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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에 휘말리는 車-상] 강성노조에 무너진 해외 車산업 한국서 재현?


입력 2019.04.16 06:00 수정 2019.04.16 11:39        김희정 기자

車 산업 위기 고조 속 도 넘은 노조로 울쌍

강성노조로 몰락한 佛·美 등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 "노사갈등, 모두에게 극단적인 결과"

車 산업 위기 고조 속 도 넘은 노조로 울쌍
강성노조로 몰락한 佛·美 등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 "노사갈등, 모두에게 극단적인 결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해 12월 울산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해 12월 울산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자동차 산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업체들은 나날이 심화되는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노조의 도 넘은 요구와 잦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과거 강성노조에 무너진 해외 자동차 사례를 한국도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해외에서 자동차 업계가 경영위기에 직면한 사례를 보면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이라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다.

적자가 계속되자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기지 이전, 구조조정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노조와 정부 등은 반대했고 결국 회사는 시장에서 철수해 노사 모두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다.

◆ 강성노조로 몰락한 프랑스 PSA와 미국 델파이
노사협력 실패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와 미국의 델파이다. PSA는 2012년 상반기 자동차부문 매출이 10.5% 감소함에 따라 재고조정을 위해 그룹의 생산을 18% 축소했다. PSA의 유럽 판매는 2007년 5만1085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 3만9539대, 2013년 3만8403대로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이었다.

프랑스 공장가동률은 61%까지 떨어지고 유휴설비와 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PSA는 2012년 6월 오네이 공장을 2014년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측은 자금조달‧비용절감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추진하면서 폐쇄 공장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 방안 마련까지 약속했다.

당시 PSA는 오네이 공장 근로자를 단 1명도 강제 해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네이 공장 노조는 사측 조건을 거절했다. 이어 제2노조인 강경파 CGT를 중심으로 2013년 1월부터 오네이 공장 파업에 돌입했고 결국 오네이 공장은 충분한 구조조정을 거치지 못한 채 계획보다 1년 빨리 폐쇄됐다.

GM의 자회사인 델파이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자동차부품산업 세계 1위를 달리다 높은 인건비에 위기를 맞았다. 당시 델파이의 생산직 인건비는 시간당 73달러로 미국 경쟁사들의 3배에 달했다. 이후 북미판매 부진 등이 겹치면서 적자에 빠진 사측은 노조에게 임금 60% 삭감과 의료·연금혜택 축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델파이는 2005년 10월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내고 생산공장을 대거 폐쇄·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택했다. 이후 델파이는 근로자(5000명)와 생산공장(5개) 규모가 10분의 1로 급감했다.

◆ 해외 사례 답습하는 한국 완성차 노조
이들 두 노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양보와 타협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모두 패자가 됐다. 또한 현재 국내 완성차업계 노조도 해외 강성노조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계서 유일하게 2018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9일 열린 25번째 본협상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고 12일 54번째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파업한 시간은 218시간에 달하며, 계속되는 파업에 르노삼성은 매출 손실만 2430억원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물량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후속물량을 본사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제조본부장이었던 이기인 르노삼성 부사장도 최근 “노사교섭·파업 장기화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12일 마지막 심경을 담은 손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내며 “노사반목이 지속되면 회사존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민주노총 한국GM지부 역시 신설법인(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단체협약을 두고 사측과 날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까지 신청했다.

민주노총 현대·기아차지부는 다음 달 예정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 광주형일자리 등을 쟁점으로 내걸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강경 투쟁할 것이라고 노조는 예고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기아차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것처럼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와 현대차의 상황은 다르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1심(2017년)과 2심(2019년)에서 모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은 반면, 현대차는 2심까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사측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노사 대치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대차 울산공장에도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기 위해 ‘3년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은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감소하며, 멕시코에 이어 세계 7위로 하락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대립적 노사관계,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생산경쟁력이 상실됐다”며 “지난해 2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산량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원구원 실장도 “90대 이후 국내에 자동차 공장이 지어지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보라”며 “한국은 외국에 비해 경직화된 노사관계가 지속돼 왔고, 이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위기는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볼 때 우리는 노조에 유리한 제도가 많다”며 “대항권 내지 방어권 등 사용자측의 방어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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