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광장과 난장의 전쟁…그 피해자는 국민


입력 2019.04.29 05:00 수정 2019.04.29 06:02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좌파집회 '개념연예인'…한국당 집회 '적폐연예인'

한국당, '국회의원 전원사퇴' 배수진 칠 가능성도…내년 총선까지 재·보궐선거 불가능

<김우석의 이인삼각> 좌파집회 ‘개념연예인’…한국당 집회 ‘적폐연예인’
한국당, ‘국회의원 전원사퇴’ 배수진 칠 가능성도…내년 총선까지 재·보궐선거 불가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괗화문 광장에서 열린  2차 '독재타도 헌법수호 문재인 STOP, 규탄대회' 에서 규탄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괗화문 광장에서 열린 2차 '독재타도 헌법수호 문재인 STOP, 규탄대회' 에서 규탄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광장의 전쟁’과 ‘난장의 전쟁’이 함께 시작됐다. 야당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피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여당에 헌납하게 된다. 정당의 존립이유가 없어진다. 한국당 입장에서 광장은 ‘공세의 장’이고, 난장이 된 국회는 ‘수비의 장’이다. 국회에서 버텨내고 광장에서 진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공세의 장부터 가보자. 주말 광화문 광장에 나가 봤다. 한국당 장외집회다. 필자는 ‘촛불집회’, ‘태극기 집회’를 모두 가 봤다. 한국당의 집회에 대해 큰 기대를 갖기 않았다. 촛불집회의 물량과 기획력, 태극기 집회의 지구력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첫 야외집회 때도 ‘첫 장외집회 치고는 성공적이었다’는 정도의 평가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촛불집회처럼 유명 연예인이 나오지는 않았다. 한선교 사무총장이 모두에 나와 자신은 ‘꿩 대신 닭’이라며, ‘방송에서 은퇴한지 17년 만에 마이크를 잡는다’고 했다. 이유는 연예인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란다. 얼마 전 어떤 연예인이 한국당 집회에 나왔다가 오랫동안 방송출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좌파집회에 나오면 ‘개념연예인’이란 훈장을 받지만, 한국당 집회에 나가면 ‘적폐’가 된다. 한국당은 그 한계를 기획으로 극복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아나운서 출신 한선교 사무총장과 배현진 송파 당협위원장을 내세웠다. 이어 각계를 대표하는 시민을 연사로 세웠다. 유튜버, 중소상인, 원자력학과 대학원생, 대학생 대표 등이 나왔다. 자기 현실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얘기하니 공감이 가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주변에서 “젊은이들이 나오니 활기가 넘친다”는 평이 많았다. 과거 한국당에서는 그런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되기는 매우 힘들었다.

시설도 한계가 있었다. 촛불집회 때는 민노총의 탄탄한 자금력이 빛을 발했다. (그래서 그들이 현 정부에 그렇게 당당할 것이다) 엄청난 음향장비와 무대를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당 집회는 너무도 초라했다. 지난 주 집회 때는 음향이 너무 좋지 않아 뒤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며 돌아갔다고 한다. 이번에는 음향에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았다. 무대도 그랬다. 꽤 긴 무대를 만들어 연사가 군중들의 중간으로 걸어가며 역동적인 연설을 보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샘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들의 눈빛이다. 지난 주말집회때는 좀 어색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도 확신에 찬 눈빛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확신에 차 있었고 열의가 넘쳤다. 국회에서 3일 동안의 사투를 벌이고 광장으로 나온 국회의원들은 전쟁에 임하는 전사의 눈빛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현장감이 넘쳤다. 단련된 전사의 포효였다. 방송뉴스를 통해 보였던 선봉대장의 풍모가 광장에서도 이어졌다. ‘100년 전쟁 때 프랑스의 잔 다르크가 저런 모습이었겠지’ 하는 생각을 들 정도였다. 머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체화된 논리가 조리있게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이어 황교안 대표의 연설이 이어졌다. 장인상 발인식을 마치자마자 광장으로 달려왔다. 국사교과서에서 배웠던 근대사 한대목이 떠올랐다. 과거 구한말 일제에 대항해 일어난 의병대장이 한양으로 진공하다가, 상을 당해 고향에 돌아가는 바람에 서울진공에 실패했다. 그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당당하게 현 정부가 왜 ‘독재’정부인지 설명했다. 헌법적 가치인 ‘자유’와 ‘시장’을 부인하고 말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좌파 폭정을 막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이 김일성 치하 때 겪은 어려움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자유우파가 나라를 구하자며 청와대까지 진군을 독려했다.

한국당 집회에 대해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자유한국당은 이제 길거리로 나가서 막말과 망언을 쏟아내고 색깔론과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난장’은 좌파들이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낸 개념이다. ‘난장 민주주의’라고까지 했다. 자신들이 하는 ‘난장’은 좋은 것이고, 상대의 ‘난장’은 나쁜 것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일관성은 있다. 게다가 ‘난장’을 한국당이 만들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범여권에서 조장했다. 저자거리 싸움에도 먼저 도발한 쪽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많은 국민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법안을 여당이 위성정당들을 동원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민생은 없었고 합의도 실종됐다. 7년 동안 사라졌던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여당이 무리하게 먼저 도발치 않았다면 야당의 반발도 없었을 것이다. 누가 난장을 만든 것인가?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가 주 목적이었다. 선거법은 ‘안하면 좋고 해도 나쁘진 않다’는 수준이다.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과반은 불가능하니 위성정당들과 함께 과반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이 선거제가 도입되면 한국당이 개헌저지선(100석)을 지키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민주당이 ‘목숨걸고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사개특위가 열렸으나 표결을 이르지 못한 것은 바른미래당이 ‘정개특위를 먼저 열어 선거법부터 통과시키라’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기소권을 갖은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과 경찰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비위는 감추고자 하는 것 같다. 검찰은 언제나 힘이 떨어진 정권을 공격했다. 그런 일을 이번 정부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꼼수’를 고안한 것이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기존의 정부기관 개방형보직 임용에서 봤듯이 대부분 민변출신인사로 채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목표를 위해 중소정당들에게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당근을 던져 준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나올 곳이 마땅치 않던 야당들은 이를 덥석 물었다. 족보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도 아니었다. 누더기 연동형비례대표제다. 수학공식을 동원해야 이해할 수 있으니 정치개혁특위위원장도 설명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당리당략을 위한, 비례대표제의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다.

이번 주에도 여야의 국회공방은 치열할 것이다. 양쪽 다 물러설 수 없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전원사퇴’의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내년 총선까지 재·보궐선거는 불가능하다. 지역을 빼앗길 염려도 없다. 범여권도 총력을 다 하겠지만, 투쟁대오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균열이 시작됐다. 각 당이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고 바른미래당의 내부사정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전광석화같이 밀어 붙이지 못했으니 더 많은 조율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회 내 ‘패스트트랙 강행 시도’는 다가올 거대한 전쟁의 서막일 뿐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갈등을 고조되고 사생결단의 싸움이 계속될 것이다. 한국당 입장에선 진정한 야당으로 거듭날 성장통이다. 야당이 되지 않고 여당이 될 수는 없다.

이 와중에 민생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은 경제, 안보의 불안 뿐 아니라 내정의 불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갈등을 풀 수 있는 열쇄를 갖은 여당의 몫이다. 양측 모두의 책임이라는 양비론으로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 책임을 물어야 국민이 산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