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CEO가 뛴다-20] '비온 뒤 땅 굳는다' 허인 국민은행장 '소통과 혁신'


입력 2019.03.27 06:00 수정 2019.03.26 20:43        부광우 기자

'직원과 대화의 장' 파업 딛고 소통 드라이브

'디지털 혁신 기반' 젊은 목소리 직접 듣는다

'직원과 대화의 장' 파업 딛고 소통 드라이브
'디지털 혁신 기반' 젊은 목소리 직접 듣는다


허인 KB국민은행장.ⓒKB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장.ⓒKB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총파업 고비를 무난히 넘기고 소통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자칫 조직 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었던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라는 허 행장의 남다른 이력은 빛을 발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허 행장은 위기를 전화위복의 발판으로 삼아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중순부터 허 행장은 평일 저녁 시간을 빌어 전국 영업점 직원들과 대화의 장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허 행장은 공감 릴레이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경영진들 역시 지역본부를 찾아가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구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허 행장의 행보는 올해 초 파업을 통해 불거졌던 상처를 직접 봉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1월 국민은행 노조는 19년 만에 총파업을 벌이며 사측과 맞섰다. 성과연봉제와 보로금 등을 둘러싼 조건이 핵심 쟁점이었다. 같은 달 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제시한 사후조정안을 노사 양측이 수용하면서 파업은 일단락 됐다. 그리고 5년 안에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외부전문가와 함께 급여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허 행장은 적극적인 대화로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는데 성공했다. 당초 국민은행 노조는 다섯 차례에 파업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였다. 하지만 허 행장이 직접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해를 구하면서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는 허 행장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결과로 평가된다, 허 행장은 과거 국민은행에 합병된 장기신용은행의 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금융권에서 누구보다 노조와 직원들이 입장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최고경영자라는 평이 따라 붙는 배경이다.

허 행장은 파업을 뒷수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를 앞으로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우선 20~30대 젊은 직원들을 생각이 직접 경영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올해 리버스 멘토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신입 사원이나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되는 역멘토링이다.

본부와 영업현장 직원들로 구성돼 자율적인 소통 활동을 추진하는 에코 리더도 새롭게 선보인다. 또 직원과의 소통 채널인 와이즈넷에 토론공간을 만들어 이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나 방안을 실행하고, 진행 상황을 공개하는 선순환의 프로세스도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허 행장은 이를 통해 모인 목소리를 모아, 당면한 최대 과제인 디지털 혁신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허 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고유의 일하는 방식인 KB다움을 직원들의 공모와 참여를 통해 도출했다"며 "조만간 모바일와이즈넷에 이어 KB-드라이브 등과 같이 훌륭한 스마트 워크 환경을 갖추게 되는 등 KB다움에 대한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쌓여서 진정한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창립 17주년을 맞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원년을 선포하고, 2025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디지털 관련 투자와 4000명의 디지털 인재 양성 목표를 공개했다. 당시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들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전기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듯, 디지털은 4차 산업혁명의 새 물결이며 변화는 선택이 아닌 우리의 숙명이라며 디지털 전략 강화를 천명했다.

허 행장이 디지털화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를 예로 든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금융사라는 틀 안에 갇혀서는 진정한 혁신을 일궈낼 수 없다는 의지다.

그는 신년사에서 "스타벅스의 미국 내 모바일 결제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서고 선불카드에 충전된 현금 보유량이 1조원을 넘기는 등 금융 소비 방식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이제는 디지털 실력과 기민함, 효율성이 은행의 미래 생존조건이 되고 있다"며 "올해도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과 직원 중심의 KB 실현으로 경영 방향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려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중국의 인터넷 신조어 중에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디지털 버전이라 할 만한 우쌍약철(又双叒叕)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또 우(又)자가 무려 10번이나 반복됨으로써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표현"이라며 "2019년도 어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국민은행의 담대한 혁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