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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美·北 정상회담 결산: 불변의 북한 전략, 트럼프의 변신, 한국 정부의 혹세무민 그리고 한국의 운명


입력 2019.03.04 07:00 수정 2019.03.05 08:10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불변의 북한 전략…‘두 개의 미국’과 트럼프의 변신

한국 정부의 거짓말과 대한민국의 운명…북핵위협 억제하면서 장기 협상전 대비해야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불변의 북한 전략…‘두 개의 미국’과 트럼프의 변신
한국 정부의 거짓말과 대한민국의 운명…북핵위협 억제하면서 장기 협상전 대비해야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다. 하노이 선언의 불발은 좋은 딜이든 나쁜 딜이든 성사만 되면 이를 기화로 대북지원의 물꼬를 트려고 벼르던 정부와 이에 부응하여 축포를 준비 중이던 일부 언론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나쁜 스몰딜’을 우려했던 많은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은 오히려 안도했다. 회담 전부터 전문가들은 ‘빅딜,’ ‘스몰딜,’ ‘마이크로딜,’ ‘노딜’ 등으로 결과를 예상했는데, 북한이 쉽게 핵포기를 결단할 리가 없다는 이유로 ‘빅딜’은 일찌감치 제외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려했던 것은 ‘나쁜 스몰딜’이었다.

어쨌든 국민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변치 않는 전략을 재확인했고, 뒤늦게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린 것으로 보여 상당한 위안을 얻었으며, 그동안 정부가 거짓말을 해온 사실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운명은 여전히 짙은 안개속이다. 정부와 언론이 한 덩어리가 되어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학자들이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중에 대한민국호가 무사히 핵파고(核波高)를 넘어 저편 해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불변의 북한 전략

그동안 전문가들은 ‘미국의 한반도 이탈’을 목표로 하는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과 온 세계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의 차이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북한에 놀아나게 된다는 경고를 지겹도록 발해왔다. 북한이 가진 두 단계의 목표에 대해서도 경고해왔다. 즉, 첫 단계에서는 핵능력의 일부만을 포기하는 가짜 비핵화로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함께 종전선언 등 동맹이완을 위한 단초들을 얻어내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70년 숙원사업이자 최대의 대남전략 목표인 ‘미국의 한반도 이탈’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성취되지 않는 한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조선반도 비핵화’의 골자이다.

‘나쁜 스몰딜’이란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한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하노이에서 북한은 정확하게 이것을 시도했다.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유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시설 해체 등의 기존 조치들에 ‘영변 핵시설 포기’만을 새로이 추가함으로써 사실상의 ‘전면적’ 제재 해제와 함께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교환 등을 받아내려 했다. 회담 결렬 후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우리는 일부 해제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해명성 반박을 내놓았지만, 그의 말대로 안보리 제재 11건 중 2016~2017년에 채택된 5건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을 해제하면 사실상 ‘전면적 해제’가 되고 만다. 리용호가 말한 5건의 안보리결의(2270, 2321, 2371, 2375, 2397)는 석탄, 철광석 등 주요광물 수출, 북한의 석유 및 정유제품 수입, 대북 투자, 해외 노동자 송출 등을 금지 또는 제한한 것으로써 북한 정권의 ‘목줄’을 압박하는 것들이다. 당연히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들이다.

트럼프가 이를 수용했다면 북한은 영변 이외에 산재하는 수십 군데의 핵시설, 세계 정보기관들이 최대 65개로 추정하는 핵무기, 숫자 미상의 농축시설, 1천 기가 넘는 단·중·장거리 미사일, 20여 곳이 넘는 미사일 발사장, 수백 대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우라늄 광산, 정련시설 등은 아예 시비의 대상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영변 이외에 있는 농축시설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우라늄탄 제조를 통해 핵보유를 고수하겠다는 의미이다. 종전선언까지 합의되었다면 크게 고무된 한국의 좌파들은 평화의 환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열광할 것이었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성급한 평화의 환상, 한국사회의 좌우 대결 심화, 평화협정, 동맹해체, 안보의식 붕괴 등으로 가는 출입구로서 결국 연방제 통일과 적화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어서,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또한,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를 푼다면, 힘들게 구축된 제재 체제(sanction regime)는 붕괴되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뒤늦게 정신을 차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사실상의 전면적 제재 해제’를 거부하고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사찰도 필요하다는 ‘영변+알파’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는 ‘노딜’을 선언하고 하노이를 떠났다.

‘두 개의 미국’과 트럼프의 변신

미국 내에는 두 개의 미국이 있다. 첫 번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휘하는 미 행정부이고, 두 번째 미국은 트럼프의 경솔한 대북 및 동맹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북한의 동맹이간 술책을 경고하고 한국과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의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촉구하는 의회, 전문가 집단 그리고 여론이다. 북핵과 동맹 문제에 관한 한 이들이 미국의 주류(主流)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하고만 입을 맞추었다고 해서 “미국도 우리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거짓말이 된다. 금방이라도 북한과 야합할 것으로가지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제시한 ‘나쁜 스몰딜’을 거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당연히 ‘두 번째 미국’을 의식한 결과였다. 물론, 그의 변신이 영구적인 것인지 일시적인 것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한국 정부의 거짓말과 대한민국의 운명

문재인 정부는 전문가들의 충언(忠言)에 귀를 막은 채 평양을 향한 ‘외길 달리기’를 고집해왔다. 이 부분에 관한 한 문 정부는 ‘황소고집의 결정체’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거두절미하여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왔는데, 효시는 2018년 3월 6일 북한을 다녀온 청와대 안보실장의 대국민 보고였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도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단서를 달고 “핵을 불필요하다”고 했지만, 정 실장은 거두절미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인양 보고했다. 또한,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할 움직임을 보이는 틈을 타 “동맹공조는 공고하다”는 말도 반복해왔다. 이번에 하노이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런 것들이 거짓이었음을 재확인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북한이 핵포기를 고려한 적이 없음이 드러났고, ’조선반도 비핵화‘의 망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이와함께 정부는 나라의 안보체제를 뿌리채 흔드는 자해적(自害的) 정책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독자역량과 함께 한미동맹, 주한미군, 한미연합사 등을 필요로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흔들렸다. 국정원 및 기무사 개혁을 통해 대공(對共) 능력을 무력화시켰고, 스스로 군사역량을 줄이는 국방개혁을 추진했으며,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함으로써 안보에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주요 연합훈련도 취소했고, 그나마 튼튼한 ‘동맹끈’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마저 조기에 전환하기 위해 안달하고 있다. 국방부에는 ‘주적’이 사라지고 ‘평화’가 만발하고 있다. 정치 차원에서는 ‘평화’를 화두로 삼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국방부는 그 평화를 성취하기 위해 위협에 대처해야 마땅하다. 평화란 국방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영혼이 빠져나간 국방부에는 전작권 조기 전환을 서두르는 국방장관은 있어도 안보를 닦달하는 장관은 없다. 그래도 정부와 언론의 혹세무민은 지속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국이 계속 맞닥뜨려야 하는 안보현실이다.

북핵위협 억제하면서 장기 협상전 대비해야

앞으로도 남북대화와 상생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북한의 핵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만으로는 그런 노력을 중단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안보와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북한을 상대한다”라는 대북정책의 정론을 지키면서 장기적인 협상전에 대비해나가는 것이다. 이 정론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우선은 북한이 ‘살라미’ 협상전술을 통해 동맹 이간, 미군 철수 등을 노릴 것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핵보유국 지위를 붙들고 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국민을 속여온 부분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는 지금까지의 대북기조, 북핵정책, 안보정책 등을 되돌아 봐야 한다. 북한의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대북지원에만 속도를 내려고 안달한 것이 바람직했는지, 북한 비핵화가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에 스스로의 국방역량을 감축하고 국가정체성을 허무는 일련의 정책시도들이 합당한 것이었는지, 미국 주류(主流)의 여론을 무시한 채 트럼프 한 사람만 설득하는 것이 동맹공조인지 등을 되짚어 봐야 한다. 특히, 트럼프의 ‘빈손 귀국’에 대해 공화당-민주당을 막론한 다수의 미 의원들과 조야의 전문가들이 “차라리 잘했다”며 박수를 친 의미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하노이 선언의 불발로 북한 비핵화라는 것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호수 속의 달’임을 재확인한 이상,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북핵위협을 억제하는 안보대책들을 수립·시행해나가야 한다.

북핵이 사라지지 않고 위협강도를 더해간다면 핵우산 강화, 미 전술핵 재반입, 핵제조 잠재력 배양 등의 수순으로 한반도내 핵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동시에 첨단 재래전력으로 북핵을 억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사용 징후시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는 ‘킬체인(Kill-chain),’ 북핵 발사시 방어하는 ‘탄도미사일 방어체계(KAMD),’ 북한으로 하여금 핵사용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응징보복 체계(KMPR)’ 등을 의미하는 한국형 3축 체계의 계속적인 개발 및 강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의식하면서 자체 국방역량을 약화시키는 조치들을 취해왔으며, 지난 정부들이 심혈을 기울인 3축 체제 개발을 지연시키고 아예 ‘3축 체제’라는 표현 자체를 삭제했다. 북핵에 대한 안보대책을 본질적으로 논하는 것은 다음 정부때나 가능할 전망이다.

글/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박휘락 국민대 교수·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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