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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먹기로 전락한 원전해체연구소…‘효율은 뒷전’


입력 2019.04.17 06:00 수정 2019.04.17 06:03        조재학 기자

부‧울에 원해연, 경주에 중수로 분야…내년 총선 의식?

전문가들 “원해연 분리할 이유 없어…효율성만 떨어져”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15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왼쪽부터 이선호 울주군수,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강길부 의원(무소속·울산 울주), 정재훈 한수원 사장,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산업통상자원부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15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왼쪽부터 이선호 울주군수,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강길부 의원(무소속·울산 울주), 정재훈 한수원 사장,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산업통상자원부
부‧울에 원해연, 경주에 중수로 분야…내년 총선 의식?
전문가들 “원해연 분리할 이유 없어…효율성만 떨어져”


“경수로와 중수로가 노형이 다르다고 연구소를 분리한다는 발상은 자동차회사가 승용차연구소, 승합차연구소, 트럭연구소를 따로 설립하는 격이다. 희대의 촌극이다.”(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스템공학과 교수)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경수로, 소형원전, 고속로 등 다양한 노형의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원전해체분야에서 노형별 특성이 거의 없다. 경북 경주와 부산‧울산 간의 지역안배를 고려한 처사다.”(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정부가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와 중수로해체기술원을 각각 부산‧울산, 경주에 분리해 설립하기로 했다. 중수로와 경수로가 다른 노형이어도 원전해체기술이 크게 다르지 않고, 연구시설과 인력이 분산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을 의식한 ‘나눠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원전해체 산업육성 및 원전 중소기업 지원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는 원해연을 부산‧울산(경수로 분야), 경주(중수로 분야)에 2021년까지 설립한다.

원해연은 영구정지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과 전문인력 양성 기능을 수행할 원전해체 산업의 핵심기관이다. 원전해체 원천기술 상용화 및 실증을 위해 ▲원자로 모형(Mock-up) ▲제염성능 평가시설 ▲절단설비 등 핵심장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산‧울산 접경지역인 고리원전 내에 원해연을 마련하고, 중수로해체기술원은 경주 감포읍 일원에 설립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골자로 한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골자로 한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갈등만 부추긴 원해연…분리 설립으로 연구효율마저 떨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동남권에 원해연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부산 기장군, 울산시, 경상북도 경주시의 유치전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앞서 정부가 원해연 부지를 특정 지역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산업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다른 지자체는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원해연 유치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원해연 설립 방안이 지역 안배에 방점이 찍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해연이 들어서는 고리원전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접경지역에 자리해 사실상 공동 유치로 풀이된다. 또 중수로 해체연구를 분리해 경북 경주에 중수로해체기술원을 설립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유치경쟁에 뛰어든 세 지역 모두에 원해연 관련 기관이 들어선 셈이 됐다.

문제는 분리 설립 결정이 지역 간 갈등봉합에 실패하고, 연구 효율성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수로 해체연구소가 많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지만 경수로 부문까지 유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정부의 원자력 분야 추가 사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연구인력, 시설‧장비, 행정관리 등이 분산돼 연구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지역 표심만을 생각한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원전해체시장‧원해연 경제성 과장…탈원전 정부의 ‘자승자박’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원전해체산업’의 전망을 과장해 지역갈등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은 450기이다. 미국이 98기로 가장 많으며, 그 뒤를 이어 프랑스,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순이다.

원자력산업계는 원전 1기당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규모를 450조원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다수의 원전을 보유한 국가들이 원전 선진국으로 우리나라가 원전해체시장에 진출할 틈이 없다는 게 원자력산업계의 평가다. 대부분의 원전이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 중국 등의 원전이 90%에 달하며, 나머지 원전도 이들 국가가 수출한 원전이어서다. 이 때문에 원전선진국들이 주를 이루는 원전해체시장보다 원전건설기술 미보유국이 대상인 원전건설시장이 더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원해연 설립의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원전해체사업을 벌이는 산업체가 아닌 연구원이 지역 경제를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1836억원, 경주시가 1182억원을 들여 설립한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도 당시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지만, 기대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없었다.

원해연 건립비용은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투자비에 못 미치는 총 24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원해연과 원전해체시장을 지나치게 띄워 지역 간 유치경쟁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원해연은 원전해체 장비 등 연구‧개발하는 기관으로, 실제 해체사업에서는 해체작업을 벌이는 산업체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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