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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100주년, ‘흑역사’를 숨기면 밝은 미래도 없다


입력 2019.04.15 05:00 수정 2019.04.15 12:48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3. 1운동’의 참여자는 전체 국민의 3%정도

세계를 놀라게 한 수십년의 발전 이어갈 것인가?…‘역사는 반복된다’

<김우석의 이인삼각> ‘3. 1운동’의 참여자는 전체 국민의 3%정도
세계를 놀라게 한 수십년의 발전 이어갈 것인가?…‘역사는 반복된다’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술김에 고해성사를 해 버리고 말았다. 가장 수치스러운 기억, 한 번도 입 밖에 내뱉지 못했던 부끄러운 추억을 스스로 털어놨다.

필자는 초등학교를 두 번 다녔다. 두 살 위 형을 따라 6살에 학교를 갔다. 곧잘 따라했고 재미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달이 났다. 간식으로 나온 빵을 먹고 배탈이 난 것이다. 그래서 그만 옷을 ‘실례’를 하고 말았다. 정말 부끄러웠다. 그 뒤로 2년간 칩거를 하다가 2년 후에야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다시 갔다. 그런데, 말을 하는 와중에, 그리고 이후에도 이상하게 즐거웠다. 홀가분한 것 이상이었다. 더 재미난 것은 내가 이야기한 다음 비슷한 ‘고해성사’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어린시절이 있다. 어른이 되어 뒤돌아볼 때, 부끄러운 일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완전무결한 사람’이란 가정은 ‘성선설’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막연한 ‘성선설’에 기반 한 제도와 외교는 대부분 실패했다)

한 국가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완전무결한 역사는 없다. 불완전하고 흠이 있기 때문에 모든 나라와 민족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듭하는 것이다. 어릴 적 수치스러운 기억이 있는 사람이 ‘부끄러운 성인’이 아니듯, 수치스런 역사를 가졌다고 어떤 민족이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수치를 성장과 발전의 교훈으로 삼았느냐’다. 교훈으로 삼으려면 그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과 생각을 직시해야 한다. 무조건 미화해서는 어떤 교훈도 얻을 수 없다.

지난 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일(4월 11일)이 있었다. 애초에 현 정부는 ‘건국 100주년’을 주장하고, 스스로를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을 여는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임시정부에 역사적 정통성을 부여하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아류가 된다. 당연히 대한민국 초대 정권인 이승만정부는 평가절하(平價切下)될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북한이 임시정부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현 정부의 역사왜곡을 막아 줬다. 이승만 정부를 ‘그림자 취급’하면 김일성도 존재이유가 옅어진다. ‘백두혈통’을 유일한 정통성으로 삼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으리라. 현 정부는 국론분열을 우려해 ‘건국논쟁’을 접겠다고 했지만, 다른 갈등적 사안들을 보면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또 이후 ‘기적적인 경제성장’은 애써 무시한 채, ‘민주화운동’들을 우리 역사의 골격인 것처럼 홍보했다. 세계 어디에도 경제적 곤궁 속에서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없다. 북에는 ‘내재적 접근’ 운운하며 그들이 자행하는 독재와 인권유린을 눈감고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이 말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은 자랑스럽지만, 그런 민주화 욕구를 가능하게 했던 경제발전도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한편으로는 일본을 적대하는데 모든 힘을 쏟는다. 북핵문제 등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외교적 고려는 없다. 3.1절 기념사에서 문재인대통령은 ‘빨갱이’란 말을 언급했다. 공산주의자들을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비하해 부른 명칭이라는 취지에서다. 역사적 진실이 아니고, 의도도 의심스런 발언이다. ‘빨갱이’를 신원시키기 위해 ‘왜놈’을 동원한 것이다. 우리의 ‘우방은 북한’이고 ‘적은 일본’이라 규정하는 퇴행적 이분법이다. 단군이래 최고라는 대한민국의 번영은 미국과 일본을 친구로 두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시장을 천시하는 중국·소련과 친했고, 나중에는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이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였지만, 조선말 ‘쇄국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우리민족끼리’란 말을 들을 때 마다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오직 중국을 젖줄삼은 왕조가 독재로 국민을 착취하는 것이 똑같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제의 적’이고 ‘북한체제의 원형’인 조선왕조가 미화된다. 나라를 말아먹은 ‘무능한 왕조’를 백성과 나라를 구하려 노력하는 철인정치인 집단으로 그린다. 영화와 뮤지컬에 그려지는 고종은 수려한 외모의 ‘개명군주’인 경우가 많다. 남아 있는 사진에서 확인된 외모와 역사에 기록된 사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현 정부가 북한과 일본을 대하는 태도나 조선왕과 대한제국의 황제를 묘사하는 것을 보면,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조선말의 군주제를 모델로 삼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경제는 정부정책이 ‘실사구시(實事求是)’해야 발전시킬 수 있다. 과도한 이념에 오염되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역사적도 마찬가지다. 사실(史實)은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교훈을 얻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다음과 같다.

임시정부의 원동력이 된 ‘3. 1운동’의 참여자는 전체 국민의 3%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인구를 2000만으로 볼 때 3%는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 연인원으로 계산된 것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참여치 않은 97% 이상의 일반백성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지금의 시각에서 일본을 바라보고 지금의 기준에서 당시 백성들을 평가한다면 엄청난 허위와 기만을 낳을 뿐이다. 당시 일제에 용감히 맞섰던 분들을 존경하고 기리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못했다고 ‘비굴하다’거나 심지어 ‘부역했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 확실한 친일(親日)로 부역을 했던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백성은 선량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국민이 대한민국의 근간이 된 것이므로 생존자체가 애국인 것이다. 임시정부도 마찬가지다. 1919년 처음 수립될 때는 수천명이 모였지만, 일제의 탄압 때문에 한동안의 수십명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했다. 때로는 여러 분파로 나눠었고, 자금난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해방을 맞았다. 우려곡절이 있었지만, 임시정부의 존재는 전후 대한민국 독립의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됐다. 활동도 중요하지만, 생존자체가 더 중요하다.

유태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민족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체성은 ‘자랑스러운 역사’에 있지 않다.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역사는 ‘비굴’과 ‘배반’의 역사다. 정권은 ‘분열’과 ‘명멸(明滅)’을 거듭했고, 잠시의 영광도 세계사의 시각에서 대제국은 아니었다. 그들의 역사는 수백, 수천년 동안 나라를 잃고 전세계를 떠돌았던 눈물겨운 역사다. 세계 각처에서 핍박받았고 홀로코스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정체성을 지키고 세계를 호령하는 것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역사적 교훈으로 현실을 재해석하는 능력을 연마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100주년’은 헌법적 의미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와 민족의 앞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의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직시하고 교훈을 찾아야 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어야 한다. 100여년전, 정권이 무능하고 편협해 나라를 빼앗기고 백성을 사지로 몬 아픈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후 세계를 놀라게 한 수십년의 발전을 이어갈 것인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어느 시점을 반복하는가는 그 시대 의사결정권자의 선택이다. 우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앞으로의 100년을 위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때다. 바로 지금이...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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