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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에 드리운 민주노총 그림자…'상생'에서 '투쟁'으로


입력 2019.03.12 11:16 수정 2019.03.12 13:04        박영국 기자

금속노조 지회장 출신 위원장, 금속노조 가입 추진

르노삼성 금속노조 가입시 완성차 4개사 금속노조 장악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2월 2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 결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2월 2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 결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 지회장 출신 위원장, 금속노조 가입 추진
르노삼성 금속노조 가입시 완성차 4개사 금속노조 장악

한때 모범적인 ‘상생 사례’로 꼽혀 왔던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2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1일 4시간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총 44차례에 걸쳐 168시간의 파업을 이어오면서 총 185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특히 노조는 내부 협의를 거쳐 부분파업을 주 2회 정례화하는 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사 중 쌍용자동차와 함께 노사 갈등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업체로 꼽혀왔다.

2011년과 2012년 연 2000억원에 달하는 심각한 적자 상황에서 노사가 힘을 합친 회생 노력으로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사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닛산 로그 물량 등을 배정받는 데 성공하며 2013년 내수와 수출을 합쳐 13만대 수준이었던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도 2014년 15만여대, 2015년에는 20만대를 돌파했으며, 이후 지난해까지 연 20만대 이상씩 생산해왔다.

과거 르노삼성이 원만한 노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기업별 노조 체제’가 꼽힌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산별노조에 속하지 않은 기업별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사업장별 지부들이 교섭권을 가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이 매년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파업으로 진통을 겪었던 것과 달리 르노삼성은 그런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같은 기업별 노조 체제인 쌍용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르노삼성 노사 관계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임단협을 해를 넘겨 올해까지 끌며 파업을 지속하다 모기업인 르노에서 회사 생존을 좌우할 물량 배정 여부를 놓고 제시한 ‘데드라인’인 8일까지 타결에 실패했다.

르노삼성은 지금도 기업별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다. 복수노조로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도 존재하지만 소속 조합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기업별 노조를 이끄는 지도체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11월 조합원 선거에서 당선된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르노삼성 노조를 이끌면서 기존의 ‘상생’ 노선이 ‘투쟁’ 노선으로 급 전환됐다. 요즘 르노삼성 노조 분위기를 보면 금속노조 산하 조직 못지않은 강경세다.

박 위원장은 다름 아닌 지난 2011년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난 인물이다. 그동안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가입 조합원을 늘려 교섭권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무산되자 박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에 가입해 결국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다.

해를 넘긴 임단협과 장기 파업. 금속노조가 장악한 대표적인 사업장인 현대차, 기아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르노삼성에서 재현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지금의 기업별 노조 체제를 금속노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달에는 금속노조 및 민주노총의 지역 조직과 연대해 ‘르노삼성자동차 문제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을 결의하기도 했다.

물량 배정 권한을 손에 쥔 르노 본사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데드라인’을 넘겨가며 임단협에 합의하지 않는 것도 박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의 ‘금속노조 전환’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단협에서 기존 지도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 내야 향후 금속노조 가입시 조합원들의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으로서는 부산공장이 금속노조에 장악되면 설령 이번 임단협 위기를 넘기더라도 두고두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르노 본사에 경쟁력 있는 생산비용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와 같은 무리한 임금인상 및 복지 개선 요구에 계속해서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공장이 현재의 2교대 체제를 유지하려면 연간 최소 20만대의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지만 내수 판매는 기껏해야 10만대 수준이다. 오는 9월 닛산 로그 생산 계약 종료 이후 발생하는 연간 10만대 이상의 공백을 르노삼성 홀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부터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조까지 금속노조에 가입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속노조가 장악하게 된다”면서 “가뜩이나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매년 무리한 요구로 회사를 힘들게 하는 금속노조 사업장의 확대는 더 큰 위기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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