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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긴급점검-상] 중국의 거센 추격받는 전자· IT


입력 2019.03.13 07:27 수정 2019.03.13 08:34        이홍석·이호연 기자

스마트폰·가전,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점유율·실적 하락세

주도권 내준 LCD에 반도체 안심못해...초격차 기술 전략 강화

스마트폰·가전,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점유율·실적 하락세
주도권 내준 LCD에 반도체 안심못해...초격차 기술 전략 강화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삼성이 강세를 보였던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등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사진은 화웨이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바르셀로나 몽주익에서 언팩(공개) 행사를 열고 자사 5G 폴더블폰인 '메이트X'를 공개하는 모습.ⓒ연합뉴스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삼성이 강세를 보였던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등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사진은 화웨이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바르셀로나 몽주익에서 언팩(공개) 행사를 열고 자사 5G 폴더블폰인 '메이트X'를 공개하는 모습.ⓒ연합뉴스

국내 제조업에서 중국의 추격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과거 산업 경쟁력이 월등히 높았던 전자·IT, 자동차, 조선에서도 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국내 주요 제조업 분야 산업들을 점검하고 돌파구를 모색한다.<편집자주>

국내 전자·IT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가전과 IT기기에서는 그동안 중국산이라고 폄하하던 제품들이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변모하면서 국산 제품들을 뛰어넘을 기세다.

또 우리의 철옹성과 같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분야에서도 중국은 ‘굴기(倔起·우뚝 섬)' 전략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폰이다. 글로벌 시장 침체에 중국업체들의 추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애플과 용쟁호투를 벌이던 삼성전자는 화웨이·샤오미·오포 등을 필두로 한 중국업체들의 맹추격에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삼성이 강세를 보였던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등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2억9000만대로 3억대에서 하락한 반면, 화웨이는 처음으로 2억대 수준까지 올라섰다.

샤오미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삼성(24%)을 제치는 등 중국업체들은 이제 자신들의 안방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업체들의 공세로 실적이 하락세다. 스마트폰이 주축인 IT모바일(IM)부문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5100억원으로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직후였던 2016년 4분기에 비해서도 약 1조원 가량 적었다.

LG전자도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가 15분기 연속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폴더블(접히는)폰에서 삼성이 기술력 우위를 입증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언제 중국 업체들에 따라 잡힐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가전은 이미 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한 상태다. 과거 TV·냉장고·세탁기 등 3대 가전에서 베끼기의 대명사였던 중국업체들은 이제 무시못할 존재가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TV 출하량(1억5216만5000여대) 중 중국은 31.9%(4856만1000여대)를 차지하며 한국(4658만4000여대·30.6%)을 제쳤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1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개최된 '삼성포럼 유럽 2019' 미디어데이에서 'QLED 8K 사이니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들이 1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개최된 '삼성포럼 유럽 2019' 미디어데이에서 'QLED 8K 사이니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한국이 LCD TV 출하 대수에서 중국에 글로벌 1위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가·중형 제품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전체 물량에서 밀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때문에 8K(7680×4320)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대형·초고화질 프리미엄 시장 중심으로 한 초격차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홈의 대표 가전으로 부상한 냉장고와 세탁기에서도 국산 제품과 거의 비슷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공기청정기 등 소형 생활가전에서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기업소비자간(B2C)에 국한됐던 중국의 공세는 이제 기업간(B2B) 제품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플레이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시장이 이미 중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LCD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금액기준)은 약 30%로 한국(29.5%)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전년도(25.2%) 대비 4.8%포인트 상승한 반면 한국은 3.4포인트 하락하는 크로스 현상이 나타나며 역전을 허용했다.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여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도 자급자족하겠다는 굴기 전략을 내세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력과 양산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법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LCD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받고 있는 OLED의 경우, 중소형(삼성디스플레이)와 대형(LG디스플레이) 모두 국내 업체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LCD 시장을 차지한 중국은 이제 OLED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초격차 기술력을 과시해 온 반도체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아직 다른 전자·IT분야에 비해서는 기술 격차가 큰 편이지만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어 언제 추격의 속도가 빨라질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물론 장비와 소재 등 밸류체인 전체에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공장 전경.ⓒ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공장 전경.ⓒSK하이닉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산업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편중된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시스템반도체로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력과 양산력을 높여 초격차 기술·양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중국의 추격에 따라잡힌 상황에서 반도체라고 무조건 예외가 될수는 없을 것”이라며 “초프리미엄 제품과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한 박자 빠른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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