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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훈련 이해한다던 김정은의 '큰 그림'


입력 2019.05.12 04:00 수정 2019.05.12 11:13        이배운 기자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해도 "우리 겨냥한 침략적 행위" 맹비난

미사일 발사 명분 확보한 北…연합훈련 되돌리기 곤란한 南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해도 "우리 겨냥한 침략적 행위" 맹비난
미사일 발사 명분 확보한 北…연합훈련 되돌리기 곤란한 南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3월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미는 북측의 대화 의지에 화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의 강도를 대폭 축소 시켰고,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중단했다. 또 '비질런트에이스' 등 총 3개 연합훈련을 유예했고, 올해 들어서는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을 축소 개최했다.

그러나 이들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우리 군의 소규모 군사훈련 및 통상적인 무기 수입까지 자신들을 겨냥한 적대행위라고 줄기차게 트집 잡아왔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합동군사연습 등 우리를 겨냥한 적대행위들은 그 명칭과 규모가 어떻든 평화를 파괴하는 근원이다"며 "간판이나 바꾸어달고 규모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를 부려도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은 절대로 가릴 수 없다"고 강변했다.

'방어적 성격의 훈련을 이해한다'며 양보를 베푸는 듯했던 북측의 입장은 이제 자신들의 도발행위를 정당화 하는 공세적인 논리로 돌변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4일 발사체 발사에 대해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군사 훈련의 일환이다"며 "어느 나라나 방위를 위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은 지난 3·4월에 미국과 합동군사연습인 '동맹19-1'과 련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며 "우리의 정상적이며 자체방어적인 군사훈련에 대해서만 도발이라고 걸고 드는 것에 대단히 불쾌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9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9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고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같은 '내로남불'식 대립 구도에서 북한은 전략적 손해가 없던 반면,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시키는 안보·전략적 후퇴를 겪었고 이를 되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자위적 조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핵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핵탄두 투발수단인 탄도미사일 성능을 시험하고 대내외에 과시할수록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우리는 '대북 억제력'의 핵심인 한미연합훈련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다. 만약 한미가 재작년 수준의 연합훈련을 재개하려고 하면 우선 국내에서는 방위비 인상 및 평화분위기 저해를 반대하는 여론과 이에 맞서는 여론이 충돌하면서 극심한 '남남갈등'을 빚게 될 것이 유력하다.

아울러 북한은 '한미가 침략훈련을 재개한다'고 트집 잡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내 미군 전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는 것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의용이 김정은의 말을 잘못 전달하면서 대북정책이 줄곧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고 지금의 안보 혼란을 초래했다"며 "무수한 비용 소진, 극대화된 남남갈등, 무장해제에 가까운 안보약화, 균열직전의 한미동맹 피해가 발생한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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