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병폐' 농협 조합 부실 대출 3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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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6일 10:04:03
    '고질적 병폐' 농협 조합 부실 대출 3조 육박
    지난해 말 총 고정이하여신 2조9547조…전년比 23.4%↑
    은행·카드사보다 부실 비중 높아…애꿎은 고객들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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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4-23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지난해 말 총 고정이하여신 2조9547조…전년比 23.4%↑
    은행·카드사보다 부실 비중 높아…애꿎은 고객들 무슨 죄


    ▲ 농협중앙회 소속 조합 총 보유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중앙회에 소속된 농협 조합들이 빌려준 돈에서 발생한 부실 대출이 1년 새 5000억원 넘게 늘면서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실이 불어나면서 농협 조합 대출에서 불량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느 다른 금융권보다 높은 실정이다. 조합 단위에서 이뤄지는 허술한 대출로 인한 농협의 고질적 병폐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애꿎은 고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협중앙회 산하 1061개 조합들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2조9547억원으로 전년 말(2조3937억원) 대비 23.4%(561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이 내준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출 자산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여신을 금융사들은 통상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합별로 보면 이 같은 부실 대출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곳만 전체의 절반이 훌쩍 넘는 555개에 달했다. 이중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고정이하여신을 끼고 있는 농협 조합도 57개나 됐다.

    부실대출 규모가 가장 큰 농협 조합은 영등포농협으로 고정이하여신이 574억원에 달했다. 이어 서울축산농협의 고정이하여신이 472억원으로 많았다. 또 강서농협(397억원)과 남서울농협(313억원), 중앙농협(308억원)의 부실 대출이 300억원 이상이었다. 이밖에 대구축산농협(277억원)·반월농협(261억원)·서서울농협(237억원)·송파농협(226억원)·파주연천축협(215억원)·통영축산농협(208억원)·서안동농협(206억원) 등이 200억원 대의 고정이하여신을 갖고 있었다.

    단지 액수뿐 아니라 빌려준 돈의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비교해 봐도 이 같은 농협 조합들의 부실 대출 수준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심각한 편이다. 은행은 물론 카드업계와 비교해 봐도 농협 조합의 대출에서 부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해 말 농협 조합들의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였다. 국내 은행들의 해당 비율은 0.97%로 농협 조합들보다 0.24%포인트 낮았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의 대출이 많은 카드사들의 전체 여신 중 고정이하여신 비중도 1.06%로 농협 조합들보다는 0.15%포인트 낮았다.

    대출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가장 높은 농협 조합은 악양농협으로 16.67%에 달했다. 해당 조합에서 빌려준 돈 가운데 6분의 1 이상이 부실 채권으로 분류됐다는 얘기다. 이밖에 통영축산농협(10.39%)·영남화훼농협(10.24%)·탄천농협(8.35%)·면천농협(7.84%)·충북낙농농협(7.06%)·서안동농협(7.04%)·직지농협(6.47%)·이동농협(6.35%)·동횡성농협(6.20%) 등이 고정이하여신 비율 상위 10개 농협 조합에 이름을 올렸다.

    농협 조합들의 부적절한 대출을 둘러싼 소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 사회와 강하게 유착해 있는 농협 조합의 특성 상 잊을 만하면 곳곳에서 특혜 대출 시비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새로운 지역 조합장을 선출할 때마다 아무리 투명성을 강조해도 돈 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습은 이 같은 농협의 난맥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문제는 무리한 대출로 인한 피해가 선량한 일반 고객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종잣돈을 모아 사업을 꾸려가는 농협 조합들의 구조 상 부실 대출로 인한 손실은 모두가 나눠 질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가 조합들의 여신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 조합들은 각 조합장의 권한이 절대적인 만큼, 은행과 같은 일반 금융기관에 비해 주먹구구식 대출이 발생한 개연성이 크다"며 "농협 조합들의 여신이 2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농협중앙회가 그에 걸 맞는 모니터링 수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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