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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규제 장벽 앞 제약바이오 업계엔 "소가 웃을 일"


입력 2019.04.17 06:00 수정 2019.04.17 06:05        이은정 기자

인보사 사태에 브레이크 걸린 ‘첨단바이오법’

한국 바이오 경쟁력 15위→26위 추락… UAE보다도 떨어져

인보사 사태에 브레이크 걸린 ‘첨단바이오법’
한국 바이오 경쟁력 15위→26위 추락… UAE보다도 떨어져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신산업 육성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전면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 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약 바이오 사업은 규제완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는 등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신산업 육성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전면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 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약 바이오 사업은 규제완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는 등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신산업 육성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전면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약 바이오 사업은 정작 규제완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는 등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규제 혁신을 강조했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신성장동력 ‘바이오’ 과도한 규제로 경쟁력 하락

바이오산업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인해 바이오 기술이 시장에서 제때 상용화되지 못하는 점이 경쟁력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바이오산업 경쟁력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9년(15위) 이래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규제 환경과 연구 인프라를 기준으로 매긴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54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바이오산업에 늦게 뛰어든 아랍에미리트(24위)에 처음 추월당했다. 중국·대만(공동 27위)과의 격차도 좁혀졌다.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연구·개발(R&D) 투자는 9.9점(10점 만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은 반면 바이오 기업 성과(생산성)에서 최하점인 0.1점을 받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바이오 논문 발표가 세계 9위로 높지만 원격 의료처럼 규제로 인해 관련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등 기술 활용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 바이오산업 투자가 늘고 있지만 애써 개발한 기술이 적절한 시기에 쓰이지 못하거나 규제에 막혀 상용화로는 연결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차례 통과 무산된 ‘첨단재생의료법’

국내에선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활성화하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신속 심사, 패스트트랙(조건부 허가) 등을 골자로 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은 2016년 국회에 처음 발의된 후 수차례 통과가 무산됐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입법이 유력했으나 인보사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정부가 15년 넘게 500억원을 투입한 국책과제인 이종(異種) 장기 이식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무균돼지로부터 각막이나 췌도를 떼어내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올 연말로 연기했다.

임상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려했던 엠젠플러스, 제넨바이오, 옵티팜, 조아제약 등 이종장기 관련 바이오업체들도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2일 첨단재생의료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돼야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인보사 논란으로 법률 제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바이오기업들, 규제 탓에 해외로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도 제약·바이오 업계가 꼽는 국내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다. DTC(Direct-to-Consumer) 검사는 비의료기관에서 질병 예방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의뢰 없이 유전자 검사를 직접 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DTC 이용에 거의 제한이 없지만 국내에서는 12개 분야, 46개 유전자로 한정돼 있다.

규제에 막힌 국내 유전자 분석업체들은 저마다 살 길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 국내 DTC 검사 범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다 보니 우수한 진단력을 갖춘 업체들이 사업 여건이 좋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에 합작법인을 세워 현지인을 대상으로 각종 질병 예측 검사·피부케어 검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원들을 파견하며 기술 이전을 해주고 로열티를 받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DTC 항목을 확대하기 위한 인증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서비스 확대가 이뤄지려면 앞으로도 최소 1~2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도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완화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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