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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어쩌면 더 중요한 대한항공 주총


입력 2019.03.12 06:00 수정 2019.03.12 08:34        이홍석 기자

27일 동시 개최...조양호 연임안 표 대결 주목

이슈화된 주주제안은 현실적으로 안건 통과 어려워

27일 동시 개최...조양호 연임안 표 대결 주목
이슈화된 주주제안은 현실적으로 안건 통과 어려워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그룹의 두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앗따른 주주제안으로 한진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지만 주총이 다가오면서 조양호 회장 연임안이 상정되는 대한항공의 주총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진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과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나란히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KCGI 잇따른 주주제안...뜨거운 감자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좀 더 뜨거웠던 곳은 한진칼이었다.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으로 주주제안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에 석태수 사장의 이사 재선임 반대,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도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에 제한적 범위에서의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정관변경을 추진 중이다. 정관 변경의 주요 내용은 횡령·배임으로 모회사나 자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영진(등기이사)이 생기면 자동으로 결원처리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3대 주주인 이들의 공세에도 이들이 요구하는 안건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5%나 되는 반면 KCGI(10.81%)와 국민연금(7,34%)의 지분을 합쳐도 두 자릿수 가까운 차이가 있다. KCGI는 최근 투자목적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분 1.20%를 추가로 매입했지만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이번 주총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국민연금이 요구하고 있는 정관개정의 경우, 특별결의 사안이어서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될 수 있어 나머지 절반 가량의 지분 대부분에서 찬성표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국민연금과 KCGI가 각자 독자행보를 천명하면서 협력 가능성도 낮은데다 주총 출석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조 회장측이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연임안 상정...치열한 표 대결 예고

이러한 가운데 안건의 비중과 표 대결 양상을 놓고 보면 대한항공의 주총 분위기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너인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는데다 국민연금과의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총 상정 안건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달리 대한항공은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둘러싸고 표대결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대주주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3.35%로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에 비해 약 3배 가량 많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한항공의 정관상 이사 선임과 해임이 일반 결의가 아닌 특별결의 사항이라는 점에 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출석주주의 3분의 2이상(발행주식총수 3분의 1이상)인 67%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보통 이사 선임과 해임을 일반결의사항으로 규정한 다른 기업들의 선임 요건보다 엄격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직후 해외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임원 선임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조 회장측은 자신의 우호 지분과 국민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약 55%의 지분 중 33.32%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돼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주총 의안 분석에 들어간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들은 주총 안건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데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대한항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배당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회사측은 보통주 1주당 250원, 우선주 1주당 300원으로 240억원 규모의 배당으로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로 실적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어느 곳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KCGI와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현실적으로 통과되기 어렵다는 상황적 측면을 감안하면 조 회장의 연임에 보다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너 리더십을 위해서도 보다 압도적인 찬성표 확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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