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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카드' 사라진다…무이자할부 등 고객 혜택 축소 불가피


입력 2019.04.09 20:00 수정 2019.04.09 22:25        배근미 기자

금융위 "신상품 출시 전 수익성 분석 통해 과도한 부가서비스 금지"

마트할인·무이자할부 등 철퇴…국제브랜드수수료 인상분도 고객 몫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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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각종 포인트와 캐시백, 할인, 무이자할부 등 혜택이 많은 이른바 ‘혜자카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국내 전업계 카드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으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진 카드업계에 신산업 진출을 허용하는 동시에 비용절감에 나선다는 것이 이번 개선안의 골자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비용 마케팅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카드산업 생태계에 거품을 만들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카드업계 자체적으로 이같은 영업관행에 냉철한 반성과 개선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금융당국이 제시한 비용절감 방안을 살펴보면 소비자 혜택 축소에 대한 부분이 다수 포함됐다. 금융위는 우선 오는 6월까지 카드사 내규 개정을 통해 카드 신상품 수익성 분석을 통해 과도한 부가서비스된 신규상품 출시를 사실상 어렵게 하기로 했다. 부가서비스 비용은 ‘합리적으로 예측된 이익’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 새롭게 마련된다. 구체적으로는 가맹점 수수료와 회원 연회비, 유이자 할부 수수료를 합친 것보다 혜택이 적어야 한다.

이미 출시된 카드 상품의 경우 당장 부가서비스 축소는 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 역시 여론을 감안해 추가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여전법 상 약관 의무유지기간인 3년이 지난 후에는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피해를 근거로 제동을 걸면서 당국 문턱을 넘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기존 카드사들이 부담하고 있던 ‘국제브랜드 수수료’ 인상비용 역시 소비자에게 넘어오게 됐다. 지난해 비자(VISA), 유니온페이(UPI) 등 국제브랜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안에 대해 카드사들이 제소한 공정거래위원회 결과가 무혐의로 일단락됨에 따라 그동안 수수료 인상분(VISA 0.1%p, UPI 0.2%p)을 부담해온 카드사들이 향후 약관변경 승인을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6조7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의 54.5%에 달한다. 이 중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 비용이 5조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던 마케팅비용이 줄면서 마트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할인·포인트 적립 등 실질적인 혜택 축소 여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됐던 대형가맹점·법인회원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 역시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사가 시장지배력이 큰 대형가맹점(자동차·통신사·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판촉비용을 과다 지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당국은 이에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연회비 면제, 페이백 제공 등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국은 대신 카드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제공·자문 업무를 허용하는 한편 신용정보법이 국회 통과를 전제로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카드사가 소비자와 가맹점으로부터 약관변경 등에 대해 동의를 받거나 기타 정보를 안내할 때 모바일 메신저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그러나 해당 업계가 순익 감소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대형가맹점에 대한 역진성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카드사의 팔을 비틀어 수수료를 낮추게 되면 또다른 누군가가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상황"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소비자 혜택 축소 등 시장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규제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카드사 노조들의 총파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노협)는 카드업계가 제시한 15개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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