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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조기 발탁…손흥민 사례 잊었나


입력 2019.03.12 00:03 수정 2019.03.12 08:5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역대 최연소 7번째로 태극마크 달게 돼

소속팀서 주전 자리 꿰찬 뒤에도 늦지 않아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 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9, 발렌시아)이 A대표팀에 승선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11일 파주 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2일 볼리비아(울산문수경기장), 26일 콜롬비아(서울월드컵경기장)전에 나설 27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나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의 첫 발탁이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 구자철의 대표팀 동반 은퇴로 공백이 생긴 중원을 보강하기 위해 이강인은 물론 라리가에서 활약 중인 백승호(지로나)도 함께 불렀다.

특히 이강인은 18세 20일로 A대표팀에 뽑혀 역대 7번째로 어린 선수로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한국 축구 대표팀 역사상 최연소 발탁은 차기석으로 서울체고 3학년이던 2004년 17세 183일 나이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어 김판근(17세 187일), 강철(17세 215일), 노정윤(17세 222일), 서정원(17세 323일), 김봉수(17세 336일) 순이며 이강인은 이승희를 밀어내고 역대 7위에 랭크됐다.

만약 이강인이 이번 A매치에 그라운드를 밟게 되면 최연소 출전 역대 3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역대 최연소 출전은 17세 241일의 김판근, 2위는 18세 7일의 김봉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강인의 이번 대표팀 발탁이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물론 나이는 크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손흥민을 비롯한 기성용, 박지성, 이천수 등 그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선수들 대부분도 10대 나이에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강인의 현재 팀 내 입지다. 이강인은 올 시즌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성인팀 데뷔전을 치렀고 험난한 주전 경쟁을 앞둔 ‘유망주’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강인은 이번 시즌 9경기(선발 5경기)에 출전, 그라운드를 밟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출전한 대부분의 대회는 컵 대회인 코파 델 레이였으며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대표팀에 발탁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에서 확고한 주전 자리를 찜해놓거나 교체로라도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손흥민 역시 10대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부친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 연합뉴스 손흥민 역시 10대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부친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 연합뉴스

10대 나이에 태극 마크를 달았던 선배들과도 상황이 다르다. 10대 후반에 성인대표팀에 데뷔한 선수들은 소속팀 또는 대학교에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던 이들이다. 게다가 해외가 아닌 국내팀에 소속된 입장이라 차출에 어려움 역시 없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은 벤투호에 승선하기 위해 10시간 넘는 비행 등 사실상 하루를 꼬박 소비해 한국으로 와야 한다. 기술은 물론 체력적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할 10대 선수에게 무리한 주문일 수 있다.

과거 축구협회는 유럽에서 뛰던 10대 선수를 성인대표팀에 발탁해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바로 손흥민이다.

고교 중퇴 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입단한 손흥민은 조기에 재능을 폭발시켰고 2010년 12월 시리아와의 친선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나이 18세 175일이었고, 축구대표팀 역사상 5번째로 어린 선수의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대표팀 내에서는 벤치 멤버에 불과했고 교체 출전으로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게 전부였다. 결국 손흥민의 이른 발탁은 그의 축구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졌던 아버지 손웅정 씨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손 씨는 손흥민의 소집에 대해 “아직 어리다. 더 발전해야 한다. 즉시 전력감이 될 때까지 소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소속팀 적응과 입지 다지기가 우선이라는 게 손웅정 씨의 주장이었다.

이강인이 가진 잠재력은 어쩌면 손흥민 이상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았다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사례가 무수했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기술과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모자란 선수다. 섬세하게 관리해야 할 시기며, 그 역할은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 발렌시아가 해야 할 몫이다. 너무 일찍 소집한 것 아닌가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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