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타일’이 완성된 칼 라르손 가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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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스타일’이 완성된 칼 라르손 가족의 삶
    <알쓸신잡-스웨덴㊶>순드보른에 있는 칼 라르손 고덴
    따뜻한 인테리어와 소품,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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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3-24 06:00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㊶>순드보른에 있는 칼 라르손 고덴
    따뜻한 인테리어와 소품,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가득


    ▲ 스웨덴 중부 팔룬 지방 순드보른에 있는 칼 라르손과 그의 고족이 생활했던 '칼 라르손 고덴' (사진 = 이석원)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꽤 유행하는 것이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북유럽의 실용적이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이 강조된 실내 인테리어나 생활 소품, 도자기 등을 일컫는다. ‘북유럽 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소재로 한 따뜻함이다. 북유럽 자체가 왠지 춥고 건조할 듯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포근한 느낌을 강조한다.

    대체로 가구들은 깔끔한 디자인의 원목이 주종을 이루고, 거실의 소파는 가죽 보다는 패브릭 소재가 대세다. 포근하고 폭신한 느낌의 쿠션이 강조되고, 자연 채광을 중요시 하지만, 자연 채광이 어려울 경우 최대한 자연의 빛에 가까운 여러 개의 조명으로 따뜻한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 북유럽 스타일의 특징이다.

    스웨덴의 일반적인 가정들은 조명이 어둡다. 이것 또한 을씨년스러운 스웨덴의 가을과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내려는 안간힘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은 방의 창문마다 스탠드를 켜놓는다.

    크든 작든 벽난로 하나 쯤 있어주면 금상첨화다. 아파트에도 불구하고 실내 벽난로를 설치하는 가정도 있다. 그리고 스웨덴 가정에서 가장 많이 소모하는 생활용품 중 하나는 양초다. 한 집에서 하룻밤 동안 20여개의 양초를 켜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스웨덴 사람들의 양초 사랑은 특별하다. 벽난로와 양초. 대단히 아나로그 감성이다.

    그런데 이런 북유럽 스타일, 스웨덴 가정......이런 말들에는 칼 라르손(Carl Larsson)이라는 화가의 이름이 따른다. 스웨덴 가정의 아기자기한 소품에서부터 가구, 옷감, 그릇, 벽난로, 양초 등등 가장 스웨덴스러운 따뜻함과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완성한 사람이 스웨덴의 대표적인 화가 칼 라르손이다.

    스톡홀름 북동쪽 230여 km, 자동차로 3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작은 마을 순드보른(Sundborn)에 칼 라르손 고덴(Carl Larsson gården)이 있다. 칼 라르손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살다가 생을 마친 곳. 한적한 전원의 한 모퉁이에 놓인 단아하고 아름다운 주택이다. 칼 라르손이 부인인 카린과 직접 가꾼 이 집은 지금까지도 스웨덴 가정의 전형으로 꼽힌다.

    ▲ 칼 라르손과 그의 부인 카린. (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 감라스탄 빈민가에서 태어난 칼 라르손이지만, 다른 사람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과 마당의 꽃도, 집 앞 작은 호수가의 풀들까지 직접 가꾸었다. 집 안의 벽난로도 직접 만들면서 타일 디자인도 손수 했고, 거의 대부분의 가구들도 원목을 잘라 본인의 손으로 만들었다. 아내 카린은 아이들의 옷은 물론, 식탁보며 쿠션 커버, 침대 시트와 이불 등도 모두 스스로 수를 놓았다.

    칼 라르손의 집은 단지 인테리어만으로 ‘가장 스웨덴스럽다’고 하지 않는다. 칼 라르손의 집은 가족의 사랑과 헌신이 가장 모범적으로 배어있는 공간이다. 그와 아내가 직접 가꾸고 만들고 꾸민 것들은 가족이 가장 편안하고 따뜻하며 아름답게 살기 위한 애씀의 성과물이었던 것이다.

    화려함보다는 평온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칼 라르손이 벽난로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딸들의 몸을 따뜻하게 덥히고,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칼 라르손은 자신의 집과 아내와 아이들을 화폭에 담았다. 언뜻 만화 같기도 한 칼 라르손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그의 집과 가족에 의해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그의 순드보른 집을 부부는 ‘릴라 휘트내스(Lilla Hyttnäs)’라고 불렀고, 8명의 자녀와 함께 살았다. 나중에 이 집은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이 되고, 칼과 카린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가구들, 그리고 벽지와 각종 소품들은 그대로 스웨덴 고유의 장식이 됐다. 이후 스웨덴 디자인의 초석이 되는 예술 수공예 운동(Art & Crafts Movement)으로 이어져 비로소 ‘북유럽 모던 인테리어’의 기초가 된다.

    한국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북유럽 스타일, 스웨덴 인테리어에 열광하고 있다. 2014년 경기도 광명에 이케아가 들어서면서 이제 스웨덴 스타일 가구는 해외에서 사오지 않아도 자기 집으로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게 됐다. 스웨덴 스타일의 조명과 침구, 아이들의 책상과 침대까지도 스웨덴의 가정을 그대로 옮겨온 듯 따뜻하게 꾸밀 수 있게 됐다.

    ▲ 칼 라르손의 대표 작품인 벽화 '동지 희생'. 스톡홀름 국립 미술관에 있다. (사진 = 이석원)

    그러나 알고 보면 진짜 ‘스웨덴 스타일’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 가구들 속에, 그 깔끔하고 따뜻한 침구들 속에, 그리고 온화한 조명들 속에 가족이 있어야 한다. 비록 아빠와 엄마가 직접 만들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함께 가구와 소품을 사고, 그것을 배치하고 가꾸고, 함께 포근히 침구로 몸을 감싸고......

    그래서 지금 스웨덴 가정은 칼 라르손의 가정을 쏙 빼닮았다. 가족은 지금의 스웨덴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모든 것은 가정에서 시작하고, 성장하고, 완성된다. 그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따뜻한 시선이고, 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표현된다.

    일과 가정의 명확한 구분이 있지만 가정의 가치를 최우선 하는 것은 일번 기업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육아를 위해서 총리 자리를 고사하는 유력 정치인이나, 가족 여행을 위해 국회의원을 휴직하는 이들을 볼 수 있는 게 스웨덴이고, 그것은 가정을 모든 가치의 정점에 놓는 그들의 삶의 방식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칼 라르손과 카린,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살아오고 남겨 놓은 가정의 따뜻함과 소중함이 있다. 제 아무리 북유럽의 칼바람이 사람들을 움추려 들게 하는 겨울이라도 가족이 함께 있어서 따뜻한 그런 가정.

    순드보른에 있는 칼 라르손과 그의 가족들의 집은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가정의 표본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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