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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국민 선택 먼저 물어라


입력 2019.03.24 05:00 수정 2019.03.24 16: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위헌적 선거제 개편, 슬로우 트랙으로 검증해야…‘잘 맞지 않는 옷’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제 아래 단원제 국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무…자격 미달 정치꾼 양산 영동형 비례대표제

위헌적 선거제 개편, 슬로우 트랙으로 검증해야…‘잘 맞지 않는 옷’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제 아래 단원제 국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무…자격 미달 정치꾼 양산 영동형 비례대표제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잘 맞지 않는 옷’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켜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야3당과 합의한 국회의원 선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남미의 좌파 국가 ‘볼리비아’ 한 곳밖에 없다.

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불안에 시달리는 후진국 볼리비아 제도를 따라가려고 안달하는 걸까?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서로 ‘잘 맞지 않는 옷’인데 이 생소한 조합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속내는 무엇일까?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이유는 정치적 안정이다. 대통령제 국가들은 대개 주도적인 양당 구조를 형성하여 국정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인종, 계층, 이익단체를 대표하거나 전문성을 보완하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여러 나라가 비례대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다.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나라들은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파나마, 남아프리카공화국, 키프로스 등 몇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수대표제를 적용하여 지역구 대표(253명)를 선출하고, 보충적으로 비례대표(47명)를 뽑는 혼합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만과 멕시코가 우리와 같다.

그런데 대통령제 아래서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경우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대표적인 곳이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여 극심한 매표(賣票) 행위와 정당 난립을 불러와 만성적인 정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표의 비례성을 강화하려다 소수정당의 난립을 초래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부작용을 차단하고자 비례대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선진국도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는 다수 득표자를 선출하는 다수대표제를 고수한다. 2등, 3등 후보의 득표 가치를 살리려는 것보다 1등 득표자에게 ‘승자독식’의 힘을 확실하게 실어주는 식이다.

이들 나라들은 국회를 국민들이 직접 뽑는 국회의원들로 구성하는 것이 직접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다 잘 구현하는 것으로 본다. 단순히 정당지지율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례대표 후보를 정당이 국회의원으로 지명하는 형태의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다.

다수대표제만 고수하는 이런 나라들의 경우 통치 구조와 관계없이 지배적 양당 구조가 형성되어 정국이 안정된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을 빼고는 모두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이런 선진국의 모델을 따라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한 270명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비례대표제는 투표의 비례성 강화를 통해 다당제를 유도하도록 기능한다. 현실 정치에서 다당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장점과 동시에 정치 혼란의 토양이 되는 단점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제 아래 단원제 국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어떤가.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뉴질랜드이다. 이들 나라는 모두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느 정도 어울리는 제도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제 아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남미의 볼리비아 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들의 외형만 보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특별한 사정들이 있었다. 독일의 경우 히틀러 독재 정치의 체험에서 과도하게 우월한 정당의 출현을 막고자 다당제를 선호하게 되었다.

볼리비아의 경우 완전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을 뽑다가 브라질처럼 비례대표제의 병폐가 드러나자 이를 개선하고자 1994년에 다수대표제를 가미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형태를 갖게 되었다.

이는 정당 난립을 지양하고 정치적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배적 정당 위주의 양당 구조 형성에 대한 희구가 담겨 있다. 볼리비아 국회는 상원, 하원의 양원제로 운영되며, 정당 비례대표 50%가 포함된 하원을 전부 지역구에서 뽑힌 상원이 견제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볼리비아의 도입 배경이나 과정과 상이한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다수대표제를 근간으로 삼고 비례대표제를 보충적으로 활용하면서 지배적 양당 구조가 유지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나아가려는 것은 정치 불안을 야기할 다당제로 한발 다가서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단원제인 우리 국회에 과다한 비례대표의 유입은 자질 저하와 정치 혼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독일, 뉴질랜드, 볼리비아 모두 양원제 국회를 통해 총리, 또는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이 완화되고 정치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검증된 좋은 제도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면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제 아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본 나라의 경험적 교훈은 없다. 더구나 우리처럼 대통령제 아래 단원제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운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우리는 충분한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실험을 해 볼만큼 여유롭지 않다.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제를 택한 우리나라에서 정당 난립과 정치적 불안은 국가의 명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국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를 활기차게 하지만 위난의 시기에는 국론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의원내각제를 오랫동안 운용해 온 나라라면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다당제가 형성된 상황에서 여소야대가 될 때 여당이 몇몇 야당과 연정하여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끈 경험이 많아지면 정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위기 대처 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 따라 국민들의 대통령제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다. 역사적으로 4.19 혁명이후 한 번의 의원내각제 경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김대중과 김종필이 의원내각제 도입을 약속한 DJP연합으로 김대중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흐지부지되었다. 연정의 협치가 오래 유지되기 힘들었고,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제 고수를 원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다수대표제는 어느 정도 조합을 맞추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다당제와 의원내각제에 더 잘 어울리는 연동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정치 안정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당이 이런 부조화된 제도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데에는 어떤 정략이 숨어 있지 않나 합리적 의문이 든다.

자격 미달의 정치꾼 양산할 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하나뿐인 사례인 볼리비아의 경험은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여당의 의석이 40% 이상이 되고, 한 두 정당과 연정이 잘 될 경우 어느 정도  정국 안정을 이룰 수도 있다.

물론 제1야당을 제키고 다른 야당을 모두 모은 편향적 연정을 통해 억압적 안정을 꾀할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여당 의석이 아주 적어 여러 야당의 협치가 절실할 때, 연정 과정은 ‘장관 자리 나누어 먹기’라는 야합과 거래로 점철될 소지가 많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이 직접 뽑지 않고 정당 지지율에 맞춰 배정된 인원을 당에서 정한 순번에 따라 후보를 당선시키는 제도이다. 물론 비례대표 공천 기준과 절차를 당헌당규에 명시하고 당원이나 대의원 또는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를 결정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형식적 절차를 개선해도 실질적으로는 당이 결정한 후보자를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후보자는 지역을 대표하여 국민 주권을 어느 정도 실현해 준다. 또 당선된 이후에도 지역민의 감독과 견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결정권은 국민이 아닌 정당의 지도부 소수가 쥐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정당들은 국민의사를 올바로 대변하는 국민정당으로 신뢰 받기보다,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패거리 집단’, ‘이익 집단’으로 비판 받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대폭 증원(47명->75명)하고 그 선정권을 정당의 지도부에게 쥐어 준다면 국민 주권이 크게 훼손될 여지가 많다. 물론 득표의 비례성을 높인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례성을 높이는 것은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고질적인 영호남 갈등과 지역 편향성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왜 중대선거구제를 논의하지 않는가?

정당에 맡기는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은 그동안 드러난 것만 보아도 심각하다. 그동안 누가 비례대표로 낙점 되었는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훌륭한 비례대표 의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여망에 부응하는 덕망과 역량을 갖춘 사람보다 정당에 충성심이 강하고, 정당의 이념에 충실한 전사형 인사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를 챙겨주는 보은(報恩) 성격의 인사도 많다. 이처럼 비례대표 낙점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돈 거래 의혹도 끊이지 않아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고 비판 받아온 게 사실이 아닌가.
   
더구나 비례대표 의원은 한번 선출되면 직접 대면할 기회가 거의 없는 국민들이 견제하기 어렵다. 물론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적 사안에 관심을 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이 반대로 정파를 대변하여 정쟁에 몰두할 경우 치명적 단점이 될 수 있다. 현실의 모습은 후자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 받아온 임수경, 이석기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비례대표제가 갖는 맹점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자격 미달의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회를 정쟁으로 이끈 수많은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과도하게 늘리려고 제시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에 줄 서지 않고 당에 줄 서는’ 정치꾼들을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민 주권의 헌법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려 국민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석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 수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 주권 훼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헌적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제시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정적 하자는 위헌적이라는 점이다. 2001년도에 헌법 재판소는 지역구 투표의 득표비율을 근거로 비례대표를 뽑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때 위헌의 핵심 요소는 1인 1표제 하에서 투표의 목적과 가치가 다르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지역구 투표와 정당지지 투표를 별개로 한 후에 정당지지 득표 비율을 근거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면 위헌 요소가 완전히 치유되는 것인가? 그렇지도 않다. 이때에도 지역구 투표의 가치와 정당지지 투표의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등가성의 원칙에서 벗어나 위헌 소지는 여전하다.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정당지지 투표한 비율의 결과를 전국 단위, 권역 단위로 적용하여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배정하는 것도 위헌적이다. 지역구 투표에서 아쉽게 탈락한 후보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제하는 석패율 제도 역시 위헌 소지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당초 투표한 목표와 가치가 불형평적으로 변동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 주권은 사라진다.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국민의 신성한 투표권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국 여러 위헌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수정당에게 의석을 보장해 줌으로써 다당제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대통령제 아래서 다당제가 초당적으로 추구해야 될 목표인가? 대통령제 아래에 정당이 난립하면 정치적 불안이 만성화되고, 여당이 군소 야당과 야합하여 정권 연장을 고착시킬 소지가 많다. 결국 자유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한다.

위헌적 요소가 많고 다양한 역기능을 낳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당 정치의 합리적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제도다. 이런 엄청난 부정적 정치 변동의 단초가 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합의한 적이 없다. 국민들은 이 사안을 정당 간의 야합과 거래로 결정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

헌법 가치 훼손하는 선거제 개편, 슬로우 트랙으로 검증해야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입법부를 구성할 게임의 룰인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국민 주권의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중차대한 제도이다. 더구나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대통령제 통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려면 통치구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인지, 선거제도를 왜 바꾸려 하는지, 어떻게 바뀌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상히 설명하는 게 먼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생 문제도 아니고 긴급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한 후에 정상적인 입법 과정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사안의 막중함에 비추어 여당이 제1야당을 제외한 채 일부 야당과 야합하여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몰아가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더 효과적이고 더 급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이다. 입법부의 기능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능과 상관관계가 깊다. 입법부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패스트 트랙으로 함께 처리하려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권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더 크고 예리한 칼’을 더 쥐어 주는 것과 같다. 이게 국민의 권익을 위협하는 더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려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 이는 아직 학업에 더 열중해야 할 고교생들을 정치화시키는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미성숙한 학생들이 정쟁의 도구가 될 소지가 있다. 국민 주권 행사에 참여하기 이전에 먼저 국가관과 건강한 민주시민 의식의 기초를 다질 시간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우리 교육이 전교조 교사의 편향 교육에 멍들어 있는데, 선거연령을 낮추게 되면, 교육 현장은 더욱 황폐화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은 아직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시기상조다. 여당이 이런 중요한 사안을 끼어넣기 식으로 패스트 트랙에 올린 것은 속이 다 보이는 정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왜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생소한 제도를 갑자기 밀어 붙이려고 할까?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민들은 소상히 알 필요도 없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들이 알아서는 안 될 두 정당만의 셈법이 따로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근의 정당 지지율과 현 국회의원 의석 수에 적용해 보면,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을 사는 정의당의 의석 수를 늘려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려는 꼼수는 아닌지 비판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인위적으로 특정 정당의 의석을 배가시키는 행위로써 게임기의 승률을 조작하여 배당을 늘리려는 불법과 비슷하여 정의롭지 못하다. 게임의 룰을 변경하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을 국회의석 비례대표 의석으로 현혹하고 거래하려는 야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길게 보라. 현재 정당의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건강한 여야 양당 구조를 튼실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헌정의 100년 대계를 구상하지 않고 100년 집권의 야심으로 국회의원 의석수나 헤아리는 치졸한 셈법은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국민들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어느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겠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고, 대통령제를 고수하겠다면 당장 포기하라. 대통령제 또는 의원내각제의 선택 여부는 국민투표에 붙여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소수의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제 우리도 상원, 하원의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때다.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구비례에 의한 단원제 국회의원 선출은 지방에 점점 더 불리해진다. 지역을 대변할 상원과 국가적 의제에 전념할 하원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원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현행 국회의원 의석 수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이제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때 초래되는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헌정 구조의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제도를 제1야당을 빼고 나머지 정당 간의 밀실 야합만으로 졸속 추진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끝까지 협상해야 한다. 그 과정과 내용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소상히 알려야 함은 물론이다.

또 이 헌정의 백년대계에 대해 다수 국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공청회를 몇 년을 두고라도 천천히, 여러 번 개최하자.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다. 이 사안이야 말로 ‘슬로우 트랙’(Slow track)으로 가야 한다. 정략을 버려야 정의가 바로 선다.

ⓒ
글/박경귀 자유한국당 아산시(을) 당협위원장·행정학 박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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