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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식 ‘읍참’과 김의겸이라는 ‘가짜 마속’


입력 2019.04.06 07:03 수정 2019.04.06 07:03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종근의 좌충우돌> 최측근 베어 꼬리 잘라내고 몸통인 자신 호가호위

문 대통령, 그 책임 스스로 다하기는커녕 김의겸과 애틋함을 노출

<이종근의 좌충우돌> 최측근 베어 꼬리 잘라내고 몸통인 자신 호가호위
문 대통령, 그 책임 스스로 다하기는커녕 김의겸과 애틋함을 노출


ⓒ데일리안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은 다정다감하다. 눈물이 많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라도 한두 번 눈가를 훔치는 순간이 없진 않았겠지만 문 대통령은 유난히 ‘눈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이어지는 일화가 많다. 정치인의 눈물은 메시지다.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반대자를 가해자로 몰아 무장해제 시킨다.

지난 3월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상가 부동산 매입 의혹으로 문제가 된지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그날 오후 춘추관에서 마지막으로 기자들과 만나 후에 길이 길이 회자될 호전적인 사퇴의 변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논란이 발생한) 전날 사퇴를 결심하고 오늘 아침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보고하니 대통령과 점심을 잡아줘서 오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왔다”고 묻지도 않은 일정을 말하면서 “노 실장은 그만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대통령을 뵙고 나서 언론에 보내라 했는데 대통령을 뵙게 되면 그 글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저지르자고 언론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이제 어디에서 살 것이냐”고 물었고 자신은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사퇴의 변을 기자들 앞에서 밝히는 대변인의 자리는 원래 자신의 사적인 문제로 인해 대통령과 청와대에 누를 끼친 공직자가 그를 부끄럽게 여기고 스스로 물러남을 고하는 자리여야 했다. 본인의 억울함은 공직의 엄중함에 비추어 사사로운 것이다. 29일은 자신의 부동산 관련 의혹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김 대변인이 한미정상회담의 일정과 의미를 밝히고 기자들에게 배경 설명을 했어야하는 날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문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특별히’ 언급했다. ‘점심을 같이 먹어주었고 함께 산책도 해주었으며, 자신의 거처를 특별히 걱정해주었다.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입장문을 언론에 돌리지 않았다면 대통령은 만류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음이 약해져서 못 떠날 것 같아 만나기 전에 입장문을 돌렸다.’ 구구절절이 문 대통령과의 관계가 애틋한 것은 알겠지만 국민을 향한 사과는 커녕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물의를 빚고 떠나는 청와대 참모를 불러 당일 점심을 함께하고 산책을 하며 그렇게 한 사실을 바로 언론에 말하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일수록 내칠 때 더 거리를 뒀다. 그게 당사자를 위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최측근들을 숱하게 떠나보낸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그들을 사퇴시킨 당일날 문 대통령처럼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걱정해주었다는 기록은 없다. 식사를 함께 했더라도 훗날 정치인의 회고로 알게 될뿐 논란의 와중에 그런 사실을 공표하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은 다정다감하다. 보수언론의 등쌀에 못이겨 떠밀려 나가는 대변인이 눈에 걸렸을 것이다. 박수현 대변인에 이어 김의겸도 관사를 챙겨줬는데 그것도 비워야 되니 걱정도 됐을 것이다. 국민들 눈높이는 쓸데없이 높아져서 자신을 위해 전선의 최전방에서 싸워준 나팔수를 잃었으니 상심도 컸을 것이다.

어느 기사에서 논란 하루만에 아끼는 김의겸을 떠나보내는 문 대통령의 위와 같은 심정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 표현했다. 중국의 고사(故事)가 우리나라에 건너와서 생고생이다. ‘읍참마속’은 이럴 때 쓰는 고사성어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 고사를 제갈량이 총애하던 마속을 전장(戰場)에 보냈다가 그의 지시를 어기고 대패한 뒤 그 책임을 물어 처형한 사실로만 기억한다. ‘읍참마속’의 의미 안에는 처형 후 제갈량이 어떻게 했는 지까지가 포함돼 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39살의 마속은 제갈량의 편애 속에 대군을 이끌었는데 위나라와의 가정(街亭) 전투에서 제갈량의 지시와는 반대로 산으로 군을 이끌고 올라가 진을 쳤다가 위나라 장수 장합에 의해 수많은 병사들을 잃고 만다. 제갈량은 군율을 어긴 마속을 처형했고 눈물을 흘렸다.(謖下獄物故 亮爲之流涕). 여기까지가 알려진 내용이지만 제갈량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제갈량은 마속을 뽑고 그에게 일을 맡긴 책임을 스스로 진다.

“과오는 신(臣)이 아랫사람에게 임무를 잘못 맡긴데 있습니다. 신은 사람을 알아보는 명철함이 없었으며, 일을 맡김에 어두움이 많았습니다. 청컨대 저 스스로 직위를 강등시켜 책임을 다하게 해주십시오”(<제갈량전> 상소)

이 상소는 물론 왕에게 올린 것이지만 더불어 백성들과 병사들에게 고한 것이다. ‘읍참마속’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제갈량은 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마속의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를 천거하고 배치하고 임무를 준 자신의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 ‘읍참마속’의 ‘읍(泣)’은 아끼는 마속의 목을 베어야하는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마속을 인사에서 배제하지 못해 수많은 병사가 희생된데 대한 참회의 눈물이다.

최측근을 베어서 꼬리를 잘라내고 몸통인 자신은 호가호위하는 것이 ‘읍참마속’이 아니다. 해적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책임을 물어 후보자를 지명철회 했지만 그를 후보자로 천거한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는게 ‘읍참마속’이 아니다. 부동산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므로 2018년 4월까지 시간을 줬으니 사는 집이 아니면 집 2채 이상 가진 사람은 팔라는 겁박을 하고서는 노른자 지역에 집 3채 소유한 후보자를 뽑아놓고 자진사퇴 시킨 것이 ‘읍참마속’ 이 아니다.

김의겸을 조동호를 최정호를 물러나게 한 다음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지는 것이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제갈량처럼 ‘깜량이 안되거나 부도덕한 아랫사람에게 임무를 맡긴 책임, 사람을 알아보는 명철함이 없었는데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그 책임을 스스로 다하기는커녕 문 대통령은 그날 김의겸과의 애틋함을 노출했다.

진짜 ‘읍참마속’의 고사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처형했을 때 십만 대중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이 있다.(<삼국지> 배송지(裴松之) 주) 김의겸을 위해 조동호를 위해 최정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는 국민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글/이종근 언론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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