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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 문 닫는 르노삼성…日공장 "아리가또 로쏘(勞組)"


입력 2019.04.12 10:55 수정 2019.04.12 10:58        박영국 기자

닛산 로그물량 일부 일본 규슈공장으로 이전…부산공장 가동률 저하

'파업공장' 낙인찍히며 XM3 유럽 수출물량 배정도 불투명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닛산 로그물량 일부 일본 규슈공장으로 이전…부산공장 가동률 저하
'파업공장' 낙인찍히며 XM3 유럽 수출물량 배정도 불투명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닛산 일본 규슈공장에 로그 물량 2만4000대를 선물로 안겼다. 대신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4일간 파리를 날리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경영진은 오는 29~30일, 내달 2~3일 총 4일간 부산공장 가동 중단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노조에 통보했다.

이번 가동 중단은 사내 복지 제도인 ‘프리미엄 휴가’를 일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리미엄 휴가’란 직원 연차별로 연간 7일에서 최대 12일까지 법적 연차휴가에 추가로 사용 가능한 일종의 ‘사내 복지’로, 평상시는 명절 연휴 등에 붙여 사용한다. 하지만 생산물량이 감소할 경우 사측은 이 중 6일을 일괄적으로 사용해 가동을 멈출 수 있다.

노동절을 전후로 이틀씩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가동중단 일수는 앞뒤 주말을 포함해 총 9일에 달한다.

이번 가동중단은 르노삼성 노조가 진행해온 장기 파업의 결과물이다. 닛산은 지난달 르노삼성에 노사 갈등에 따른 공급차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위탁 물량을 10만대에서 6만대로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53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12일 예정된 파업까지 포함하면 54차례, 218시간에 달한다.

노조는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시 노사 합의, 추가 인원 200명 투입 등 요구사항 관철을 목표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파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파업이 사측에 물리적인 손실로 타격을 입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생산할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닛산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주문을 취소한 4만여대의 로그 물량 중 2만4000대를 일본 규슈공장에서 생산키로 결정했다.

물량 감소로 가동률이 떨어져 임의적으로 가동중단까지 하는 판에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사측에 큰 타격이 될 리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산공장의 이미지 저하다. 이미 ‘파업 공장’이라는 낙인이 찍혀 르노 본사로부터의 물량 배정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파업을 지속할 경우 물량 배정은 더 힘들어진다. 국내 고객에 대한 차량 인도 지연으로 내수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부산공장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을 차지해온 로그 수탁생산계약이 종료되는 9월 이후에는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르노 본사로부터 쿠페형 SUV ‘LJL(국내명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배정받아야 그나마 내년 하반기부터라도 상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노조가 스스로 부산공장의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 자동차 공장 중 우리나라의 노조 리스크가 가장 심하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해외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공장에 물량 배정을 꺼리고, 부품업체들의 경영도 힘들어져 자동차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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