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e-페달’ 달고 돌아온 닛산의 2세대 ‘리프’
1세대 리프 소유주 피드백으로 진화한 신형 리프
1세대 리프 소유주 피드백으로 진화한 신형 리프
전기차 이름이 '나뭇잎(LEAF)'이라니 이보다 친환경차 이미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닛산은 2010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EV)를 내놓으며 ‘리프(LEAF)’라는 이름을 붙였다. 리프는 현재까지 누적판매량 40만대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됐다.
어느 분야든 ‘최초’에는 늘 시행착오가 따르는 법.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경험을 무기로 하는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리프에게는 10년이라는 시간과 약 40만대 판매라는 독보적인 데이터가 있다. 리프는 1세대 리프의 경험과 소유주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진화한 2세대 리프를 선보였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0일 서울 테헤란로에서 가평군 일대를 약 125km 왕복하는 코스에서 2세대 리프를 시승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2세대 리프는 한국에서는 지난 18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새로운 리프에서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e-페달’이다.
닛산식 ‘회생제동장치’인 e-페달은 1세대 고객 피드백의 산물이다. 운전자는 e-페달 하나로 가속이나 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페달을 누를 필요 없이 완전히 정차하게 된다. 또한 제동할 때 버려지는 에너지가 모여 배터리가 충전돼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수 있다.
제동을 통해 전기를 충전하려면 주행모드를 B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기어를 D모드에서 한 번 더 당기면 B모드로 변한다. B모드와 기어 옆에 있는 e-페달 버튼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면 제동력은 강해지고, 에너지 충전이 극대화된다.
현재 각 브랜드의 대다수 전기차는 이 회생제동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회생제동장치의 관건은 ‘이질감’을 줄이는 것이다.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제동이 얼마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되는지가 핵심이다.
닛산은 1세대의 고객의 ‘이질감 없는 e-페달 요청’에 ‘안전성’을 염두해 두고 그동안 구축해 온 기술력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용해본 리프의 e-페달은 매끄러웠다는데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 게다가 e-페달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정차 상태를 유지한다.
가속페달에서 저절로 발을 떼면 멈추는 e-페달이 가장 유용한 때는 아마도 도심의 꽉 막히는 출퇴근길이 아닐까 싶다. 정체가 심한 길에서는 분주하게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e-페달은 페달 하나로 가다 서다를 할 수 있으니 매우 편리했다.
닛산 내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e-페달은 혼잡한 교통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횟수를 80~90%까지 감소시켜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e-페달에 적응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2세대 리프는 진화된 닛산의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기술로 운전자에게 안전한 주행을 제공한다. 신형 리프에는 차간거리 자동 제어(Intelligent Distant Control) 기능, 코너 주행시 각 휠의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트래이스 컨트롤(Intelligent Trace Control), 차량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Intelligent Around View Monitor) 등이 탑재돼 보다 안전한 주행을 유도했다.
2세대 리프는 강력한 e-파워트레인을 장착해 최고 150마력, 최대 32.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실제로 리프의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힘이 그대로 유지됐으며, 130~140km 속도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유지했다.
아쉬운 부분은 역시 주행가능거리다. 리프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40㎾h급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231km다. 1세대 대비 76% 늘어난 수치이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비슷한 사양의 전기차들의 기본 주행거리가 400km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히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
현재 해외에서는 62KWh급 배터리를 장착해 386km 주행이 가능한 니프 플러스 버전이 출시됐다. 이날 닛산 관계자는 “국내 수요를 살펴본 후 도입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리프의 충전은 일본 전기차 급속 충전 규격인 ‘차데모(CHAdeMO)’방식으로 이뤄진다. 차데모 충전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함이다. 그러나 국내 충전 규격은 ‘DC 콤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방식을 지원하는 멀티형 충전소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인 충전 인프라는 DC콤보 위주다.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출시 이후 리프는 수십만대가 팔렸지만 이날까지 단 한차례도 배터리 관련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70년 이상 축적된 닛산의 전기차 연구개발(R&D)의 진가는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닛산 측은 “전기차의 생명은 안전성이다. 홍수가 난 상황, 하부의 충격으로 배터리가 데미지를 입는 상황, 배터리 자체를 발화시키는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철저한 안전테스트를 했다”며 “2세대는 이전보다 더욱 안전성에 강점을 뒀다”고 자신했다.
S와 SL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는 2세대 리프의 판매 가격은 4190만~4900만원이다. 정부 보조금(9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450만~1000만원)을 받으면 2000만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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