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라미란 "젠더 논란? 보고 나서 판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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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인터뷰] 라미란 "젠더 논란? 보고 나서 판단하길"
    '걸캅스'서 형사 미영 역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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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5-08 09:08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걸캅스'에서 라미란은 90년대 여자형사 기동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전설의 형사 박미영 역을 연기했다.ⓒCJ엔터테인먼트

    '걸캅스'서 형사 미영 역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라미란(44)은 최근 숨 가쁘게 달려왔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다. 여배우 중엔 가장 많은 작품을 하는 배우로 꼽힌다.

    자주 나오지만 질리지 않다. 라미란만의 편안하고, 소탈한 이미지는 강점이다. 이번엔 걸크러시 여형사다.

    '걸캅스'(감독 정다원)는 전설적인 에이스 형사였지만 결혼 뒤 민원실 내근직으로 일하게 된 미영(라미란)과 사고 치고 민원실로 발령 난 초짜 형사 지혜(이성경)가 만나 우연히 범죄 사건을 쫓게 되는 코믹액션수사극이다.

    라미란은 90년대 여자형사 기동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전설의 형사 박미영 역을 연기했다. 미영은 결혼과 동시에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민원실 주무관이 된 인물. 어느 날 우연히 목격한 사고가 그의 수사본능을 깨우게 된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그간 주연 섭외를 받아왔는데 '깜이 안 된다'는 생각에 거절했다"며 "첫 주연작으로 이런 소재를 선택할지 나도 몰랐다"고 밝혔다.

    첫 상업 영화이자, 첫 액션 작품이라 부담이 클 법하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자신감도 없었다. 그래도 라미란은 해냈다. "결국 인생은 다 도전이니까요. 일단 해봐야죠. 재밌었어요.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실제 라미란은 다르다. 실제 라미란은 수답스럽지도, 활발하지도 않다. 흥이 많지도 않단다. 이번에 정반대 인물을 하면서 '이런 모습도 있구나', '마흔 다섯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미영은 레슬링 선수 출신 형사다. 기본 동작을 연습하고, 액션 연기도 다양하게 시도했다. 더운 여름,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뛰어다녔다. "쉴 때는 누워만 있고 쉬는데, 이번에 액션에 도전하면서 저도 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 배우 라미란은 영화 '걸캅스'를 통해 스크린 첫 주연에 나섰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선 라미란, 이성경, 최수영 세 명이 주고받고 하는 장면이 빛난다. 라미란은 "사무실 신에선 수영 씨 공이 컸다"며 "성경 씨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근하게 느껴졌다. 많은 배우가 날 좋아해 준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게 장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정우, 안재홍, 성동일 등이 카메오로 등장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응팔'에서 호흡한 안재홍은 만나자 마자 '엄마' 라미란의 멱살을 잡아 웃음을 준다.

    '걸캅스'는 시작도 전에 '젠더논란', '남성 역차별' 등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에는 대본 유출, 감독 예상 답변 등의 제목으로 몇몇 누리꾼들이 '걸캅스'를 희화화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 논란에도 배우는 의연했다.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보고 나서 다양한 반응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플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남자 캐릭터를 '지질'하게 그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라미란은 "주인공을 남자로 바꾼다면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이런 장르가 나왔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며 "다루는 장르가 다양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는 각종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소재로 했다. 특히 최근 일어난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 및 유포 사건, 클럽에서 벌어진 마약·성범죄 사건이 나오면서 공감을 자아낸다.

    라미란은 "많은 분이 소재에 공감해 주셨다"며 "일단 화제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지혜와 미영이 외면하기 쉬운 사건인데 무작정 뛰어드는 모습"이라며 "그 장면만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진다"고 말했다.

    후반부 미영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기 탓을 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사건에 뛰어들었다고 외친다. 배우 역시 답답한 현실에 화가 났다.

    남편 역의 윤상현과 호흡을 묻자 "'동상이몽'을 보기 전까지는 왜 그렇게 집에 빨리 들어가는지 몰랐다"며 "'동상이몽'을 보고 이해했다"고 웃었다.

    ▲ 배우 라미란은 영화 '걸캅스'를 통해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CJ엔터테인먼트

    후속편에 대해선 "저만 생각하고 있다"고 웃었다.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을 다루고 싶어요.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이랄까요? 옆집 언니가 같이 가서 따져주듯 시원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액션도 더 잘하고 싶고요. 어떤 자리든 깔아 봐야죠(웃음)."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라미란은 '막돼먹은 영애씨', '히말라야'(2015), '덕혜옹주'(2016), '응답하라 1988(2016), '부암동 복수자들'(2017), '내안의 그놈'(2019)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작품 외에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2016), tvN '주말 사용 설명서'(2018) 등 예능에서도 활약했다. 특히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12부터 최근 종영한 시즌 17까지 출연했다.

    '친절한 금자씨'로 인해 영화에 발을 들였고, '댄싱퀸'(2012)은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됐다.

    '소원'(2013)을 통해서는 상을 탔다. '응팔'과 '영애씨' 시리즈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편한 언니, 누나 같은 이미지의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 우뚝 섰다. "제 장점이요? 가식 없고 착한 점? 하하. 저는 모든 캐릭터와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설득하려고 노력하죠. 공감이 안 되는 캐릭터를 공감이 가게끔 하는 게 저의 몫이거든요. '이런 사람이 어딨어?'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작 배우인 그에겐 가족이 큰 힘이다. 라미란은 "가족이나 시댁 식구들이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아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다"며 "친정과 시댁 식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운이 좋았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는 있었지만, 일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아이는 엄마 일에 관심 없어요. 이미 출가한 아이라 스스로 잘 큽니다(웃음)."

    지치지 않냐고 묻자 "아직 지칠 때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 김혜자 선생님이 출연하신 '눈이 부시게'를 봤는데 훌륭한 작품의 힘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 새로운 롤 모델이죠."[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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