드램프는 대시보드와 좌우 도어트림을 통해 다양한 조명효과를 구현해 고급감을 더해준다.

블레이즈 콕핏의 또 다른 구성품인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는 각종 주행정보를 표시할 뿐 아니라 모드를 변환하면 내비게이션과 동일한 화면을 보여줘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방지한다.

손이 닿는 부분은 모두 부드러운 질감의 마감재로 둘렀다.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슬라이딩 방식으로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암레스트도 만족스런 아이디어다.

물론 다이얼 방식의 공조버튼과 같은 다소 저렴해 보이는 요소들도 있지만 미관을 크게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9인치 HD 스마트 미러링 내비게이션(위)과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에 동일한 내비게이션 화면이 연동된 모습.ⓒ데일리안 9인치 HD 스마트 미러링 내비게이션(위)과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에 동일한 내비게이션 화면이 연동된 모습.ⓒ데일리안

◆주행성능·승차감 : 민첩함 그리고 조용함

코란도에 장착된 디젤엔진은 배기량이 1.6ℓ로 더 작은 덩치를 가진 티볼리의 것과 동일하다. 그렇다고 동력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배기량이라도 코란도에 장착된 엔진의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3.0kg·m로 티볼리(115마력, 30.6kg·m)보다 월등히 높다. 여기에 티볼리의 것보다 한층 진보된 아이신 GEN-3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매끄러운 변속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에서도 코란도는 부족함 없는 달리기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앞차를 추월하거나 램프를 빠져나올 때의 급가속 상황에서 민첩함이 만족스럽다.

고속도로에서 속도계가 반 바퀴 이상 돌아갈 정도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초에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차는 아니니 그 이상 바라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회차 지점부터는 뒷좌석에 탑승해 봤는데 승차감도 SUV치고는 준수했다. 기존 모델보다 낮은 전고와 시트포지션이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소음 차단도 기대 이상이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인천대교를 건널 때도 실내는 정숙했다.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출발해 일부 시내구간과 제2경인고속도로, 영종해안도로 등 약 44km를 주행하며 측정한 연비는 12.4km/ℓ가 나왔다. 다소 거친 운전을 했음에도 표시 복합연비(AWD, 자동변속기 기준 13.3km/ℓ)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신형 코란도 주행장면. ⓒ쌍용자동차 신형 코란도 주행장면. ⓒ쌍용자동차

◆편의·안전사양 : 차급을 뛰어넘는 첨단기능

시승 중 일부 구간은 지능형 주행제어(ACC) 시스템을 활용해 봤다. 요즘은 보편화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비슷한 방식이다. 속도 및 차간거리를 설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핸들을 돌려 가며 차로 중심으로 정속 주행하다 앞에 차가 나타나면 앞차와의 간격을 맞춰 달리는 식이다. 속도를 규정속도 이상으로 설정해도 과속단속 구간에서는 규정 속도로 맞춘다.

코란도에는 여기에 더해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차량 주변을 스캐닝해 위험상황에 자동으로 대처하는 ‘딥컨트롤’ 기능도 장착돼 상용화 최고 수준인 레벨 2.5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쉽게도 딥컨트롤 기능을 확인하려면 차를 ‘위험상황’으로 몰아넣어야 했기에 실제 작동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딥컨트롤은 쌍용차의 플래그십 모델인 G4렉스턴에도 장착되지 않은 기능이다. 코란도에 쌍용차가 현 시점에서 가진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는 딥컨트롤과 블레이즈 콕핏 등 지금껏 쌍용차가 이뤄놓은 모든 기술이 집약된 혁신적인 첨단 SUV”라며 “이같은 첨단 이미지를 통해 레드오션인 준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 모델들과 차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신형 코란도는 기존 준중형 SUV를 패밀리카로 사용하는 데 있어 소비자들이 아쉬워했던 부분들, 이를테면 좁은 실내공간이나 부족한 적재공간, 고급 사양의 부재 등을 잘 보완한 차종으로 평가된다.

디자인이나 달리기 성능, 연비 등 크게 눈에 띄는 부분에서는 경쟁차들보다 우위를 내세우기 힘든 무난한 수준이지만, 차의 활용도를 놓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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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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