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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 감사에서 드러난 '원형복원'의 어려움


입력 2019.03.24 15:44 수정 2019.03.24 15:45        스팟뉴스팀

건축문화재 원형(原形), 시기 특정과 정의 힘들어

문화재청이 지난 23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수리 전(왼쪽) 과 후 미륵사지 석탑 모습.ⓒ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지난 23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수리 전(왼쪽) 과 후 미륵사지 석탑 모습.ⓒ문화재청


건축문화재 원형(原形), 시기 특정과 정의 힘들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석탑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인 639년 건립됐다.

발단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1년 10월 시작해 최근 마무리한 미륵사지 석탑 해체·수리 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였다.

감사원은 지난 21일 공개한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미륵사지 석탑을 첫머리에 올리고 보수가 '부적정'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석탑 외부가 아니라 겉보기에는 나타나지 않는 내부인 적심(積心)이다. 미륵사지 석탑 적심은 본래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돌과 흙으로 채워졌으나, 돌과 돌 사이를 메운 흙이 빠져나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감사원이 석탑 보수 과정을 살펴본 뒤 적심에 대해 지적한 사항은 크게 구성물과 절차로 요약된다.

감사원은 연구소가 본래 적심을 해체할 때 확인한 공법대로 복원하기로 했으나, 6층 중 1∼2층은 새롭게 가공한 직사각형 석재를 사용하고 3층 이상은 기존 부재를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적심석 사이에 성능이 뛰어난 실리카퓸 배합 접착제가 아니라 접착력이 다소 떨어지는 황토 배합 접착제를 썼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륵사지 석탑이 '원형'(原形)을 상실하고 일관성이 떨어졌으며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감사원 결론이다.

문화재청은 적심 구성물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1∼2층 내부를 새로운 석재로 쌓은 뒤 안정성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했고, 3층 이상은 해체 과정에서 나온 기존 적심석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려고 재활용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이 미륵사지 석탑과 관련해 연구소를 비판하면서 여러 차례 언급한 용어가 '원형'이다. 그 근거로 제시한 법 조항은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는 문화재보호법 제3조다.

하지만 문화재 수리와 복원에서 기준이 되는 '원형'은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실상은 매우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여서 문화재계에서 여전히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학계 전문가는 "문화재 수리를 하다 보면 원형이라는 이상과 안전성·비용·공사기간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시로 전문가 조언을 받아가며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미륵사지 석탑을 계기로 원형 개념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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