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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구조 발목' KB·하나금융, M&A 실탄 확보 난항


입력 2019.04.11 06:00 수정 2019.04.11 09:43        부광우 기자

이중레버리지비율, 금융당국 권고 상한선 턱밑 접근

출자 여력 한계…자본 확충 활로 찾기 '쉽지 않네'

이중레버리지비율, 금융당국 권고 상한선 턱밑 접근
출자 여력 한계…자본 확충 활로 찾기 '쉽지 않네'


국냐 은행계 금융지주 이중레버리지비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냐 은행계 금융지주 이중레버리지비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재무 구조 안전성 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이 권고하고 있는 기준선의 턱밑까지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두 금융지주의 추가 출자 여력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에 공개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실탄 확보에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한·KB·하나·NH농협·BNK·JB 등 국내 6개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평균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2.20%로 전년 말(125.21%) 대비 3.0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2009년에 도입된 개념으로 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 여력을 보여주는 재무 구조 안정성 지표다.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을 지주사의 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즉, 이 값이 떨어지면 그 만큼 금융지주사가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는 뜻이며, 상승하면 그 반대 의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이 같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적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차입을 통한 과도한 외형확장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로 하여금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권고 중이다. 이를 초과하면 경영실태평가에서 불리하게 적용된다.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 중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KB금융이었다. 지난해 말 126.17%로 1년 전(125.80%)보다 0.37%포인트 올랐다. 큰 폭의 변화는 아니었지만 끝내 개선에는 실패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어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5.61%로 높았다. 하나금융 역시 같은 기간(125.20%) 대비 다소(0.41%포인트) 악화된 수치다.

이밖에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모두 120% 안팎 수준으로 KB·하나금융에 비해 5%포인트 가량 여유를 보였다. 신한금융과 JB금융은 각각 119.05%, 119.34%로 120% 미만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기록했다. 이밖에 농협금융은 120.62%, BNK금융은 122.39%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나타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상대적으로 높은 이중레버리지비율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두 곳 모두 비(非)은행 금융사 인수를 공식화하고 나선 시점이기 때문이다. 출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지만, 두 금융지주 모두 공격적인 M&A를 천명해둔 상태다.

KB금융은 지난해 실적에서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뺏기면서 M&A를 통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한금융이 3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으면서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증권과 손해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 3인터넷전문은행인 키움뱅크 컨소시엄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 나아가 앞으로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와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25년까지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M&A로 인한 출자가 늘어날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금융당국의 규제 상한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M&A에 앞서 대규모 자본 조달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달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사가 부실위험에 처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발행금액 모두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추가 자본 확충이라기보다는 최근 자사주 매입으로 발생한 자본 감소분을 메꾸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3000억원을 매입했는데, 이 같은 자사주는 회계 상 자기자본 차감액으로 잡힌다.

하나금융 역시 이번 달 초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6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3.5%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초 계획보다 다소 위축된 행보다. 하나금융은 원래 3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었다. 신종자본증권을 회계 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는 현실에 일정 부분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은 시점에서 금융지주가 적극적인 M&A를 시행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 향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실탄 확보가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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