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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900점보다 더 어려운 스웨덴 운전면허시험


입력 2019.04.13 06:00 수정 2019.04.13 06:01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㊹>‘운전면호 상호 인정협정’ 단된 스웨덴

한국에 비해 비용과 기간 모두 힘겨움 - 하늘에서 별 따기

<알쓸신잡-스웨덴㊹>‘운전면호 상호 인정협정’ 단된 스웨덴
한국에 비해 비용과 기간 모두 힘겨움 - 하늘에서 별 따기


스웨덴의 도록 풍경.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가장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도록 풍경.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가장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 = 이석원)

‘운전면허 상호인정’이라는 제도가 있다. 다른 나라에 거주허가 비자를 받고 1년 이상 거주할 경우, 거주허가증과 자국의 운전면허증으로 적성검사(신체검사)만 받고 거주국 운전면허증과 교환하는 것이다. 기업의 주재원이나 파견 공무원, 방문 연구원이나 유학생들이 거주국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 양국의 운전면허 담당 기관간의 협정 사항이다.

그런데 스웨덴은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이 체결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최초 1년 동안은 한국의 운전면허증과 한국의 경찰서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유효 기간 1년), 그리고 여권으로 가능하지만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스웨덴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한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적지 않게 든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과 비교하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다.

우선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지불해야하는 필수 비용(Obligatorisk)을 살펴보자. 먼저 시력 검사 200크로나(이하 kr. 1kr는 약 140원임으로 2만 8000원), 운전 허가증 비용 150kr(2만 1000원), 안전교육 1파트 700kr(9만 8000원), 안전교육 2파트 2000kr(28만 원), 교통청 사진 촬영 80kr(1만 1000원), 필기시험 325kr(4만 5500원), 도로주행 800kr(11만 원),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 150kr(2만 1000원), 총 4405kr 우리 돈으로 약 61만 6000원이 든다.

여기에 각자가 선택하는 비용이 있다. 공인된 개인 교습 담당자가 1인당 2회 700kr(9만 8000원), 승인 50kr(7000원), 필기시험 교재 250kr(3만 5000원), 필기시험 컴퓨터 실습 테스트 399kr(5만 6000원), 교통학교 운전 수업 70분씩 11회 8800kr(123만 원), 도로주행 연습 자동차 임대료 회당 400kr(5만 6000원), 최소화한 개인 선택 비용이 모두 1만 599kr, 우리 돈으로 약 148만 원이다.

필수와 최소화된 개인 선택을 합친 비용이 1만 5004kr, 우리 돈으로 20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다. (이상 항목과 금액은 스웨덴의 운전면허 공식 인터넷 사이트(Körkortonline)에 근거했다. 표 참조)

그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60여 만 원 정도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택 항목들을 ‘선택’ 하지 않고 운전면허 취득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위에서 제시한 최소 선택이 아니라 선택 횟수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운전면허 취득하려면 자동차 한 대 값이 든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교통학교. (사진 = 이석원)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교통학교. (사진 = 이석원)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초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해서 최종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기시험을 스웨덴어 외에도 영어로 치를 수 있다.

면허 시험 신청 후 신체검사와 2회의 안전교육,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모두 치르는데 평균 1년, 보통 2년까지 걸린다. 시간의 문제야 워낙 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지만, 스웨덴의 운전면허 시험 프로세스 자체가 워낙 천천히 진행되기도 한다. 하나의 시험을 통과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기본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에 이른다.

비용과 과정에서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기시험이든 도로주행이든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어려움은 더하다. 차라리 돈 많이 드는 게 제일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웨덴 현지인이라도 필기시험 1, 2회 불합격은 일상이다. 도로주행시험도 정해진 코스나 원칙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한두 번 만에 합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론(안전) 교육도 엄격하다. 음주운전, 피로, 약물복용, 속도 등 운전하는데 있어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해서 시험관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정말 운전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에게만 운전면허를 내어주는게 스웨덴 운전면허시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스웨덴에서 '박사후 과정'을 하며 최근 2년만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한 연구원은 "조금 과장을 보태서, 한국에서 토익 900점 받는 것보다 스웨덴에서 운전면허 따는 게 더 여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스웨덴과 인접해 있는 같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나 핀란드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들 나라는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2017년 고시에 따르면, 한국의 운전면허증이 해당국의 운전면허증과 교환이 되는 나라는 모두 131개국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을 포함해 35개국이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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