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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들쭉날쭉 공시가격 피해자였다”


입력 2019.04.03 06:00 수정 2019.04.03 06:06        이정윤 기자

구도심 일반아파트인데 강남3구‧마용성보다 공시가 더 올라

“형평성에 맞춘 고가주택 핀셋인상 기준은 어디에…”

구도심 일반아파트인데 강남3구‧마용성보다 공시가 더 올라
“형평성에 맞춘 고가주택 핀셋인상 기준은 어디에…”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백날 집값이 고만고만한 동네 아파트인데 무슨 공시가격이 강남3구나 마용성보다 더 올랐는지 모르겠어. 이거 왜 이런거야?”

부동산 기자로 현장 취재를 다니다보니 종종 지인들로부터 부동산 관련 질문을 받곤 한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후에도 어김없이 지인 K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사연은 이러했다. K는 동대문구 구도심에 있는 A아파트에 평생을 실거주해오고 있다.

동대문구는 작년에 투기지역으로 선정되긴 했지만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서너 곳 정도만 집값이 올랐지 나머지 단지들은 특별한 호재 없이 잠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달 4일까지 공시가격 의견청취 기간이라는 말에 혹시나 싶어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를 들어가 본 K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9.4%나 껑충 뛴 것이다.

그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공시가격 관련 내용을 급히 찾아봤더니 서울 평균은 당연하고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강남보다도 인상률이 높더라”며 “부동산 투기는커녕 집 한 채 있는 걸로 조용히 살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런 것이냐”고 토로했다.

K의 말대로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인상률은 14.1%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용산구(17.98%), 동작구(17.93%), 서울 마포구(17.35%), 영등포구(16.78%), 성동구(16.28%), 서초구(16.02%), 강남구(15.92%), 강동구(15.71%), 송파구(14.01%) 등의 순으로 공시가격이 인상됐다.

A아파트가 있는 동대문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인상률은 15.84%에 그쳤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A아파트는 동대문구에서 집값이 비싼 아파트 상위 10위 안에도 들지 않는다. 더구나 작년 한 해 동안 이 아파트 단지의 매매 거래는 총 18건에 그친다. 사고팔기 바쁜 투기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A아파트 가격은 전용 84㎡를 기준으로 4억원 중반 대를 오가다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작년 하반기에 2건의 거래가 5억원 문턱을 넘긴 것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A아파트의 공시가격이 19% 넘게 올랐다니 누가 들어도 억울할 만하다.

공시가격 산정에 있어 형평성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시가 12억원 이상 주택을 핀셋인상 했다는 정부의 말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자가 K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그저 기간을 놓치지 말고 의견접수를 해보라는 것뿐이었다. 접수한 의견이 수렴될 지 여부도 장담할 순 없다.

여느 때와 달리 국토부 장관까지 자리를 마련해 형평성을 맞추겠다고 공언한 올해 공시가격이기에 씁쓸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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