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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르노삼성 노조…현대차 따르다 군산 꼴 나나


입력 2019.04.10 11:46 수정 2019.04.10 12:47        박영국 기자

현대차 생산효율 저하 원인 된 '단협 독소조항' 도입 요구

싸늘한 여론 "망해도 나라에 손 벌리지 마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위)와 지난해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르노삼성자동차/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위)와 지난해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르노삼성자동차/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대차 생산효율 저하 원인 된 '단협 독소조항' 도입 요구
싸늘한 여론 "망해도 나라에 손 벌리지 마라"


금속노조 출신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회사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며 노조의 협력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수준의 권한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조가 폭주를 중단하지 않으면 노사 공멸로 이어져 르노삼성 뿐 아니라 부산 지역경제, 나아가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 르노의 한국 철수를 부추기는 일이라고 노조를 비난하는가 하면, 회사가 망해도 혈세 지원은 안 된다며 일찌감치 선을 긋는 얘기까지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9일 진행된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끝나자 10일부터 주야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총 52차례에 걸쳐 총 210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노조가 이날 53번째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오는 12일에도 부분파업이 예정돼 있다.

◆현대·기아차 단협 독소조항 르노삼성에도 도입?

르노삼성 노조의 요구사항은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생산라인 운영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내용들이다. 노조 집행부는 르노 본사가 임단협 타결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달 8일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시 노사 합의, 추가 인원 200명 투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일 교섭에서는 조합원에게 작업전환을 강제할 경우 해당 부서장을 징계하고, 해당 직원에게 통상임금 500%를 지급한 뒤 위로휴가까지 줄 것을 요구했다.

전환 배치시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단협 조항은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대표적인 ‘노동 적폐’이자 ‘독소조항’으로 불려오던 부분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출시해 일시적으로 생산 수요가 늘어도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동의를 조건으로 복지 등에서 사측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오랜 기간 공급부족을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출시된 팰리세이드다. 이 차종은 지난해 12월 출시 직후부터 계약이 폭주하며 공급난이 심화됐으나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올해 4월에서야 증산이 결정됐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국내만 해도 여러 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다. 르노삼성과 같이 단일 공장 생산체제에 신차 한 종의 성공 여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업체에게는 전환 배치를 통한 생산시설의 효율적 운영이 절실하다.

르노삼성과 비슷한 처지인 쌍용자동차의 경우 신차 출시 때마다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로 총력 생산체제에 돌입해 매번 신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르노삼성이 현대차 노조와 같은 권한을 갖겠다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회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과 집행부가 노조를 금속노조 산하로 이끌려는 사전작업으로 계속해서 사측과 대립 구도를 가져가기 위해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1년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난 인물로, 그를 비롯한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소속 조합원 일부가 탈퇴해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노조에 가입 후 집행부를 장악한 상태다.

◆목표는 '현대차 노조급 권한', 종착역은 '한국GM 군산공장'

노조가 계속해서 강경 자세를 고수할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미래는 현대차 울산공장이 아니라 한국GM 군산공장에 가까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로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쿠페형 SUV ‘LJL(국내명 XM3)’의 유럽 수출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르노 본사와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르노가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당초 르노는 르노삼성 노사에 LJL 물량 배정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3월 8일까지 임단협 타결을 요구했으나 노조의 버티기로 무산된 상태다.

사측은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지난달 프랑스 르노 본사를 방문해 LJL 수출 물량의 부산공장 배정을 다시 한 번 당부했지만, 노조 파업이 계속된다면 르노삼성이 물량 배정을 요구할 명분도 점점 희박해진다.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잦은 파업으로 생산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자 르노 스페인 공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공장에서 LJL을 생산하려면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인건비나 생산성 면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다.

물론 당장 닥친 위기는 미래 LJL 물량 배정이 아니라 기존 닛산 로그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것이지만, 이 역시 노조가 자초한 것이다. 닛산은 지난달 르노삼성에 노사 갈등에 따른 공급차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위탁 물량을 10만대에서 6만대로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싸늘한 여론 "망해도 나라에 손 벌리지 마라"

르노삼성 노조의 폭주에 여론도 싸늘해졌다.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포털 기사 댓글에는 노조를 비난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르노가 (한국을) 떠나야 정신을 차리려나(jbeo****, 이하 네이버 아이디)”, “군산 GM 공장처럼 과감히 문 닫고 철수하라(kima****)”, “회사는 망하고 결국 노동자도 해고되는 수순(cosm****)”이라는 등 노조의 폭주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망해라. 그리고 나라에 손 벌리지도 마라(네이버 아이디 jack****)”라고 선을 긋는 이들도 있다. 스스로 회사를 무너지게 한 근로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해 혈세까지 지원해줄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강성노조로 유명했던 한국GM 근로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던 사례를 지켜본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면서 “르노삼성 노조의 폭주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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