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의 배신…다시 불거진 케모포비아에 긴장하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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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6일 10:04:03
    ‘친환경’ 제품의 배신…다시 불거진 케모포비아에 긴장하는 유통업계
    사용되는 화학물질 광범위하고 원인 규명 어려워…유통사, 제조사 시험성적서 의존
    제도적 보완 시급…“화장품처럼 전 성분 공개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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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4-22 15:58
    최승근 기자(csk3480@dailian.co.kr)
    ▲ 지난 17일 식약처로부터 회수 처분을 받은 에티튜드 젖병세정제ⓒ식약처

    “회수대상 제품은 아니지만 뉴스를 접하고 불안해서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모두 버렸다. 아이를 위해서 일부러 좋은 제품을 골랐는데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 아이가 기침만해도 이 제품 때문은 아닌지 생각이 들 것 같다. 같은 회사 다른 제품에 대한 조사도 빠르게 이뤄졌으면 한다.”(경기도 남양주 39세/여)

    최근 에티튜드 등 일부 수입 유아용 세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케모포비아(chemophobia)'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회수 조치를 내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물티슈, 생리대, 라돈 침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에서 위해 성분이 검출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일컫는 '케모포비아' 논란은 일상이 됐다.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캐나다 친환경 브랜드 에티튜드 젖병 세정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검출됐다며 회수 조치를 내렸다.

    CMIT, MIT는 지난해 4월1일부터 세척제, 헹굼보조제, 물티슈 등 19개 위생용품에 사용이 금지됐다. 미국, 유럽에서는 샴푸, 세제 등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앞서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여파로 사용가능원료목록에서 삭제됐다.

    식약처에서는 CMIT, MIT 성분이 희석해 사용하거나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에 쓸 때에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사용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아용 전용 제품인 데다 젖병 세정제 말고도 다양한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많아 다른 제품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울러 이를 제 때 적발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보건당국과 이를 유통한 유통업계에 대한 불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앞서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 박자 늦은 대처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중 생리대 유해성 실험 관련 KBS뉴스 화면. ⓒKBS뉴스

    유통업계도 난감한 입장이다.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문제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제조사가 보내오는 시험성적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계속된 화학성분 논란으로 전문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자체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의 경우 취급하는 상품 수가 몇 만 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다 보니 유통사가 일일이 안전성을 검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통사에 대한 책임 논란도 함께 불거지는 만큼 부담이 크다.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도 제조사와 유통사 간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조사가 공급한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가 진다는 내용의 PL 계약(제조물책임 계약)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통업계는 이 사건이 향후 비슷한 사례 발생 시 제조사와 유통사의 책임 소재를 가르는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장품처럼 주방세재와 같은 생활용품에도 전 성분 공개를 의무화 하자는 것이다. 현재 생활용품은 전 성분 공개가 의무가 아니다.

    이와 관련 맘카페 등 일각에서는 이번 젖병 세정제 사건도 유통업체가 문제가 되는 위해성분을 고의로 공개하지 않아 발생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데일리안 = 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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