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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집 아니면 다 파는 ‘척’ 하시라”...국민 신뢰 나락


입력 2019.04.02 06:00 수정 2019.04.02 11:04        원나래 기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2주택자 논란에 연천 주택 친동생에게 매각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3주택자 논란에 자진사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2주택자 논란에 연천 주택 친동생에게 매각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3주택자 논란에 자진사퇴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모습.ⓒ데일리안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모습.ⓒ데일리안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는) 2018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사는 집이 아니면 좀 다 파시라.”

지난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말이다.

하지만 당시 김 장관은 경기도 일산 아파트는 물론 경기도 연천에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김 전 장관이 연천 집을 팔며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으나, 연천의 집을 매수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 장관의 친동생이었다.

김 장관에 이어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였다.

최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엘스(59㎡)와 분당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2단지(84㎡) 등 아파트 2채와 세종시 반곡동에 건설 중인 캐슬&파밀리에 디아트 팬트하우스(155㎡) 분양권을 소지하면서 사실상 3주택자로 논란을 겪었다.

특히 분당 아파트를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 딸 부부에 증여하고 월세로 다시 거주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꼼수 증여’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에 그는 인사 청문회 내내 자신의 부동산 보유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사과하기도 했으나, 결국 전날 국토부 장관을 자진사퇴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 논란으로 자진사퇴했지만,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관마저 이를 역행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더 이상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재개발 상가 투자 논란까지 겹치면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는 물론 정부의 정책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논란도 거세다.

더욱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또 집값을 살리기 위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놔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오랜 학습에서 비롯된 불신마저 쌓였다.

“부모 집을 자식에게 증여하거나 매매시키고 나서 다시 부모가 그 집에서 전월세로 사는게 가능한지 이번에 알았다”, “돈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 방법 써서 부의 대물림만 계속 되겠네”, “부동산 투기 강사로 모셔 많이 배웁시다” 등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에도 부동산 까페 게시판에는 불만의 글과 함께 현 정부를 원망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토부 최초의 여성장관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데뷔해 집값 잡기에 올인 했으나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실적을 남기지 못한 김현미 장관과, ‘부동산 투자는 무조건 적폐’라는 현 정부의 기조 속에 시세차익만 23억원을 남겼다는 최정호 후보자. 서민주거를 책임질 고위 공직자들이 정작 공직에 있을 때 부동산 투자에 몰두한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동안 정상적인 투자까지 단지 다주택을 보유했다는 등의 이유로 적폐처럼 몰아붙였던 정부의 모습이 역으로 투영된 모습이기도 하다.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 이제 이 말은 “사는 집 아니면 다 파는 척(?)이라도 하시라”로 들릴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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