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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오간데 없는 '협치'…여야 대립 첨예화


입력 2019.05.02 06:00 수정 2019.05.02 07:09        정도원 기자

"그때 그때 다수파 만들어 현안 관철에만 골몰...

진정성·양보는 간데없고 정치공학만 남았다"

취임 첫날 야당 국회 회의실 순회하며 "협치"
불과 2년 전인데 생경…정국 경색 심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국회본청 국민의당 당대표실을 찾아 박지원 대표를 예방,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국회본청 국민의당 당대표실을 찾아 박지원 대표를 예방,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를 찾아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의 회의실을 두루 순회하며 여야 협치를 약속했다.

현재 '빠루'까지 등장한 여야 상황을 보면 불과 2년 전의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경한 모습이다. 협치는 사라지고 첨예해진 여야 간의 대립을 보며 국민들 사이의 불안감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던 협치 실종의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청와대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남긴 폐허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가 권력분산이라는 시대적 요청으로부터 역주행한 개헌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라며 "세계적 대세로 보더라도 민주주의가 발전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장관도 '시사인' 2016년 12월호에 기고한 칼럼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현행 대통령제가 얼마나 문제가 많고 위험한 제도인지 여실히 드러냈다"며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은 의원내각제로의 개헌 뿐"이라며 "4년 중임의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라는 정치체제를 선택할 바에야 지금 이대로가 오히려 낫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된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거의 분산하지 않고, 되레 임기만 최장 8년까지 늘려놓는 4년 중임 대통령제였다.

권력분산을 요구하는 야당의 반발에 밀려 개헌안이 투표조차 못해보고 폐기되자, 청와대는 "야당 의원들이 개헌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며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셔터'를 내렸다.

"그때 그때 다수파 만들어 현안 관철에만 골몰...
진정성·양보는 간데없고 정치공학만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국회본청 바른정당 당대표실을 찾아 주호영 원내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국회본청 바른정당 당대표실을 찾아 주호영 원내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후 문 대통령은 공개발언을 통해 국회와 야당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고 압박하기도 했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도 지난해 11월 이후로 멈춰 있다.

청와대가 이런 태도를 보이다보니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는 것도 요원해졌다.

협치는 집권세력의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모든 권력은 집권 세력에 집중돼 있고, 야당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기 때문에 양보할 게 없다.

여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조차도 "여당과 정부가 국정운영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양보할 것은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가 양보할 뜻이 없이 인사부터 예산, 법안까지 모든 것을 '관철'만 주문하다보니 '협치'가 발휘될 공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예산정국에서는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자유한국당과만 따로 합의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비교섭단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조차 막판에 협의에서 배제됐다. 당시 바른미래·민주평화당 등은 '협치 종료' 선언까지 하며, 기득권 야합이 이뤄졌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야권의 핵심 관계자는 "협치는 간 곳이 없이 원내에서 그때 그때 다수파를 만들어 현안을 넘기는데만 골몰하는 정치공학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표 시절 사학법 등 '4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하면서 국회가 마비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우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우리 당의 이재오 원내대표를 만나 '야당에 양보하겠다'고 했다"며 "문 대통령이 '협치는 권력 가진 자의 양보가 전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남은 3년도 협치의 복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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