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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단톡방의 충격, 이러고도 비판기사 썼나


입력 2019.05.13 08:20 수정 2019.05.13 08:2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기자 신뢰 떨어져…제대로 돌아봐야 국민신뢰 회복

<하재근의 이슈분석> 기자 신뢰 떨어져…제대로 돌아봐야 국민신뢰 회복

ⓒ청와대 ⓒ청와대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서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저하된 상태다.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드라마 대사로도 여러 차례 나올 만큼 널리 회자되고 있다. 성실한 기자가 많은데도 이렇게 기자들을 싸잡아 조롱하는 세태가 더욱 언론불신을 조장하고 성실한 기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 불신을 더욱 부추길 충격적인 사건이 알려졌다. 디지털성범죄 근절 운동단체 ‘디지털 성범죄 아웃(DSO)’이 기자들의 단체 대화방 내용을 입수해 지난 달에 폭로하고 지난 10일에 고발했었는데,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내사를 거쳐 12일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시민단체가 입수한 단체 대화방 파일이 조작된 것이 아님을 경찰이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준형 대화방 내용이 공개됐을 때 승리 측에선 메시지 내용이 조작된 것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파일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져 유력한 수사자료 및 증거로 활용됐다. 이번 기자 단톡방 메시지 파일도 조작되지 않았다면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수사해야 한다.

DSO에 따르면 이 대화방은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 참여자를 모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인증을 거친 언론인들이 취재정보 공유를 위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다. 여기서 ‘잡담방’과 ‘야동방’ 등이 파생됐다는 것이다. 특히 ‘야동방’은 ‘문학방’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약 2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들은 1차로 블라인드 가입 당시 직장 메일계정을 인증했고,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할 때 방장이 매체와 부서명 등을 확인한 뒤 가입시켰다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진짜 언론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대화방에선 참여자들이 각종 불법 영상에 대해 정보를 공유했다. 버닝썬 영상을 공유하고, 한 대학에서 성관계 영상이 유출됐다고 하자 “궁금합니다”, “요런 건 꼭 봐야합니다”,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비공개촬영회 사진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들을 거론하며 “유출본이 궁금”, “저도”, “굽신굽신”, 이런 대화를 나눴다.

시민단체는 이 모든 대화들을 문제 삼고 있는데, 버닝썬 영상의 경우엔 취재를 위해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다. 물뽕 강간 영상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어쨌든 영상을 봐야 어느 정도 사태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 성관계 영상이나, 비공개촬영회 유출 사진은 일일이 볼 필요가 없다. 기사로 그 내용을 알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자, PD 등 언론인들이 취재정보 공유를 빙자해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켰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매체에 따르면 피해자에 대한 외모 품평이나 희롱성 모욕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모 기업 성추행 피해자 사진을 돌려보며 “한번 유혹해볼 만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른 성폭력 피해자에겐 “업소 에이스처럼 생겼다”, “남자 3명이 발정날 만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대화방에서 공유된 포르노·불법촬영물 사이트 링크만 140여 개라는 보도도 나온다. 로이킴이 최근 음란물 유포 혐의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 로이킴이 유포했다는 음란물은 대화방에 올린 사진 한 장이다. 불법촬영물도 아니라고 한다. 여기에 비하면 언론인 대화방의 내용이 훨씬 심각하다.

“낮 4시에 (성매매 업소에) 다녀왔다. 20살이었다”며 대화방에서 성매매 후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업소 추천도 있었다. 방장이 북창동 업소를 묻자 강남의 업소를 구체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강남 풀클럽, 2차 포함, 언니 100명 대기중”이라는 문자와 함께 업소 측 전화번호를 올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탈 행위에 대해 준엄한 비판 보도를 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은 이중생활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불법촬영물 유포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심각한 문제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죄의식도 없어 보인다. 비록 일부 언론인들이긴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기니까 기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과거엔 연예인 허위 찌라시를 퍼뜨렸다가 처벌 받은 기자도 있었다. 남의 윤리의식 부재를 탓하기 전에 본인들부터 제대로 돌아봐야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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