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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또 소비자로…’카드수수료’ 폭탄돌리기 어디까지?


입력 2019.04.11 06:00 수정 2019.04.11 05:59        배근미 기자

자영업자 지원·소비자보호까지 '선' 자처한 금융당국…카드사엔 '팔꺾기'

대기업엔 말로만 경고…"역진성 해소도 비용절감으로 해결" 황당 논리

자영업자 지원·소비자보호까지 '선' 자처한 금융당국…카드사엔 '팔꺾기'
대기업엔 말로만 경고…"역진성 해소도 비용절감으로 해결" 황당 논리


정부의 카드수수료정책이 또다시 일반소비자들에게 독이 돼 돌아왔다. 지난해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수수료인하정책으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수익 악화에 따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호소하자 고비용 마케팅이 문제라며 부가서비스 등 각종 고객 혜택 줄이기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 정부의 카드수수료정책이 또다시 일반소비자들에게 독이 돼 돌아왔다. 지난해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수수료인하정책으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수익 악화에 따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호소하자 고비용 마케팅이 문제라며 부가서비스 등 각종 고객 혜택 줄이기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

정부의 카드수수료정책이 또다시 일반소비자들에게 독이 돼 돌아왔다. 지난해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수수료인하정책으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수익 악화에 따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호소하자 고비용 마케팅이 문제라며 부가서비스 등 각종 고객 혜택 줄이기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자영업자 지원·소비자보호까지 '선' 자처한 금융당국…카드사엔 '팔꺾기'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수수료개편안을 발표한 지난해 11월 27일 전후, 광화문 앞에 선 자영업자단체들은 “현 정부가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버리지 않았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국회에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상공인단체 대표들로부터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당시 중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은 "과정이 아름다웠다"며 당정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같은 시기 당국 결정에 연 8000억원이 손실이 불가피해진 카드업권 종사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순익 악화에 뒤따르는 가장 첫 단추는 바로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이기 때문이다. 카드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긴급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에서 최 위원장은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하폭을 늘리는 대신) 500억원 이상의 초대형가맹점에 대해서는 인상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불안감을 잠재웠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 명분으로 내세운 ‘역진성 해소’는 가맹점 규모가 클수록 더 높은 수수료를 매겨야 한다는 논리다. 카드사의 마케팅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온 연 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대신 과도한 마케팅 혜택을 받아온 초대형가맹점, 이른바 대기업들의 수수료를 높여 손실을 만회한다는 개념이다. 매번 카드수수료 협상에서 대형가맹점에 끌려다니던 카드업계 역시 이번에야말로 당정 차원의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체계’ 정상화 약발이 먹히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후속대책 발표를 기다렸다.

대기업엔 말로만 경고…"역진성 해소도 비용절감으로 해결" 황당 논리

그러나 무려 3달 가까이 연기된 끝에 지난 9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 경쟁력 제고 TF 결과’에는 이같은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카드업계 스스로 신산업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독려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직 국회 통과도 안 된 데이터 관련 신사업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카드이용자들이 선호할 만한 혜택 많은 ‘혜자카드’는 출시 전부터 막고, 대형마트 등에서 진행되는 깜짝 할인이나 무이자할부 등 부가서비스 제공도 지양하기로 하면서 카드 이용자들에 대한 혜택 감소 역시 불가피해졌다.

특히 대형가맹점에 대한 ‘역진성 해소’가 카드사의 비용절감을 통해 자체적으로 가능하다는 금융당국의 황당한 청사진은 더 이상 실효성 있는 추가대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했다. 당국은 대형가맹점에 대한 직접적 수수료 하한제 도입은 '시장개입'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대신 대형가맹점에 대한 출혈마케팅을 법령으로 제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미 유사한 내용을 담은 현 여전법도 사문화된 지 오래, 협상 테이블 우위에 선 대기업 에 '고발도 불사하겠다'던 금융당국 경고 역시 무딘 칼인 현실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처럼 역진성 해소방안 마련이 사실상 방치된 사이 업권의 명운을 걸고 진행된 현대차와 카드업권 간 수수료 인상 협상은 사실상 카드사의 참패로 끝이 났다. 이를 지켜보던 여타 대형가맹점들 역시 저마다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카드업계는 기약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사이 최종구 위원장은 "정부와 시장참가자들이 법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 카드 수수료 관행을 바로잡는 노력을 이어가자"며 원론적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카드업계 "정부 안정적 일자리 정책, 카드업계만 예외" 비토…총파업 예고

한편 카드업권에만 유독 냉정한 당국 정책은 업황 악화에 따른 ‘일자리 감축’이라는 또다른 부작용을 함께 낳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신한카드를 비롯한 중대형카드사들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된 바 있고 그에 더해 카드산업과 함께 호흡하는 카드모집인 등 협력업체 근로자들 역시 3000명 이상 급감했다. 정규직 확대 등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던 현 정부 기조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같은 일방적인 몰아붙이기식 정책 추진 방식은 일선 카드노동자들의 극한 반발까지 불러오기에 이르렀다. 보통 사측을 상대로 보다 유리한 임금체계 개편 및 복지 확대를 주장하던 일반적인 노조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어느 산업보다 규제가 많은 금융업권 특성 상 당국에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카드사들 대신 노조가 선두에서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다며 금융당국과 정부, 정치권을 상대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정권 성격과 관계없이 지난 12년간 거의 매년 단행된 카드수수료 인하 과정을 지켜봐 온 해당업권은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때에만 여야가 따로없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논리로써 가장 매만지기 쉬운 카드수수료정책에 더이상 정치권, 또는 정부에 대해 큰 기대도 하지 않는 눈치다. 당국은 이같은 비판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업무를 영위하는 카드사들이 가맹수수료로 수익을 영위하는 것 자체를 이른바 '구악' 취급하는 주무부처의 시각이 과연 그토록 강조하는 '시장경제'에 있어서 적절한 행태인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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