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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각하, 천하를 말 위에서 얻을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없습니다"


입력 2019.04.08 05:00 수정 2019.04.07 21:46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집권세력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기력과 지혜 있느냐”

문재인 정부, 이제 말 갈아탈 때…촛불정국의 말은 지쳤고 무기도 소진됐다

<김우석의 이인삼각> “집권세력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기력과 지혜 있느냐”
문재인 정부, 이제 말 갈아탈 때…촛불정국의 말은 지쳤고 무기도 소진됐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4.3 재보선’이 끝났다. 민심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정권과 여당에 힘을 몰아주었다. 그 이후 1년도 안된 시점에 국민은 정권의 권력행사를 경고하고, 내년에 회수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정권에 대한 경고장이었고, 집권세력의 ‘무능’과 ‘무기력’에 대한 심판이었다. 국민으로 부터 받은 권력을 특정 개인과 기득권 세력을 위해서만 썼다는 판단인 것 같다.

지난 주 칼럼에서 필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썼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하지 못하고 정치지형이 현상유지로 간다면, 현 정부는 지금의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고, “더 늦어지면 국정혼란은 가중되고 나라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국민이 채찍을 들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갑자기 채찍을 들면, 나라는 더 망가지고 회복시킬 기회도 놓칠지 모른다”고 썼다. 재보선 결과는 필자의 바람대로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집권세력이 그 교훈을 잘 해석하느냐다. “집권세력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기력과 지혜가 있느냐”가 문제다. 만약 정부여당이 국민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불통과 독선을 고집하면, 정국은 더욱 꼬일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는 내상을 입을 정도로 ‘몽둥이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민심은 회초리가 통하지 않으면 몽둥이를 쓸 수 밖에 없다.

이번 주가 시험기간이다. 재보선 민심이 나온 직후, 첫 국회일정(4월국회)이 이번 주에 시작된다. (김의겸 청와대대변인 사건과 함께) ‘민심악화’에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것은 장관 인사청문회였다. 그런데도 ‘장관임명’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것이다. 재보선의 민심은 ‘일방통행을 멈추고 협치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를 보면 ‘임명강행’을 예상하는 기사가 많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하는 김연철(통일부)·박영선(중소벤처부) 후보자의 장관임명을 강행할 것이란다.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할 수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협치’는 물 건너가는 것이다. 야당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4월 국회는 또 다시 여야 대결로 ‘빈손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3월 국회가 아무 성과없이 지나갔고, 그 결과 재보선에서 여당은 심판을 받았다. (언론은 1:1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선거 두 곳 중 여당은 예선에서 한번 패했고 결선에서 또 한 번 패배했다. 기초의원을 포함한 전체 5개선거에서 여당은 아무 소득도 거두지 못했다). 야당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이었던 전략’을 바꿀 수 없다. 당 지도부는 당의 구성원을 설득할 수 없고 구성원은 지지자를 설득할 수 없다. 여당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한, 야당(opposition party)은 그 본분인 ‘반대’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월 국회의 최대쟁점은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란다. 이는 이번 재보선결과에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경제실정’에 맞닿아 있는 문제다. 민노총은 선거당일 국회에서 폭력시위를 벌였다.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를 반대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현 정부가 “초심을 잃었다”며 ‘촛불청구서’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보낸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유권자들은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고 마음을 굳혔을 것이다. “지금 심판하지 않으면, 이들의 독선과 독주는 계속될 것이고 경제는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은 산업단지들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가 끝없이 추락한 지역이다. 조선업이 붕괴된 통영은 엄청난 표차로,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은 창원은 예상과 다르게 접전으로, 국민들의 공포감을 투표로 표출한 것이다.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한 고통과 공포는 머리로 학습하는 것 보다 행동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 시위는 당연히 민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 청와대와 여당은 현실을 인정하고, ‘국정기조’ 변화로 화답해야 할 때다.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에 대해 유연성을 갖자는 안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에 민노총은 반발했다. 이제 선거에서 민심이 표출됐다. 그 민심을 기반으로 민노총에 노선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도 따르지 않겠다면 그들은 국민의 적이다. 당연히 정부는 이들과 결별해야 한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과 유리(遊離)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폭력시위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이 선거에 임하는 국민을 더 화나게 했을 것이다.

원나라 명재상인 야율초재耶律楚材(1190-1244, 자는 진경晉卿)가 전한 유명한 문구가 있다. “천하를 말 위에서 얻을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없습니다”는 말이다. 몽골족은 말위에서 무력으로 세계최대 제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다스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국에 자리잡은 몽골제국 원(元)나라는 한족(漢族) 선비들을 중히 등용해 국정을 운영토록 했다. 그래서 대제국을 오랜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창업(創業 국가를 세움)”과 “수성(守城 국가를 유지함)”은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화공(火攻)으로 적의 성을 빼앗아 국가를 세웠다고 치자. 창업 후에도 정적을 물리치려 화공을 쓴다면 자신의 성을 다 태워버릴 수 있다. 미련하다 못해 자멸적인 실책이 될 것이다. 국민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경제문제는 돌보지 않고, 여권이 ‘공수처’ 등 화공(적폐청산)에만 몰두한다면 국가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당연히 민심은 등을 돌릴 것이다. 창업의 방식을 고집하다 단명한 국가들은 수없이 많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창업’의 영광을 취해 ‘수성’의 기본도 못하고 있다. 여당 대표인 이해찬의원은 “20년 집권론”을 설파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단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역사의 교훈이 그렇다.

몽골 제국 이야기를 하나 더 해 보겠다. 몽골이 세계를 제패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했던 것이 역참제도였다. ‘역참제(驛站制)’란 일정한 거리의 지역마다 역참을 설치해 여러 마리 말을 배치하여 거점으로 삼는 교통·통신제도로, 전쟁이 잦아지고 영토가 확장되자 칭기즈칸이 몽골 유목민의 전통적인 통신방법을 군사목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적토마’같은 명마도 쉬지 않고 달릴 수는 없다. 보통 말이 일정한 거리만 전력질주(全力疾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수백 마리의 적토마를 보유한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제 말을 갈아탈 때가 됐다. 이제 촛불정국의 말은 지쳤고 무기도 소진됐다. 선거라는 역참에서 한숨을 돌리며 새로운 말과 무기로 재정비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무모하고 지친 말과 함께 길거리 ‘불귀의 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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