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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보이는 트럼프…'못미더운 긍정왕'→'노련한 협상가'


입력 2019.03.01 12:48 수정 2019.03.01 15:00        이배운 기자

‘졸속합의’ 체결 우려 불식…“북한에 양보 없어, 언제든 박차고 나올 준비”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 선점...한국정부 향한 더 큰 발언권 얻어

‘졸속합의’ 체결 우려 불식…“북한에 양보 없어, 언제든 박차고 나올 준비”
“절친한 관계 계속 유지…앞으로 핵실험, 미사일발사 없다고 약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고 퇴장했다.

일각에선 성과도출이 시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졸속 합의’를 체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지만, 불완전한 핵합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결단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김정은 북한국무 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언론들의 비판과 달리 미국은 그 어떤 것도 북한에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런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오늘은 내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안됐다”며 “내가 원하면 언제든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지만 오늘은 적절하지 않았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며칠전만해도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수장들이 ‘미국민 안전 확보’에만 초점을 둔 '어정쩡한 합의' 가능성이 유추되는 발언들을 내놓았기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지난 25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행복하다"고 발언했고, 15일에는 “우리는 단지 핵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혀져 논란이 일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미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회담 목표치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이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응하며 대북제재를 완화시킬 경우, 북미 양국에겐 공들여 다음 단계로의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 가야할 동인이 약해지게 된다. 결국 북한은 중단거리 핵미사일 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고, 한국의 안보는 출구없는 터널속으로 빠지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미국증시 급락, 멕시코 장벽 논란 등 겹악재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정쩡한 합의' 체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왔다.

하지만, 적어도 어제 진행된 일련의 회담 상황들을 보면, 이런 전망들은 전혀 맞지가 않았다.

일단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통해 유리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했다고 분석한다.

더 이상의 핵 확산은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국제사회에 재천명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정보력을 효과적으로 과시해, 핵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합의 무산을 계기로, 핵시설 은닉 시도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절친한 친구이고 앞으로도 관계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면서 “어젯밤에 김 위원장은 앞으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김위원장과의 약속 등 때문에 북측은 각종 도발 등 ‘벼랑끝 전술’을 택하기가 어렵게 됐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깨고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약속을 어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설 명분도 갖게 된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정부에 대한 더 강한 협상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및 긴장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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