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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자 이희진 피해자들 피눈물 누가 만들었나


입력 2019.03.20 08:21 수정 2019.03.20 08:22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이희진, 피해자들에게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YTN뉴스채널 캡처 ⓒYTN뉴스채널 캡처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한 이희진 씨의 부모님이 당한 불행한 사건으로 이희진 씨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아직도 이희진 씨를 지지하는 모임이 있다고 해서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이희진 지지자 모임은 총 1460명이고, 피해자 모임은 1225명이라고 한다.

과거 이희진은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을 거쳐 수천억 대 자산을 모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화제가 됐다. 이런 스토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스스로를 ‘주식 투자의 신’으로 각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증권방송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재력을 과시했다. 20억대 슈퍼카라든가, 실내 수영장이 있는 청담동 고급 빌라 사진 등을 SNS에 올려 추종자들이 생겨났다. 인터넷 주식 방송에서 500만 원을 투자해 3억 원으로 불렸다고 하는 등 믿기 어려운 투자성공담을 대중에게 알렸다.

2014년에 투자회사를 설립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는다.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한 다음 자기가 미리 산 주식을 팔고, 원금을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등의 방법으로 211명의 피해자와 271억 원의 피해액을 만들고, 13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법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200억 원, 추징금 130억 원을 선고해 복역중이며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피해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실제 피해자수와 피해액은 훨씬 더 많다는 주장이 있다. 피해자들은 이희진 씨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다며 ‘이희진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청원까지 올렸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투자한 돈이 반토막 났다는 노인, 가정이 파탄 나거나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람들, 전 재산을 날리고 월세방을 전전한다는 사람, 등록금을 날렸다는 학생도 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희진 씨는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것이다.

이희진 씨가 이렇게 많은 피해자들을 만든 데에는 방송이 큰 역할을 했다. 일단 증권방송이 그를 주식 전문가로 소개했고, 다른 일반 채널의 예능도 그를 출연시켜 스타로 띄워줬다. 한 프로그램은 그의 화려한 생활상과 엄청난 재산을 소개했고, 또 다른 프로그램에선 관상전문가가 나와 이희진 사진을 보며 ‘돈을 엄청나게 벌 관상’이라고 하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대중으로 하여금 이희진 씨를 ‘투자의 신’으로 믿게 한 것이다.

심지어 일반 연예 프로그램도 ‘청담동 백만장자’라며 이희진 씨를 출연시켜 그를 친근한 연예인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가 예능에서 재테크나 금융 관련 얘기를 하면 주위 연예인들이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고 말하며 경탄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됐다. 투자자들은 그렇게 공공연히 방송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설마 사기를 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의 책임이 큰 것이다. 주식투자 업계는 매우 혼탁한 곳이어서 그곳에서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정보를 제공한다고 현혹하는 사람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을 섭외할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아무 필터링 없이 출연시켜 이희진 씨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방송의 책임이 크다. 이희진 씨의 실제 재산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데 방송은 그의 재산이 3000억 대라든가 소유한 차 한 대 값이 30~40억 원에 달한다는 말을 내보내며 사람들을 현혹했다.

문제는 아직도 이런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이희진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희진 씨도 향후 업계 복귀를 예고한 상황이다. 방송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희진 씨는 재산이 수천억대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감옥에선 벌금 낼 돈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하루 1800만원의 황제노역으로 벌금을 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이번 부모님 피살 사건에서 이희진 씨의 동생이 슈퍼카를 15억 원에 팔고 그중 5억 원을 가방에 담아 부모님에게 드렸다가 살해범이 탈취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희진 씨가 자기 차라고 했던 바로 그 슈퍼카 중의 하나인 걸로 보인다.

이런 것을 보면 이희진 씨의 재산이 과연 제대로 파악이 된 건지, 혹시 은닉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전하고 간편한 계좌이체를 이용하지 않고 굳이 위험하고 번거롭게 돈가방을 활용한 것도 이상하다. 이 슈퍼카는 이희진 씨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 소유라고 하는데, 동생 명의라고 해도 결국 이희진 씨의 투자금 모집이나 주식 사기 등으로 형성된 재산일 가능성이 높다. 이희진 씨의 동생도 이희진 씨와 함께 투자 사업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5억 원에 팔 슈퍼카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피해자들에게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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