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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SC제일銀 본사 年 배당 1.5조…전년 7배 가져갔다


입력 2019.03.20 06:00 수정 2019.03.20 06:02        부광우 기자

씨티 9500억·SC 6120억…4대 지주 총 배당의 65.1%

순이익 훌쩍 넘는 배당 왜…거세지는 국부유출 논쟁

씨티 9500억·SC 6120억…4대 지주 총 배당의 65.1%
순이익 훌쩍 넘는 배당 왜…국부유출 논쟁 현재진행형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 본사에 지급하기로 했다.ⓒ데일리안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 본사에 지급하기로 했다.ⓒ데일리안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 본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두 은행이 올린 순이익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배당만큼은 이들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개방된 지도 어느덧 20여년이 지났지만,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국부유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해 이익에서 배당하기로 한 돈은 총 1조5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189억원) 대비 613.6%(1조3431억원) 급증한 액수다.

은행별로 보면 씨티은행의 이익배당이 9500억원으로 같은 기간(939억원) 대비 911.7%(8561억원)나 증가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8275억원을 내준데 이어 결산배당으로 1225억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중간배당 5000억원과 결산배당 1120억원을 더해 연간 6120억원을 이익배당하기로 했다. 1년 전(4870억원)과 비교하면 389.6%(4870억원) 늘었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배당은 같은 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을 모두 합한 금액(2조4007억원)의 65.1%에 해당한다. 올해 금융지주로 체제를 전환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배당은 각각 4376억원, 4504억원으로 두 외국계 은행보다 적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배당은 각각 7597억원, 7530억원으로 SC제일은행보다 1000억원 가량 많았지만, 씨티은행에 비해서는 2000억원 이상 적었다.

이 같은 배당 규모와 달리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6000억원 대로, 10조원을 돌파한 4대 금융지주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대손준비금 차감 전 순이익은 30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SC제일은행의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반기까지의 성적을 고려하면 지난해 순이익은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0조6769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지나치게 많은 배당을 퍼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배당금의 경우 벌어들인 순이익을 한참 웃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 해 동안 번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배당으로 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나름대로 그럴 만 한 사정이 있었다고 항변한다. 씨티은행은 자본 효율화를 명분으로 들었다. 자본이 쌓이면서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비율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는 반면, 자기자본수익률은 3%대에 머물며 본사 목표나 아시아 씨티의 10%와 비교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논리다. 이를 해소하고자 배당을 통해 자본을 재조정했다는 설명이다.

SC제일은행은 예년보다 많은 배당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자본 유출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대주주인 SC그룹이 배당과 동시에 10년 만기 인수 조건으로 6000억원의 원화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본사로부터 배당과 맞먹는 투자를 받았으니 무리한 행보로 볼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외국계 은행들의 배당을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의 배당이 오롯이 최대주주인 외국 본사 품에 안기는 탓이다. 지분 구조 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긴 하지만, 국내 고객들을 상대로 벌인 이자 장사의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두고 불편한 시선이 존재해 온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은행들을 둘러싼 국부유출 논란이 일게 된 발단은 1990년대 말에 터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정부가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들인 것을 계기로 우리 금융 시장이 완전 개방돼서다. 이로써 외국 자본도 금융 기관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국내 금융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의 경우 1998년 외국인의 국내 은행 소유가 허용된 이후 2000년 뉴브릿지 캐피탈이 옛 제일은행 지분 51%를 5000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 자본의 국내 은행 인수가 본격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어난 가계대출로 부담을 느끼는 국내 고객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진 와중, 그 이익이 이름 모를 외국인들에게 빠져나간다는 현실은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그렇지만 자본주의 논리 상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은 외부에서 손을 대기 힘든 영역이어서 국부유출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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