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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흥행 먹구름


입력 2019.05.14 06:00 수정 2019.05.14 11:07        이홍석 기자

SK·한화·롯데·CJ·신세계 등 유력후보군 일제히 부정적 입장

인수자금에 특혜논란 부담...눈치싸움에서 행동 전환 시점은

SK·한화·롯데·CJ·신세계 등 유력후보군 일제히 부정적 입장
인수자금에 특혜논란 부담...눈치싸움에서 행동 전환 시점은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후보군으로 꼽혔던 기업들의 잇따른 인수 부인으로 미궁에 빠지는 형국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후보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하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로 인해 인수자금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지만 대표적인 허가산업인 항공사업 인수에 따른 특혜 논란 부담도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SK·한화·롯데·CJ·신세계 등 대기업 그룹사들은 일제히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모호한데다 막대한 부채 규모로 인한 부실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개최된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공장 준공식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100% 없다”고 답했다.

롯데 앞서 한화도 "인수 계획 없어"...SK·CJ·신세계도

이에 앞서 한화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가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항공기 엔진과 기계시스템 등 항공 제조업과 본질이 상이하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인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의 항공 엔진 제조 계열사로 한화가 인수를 추진한다면 주도할 기업으로 예상돼왔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도 같은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이와 동일한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오는 15일 그룹 지주회사격인 (주)한화 실적 발표때도 이와 다른 입장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CJ·신세계 등 당초 유력 후보군으로 꼽혔던 다른 기업들도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앞다퉈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 등을 통합 매각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어 자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소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여기에 현재 600%가 넘는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2조원 중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6조원이 넘는 총 부채 규모도 크지만 3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1조2000억원 이상이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라는 점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탄 충분한 대기업, 인수자금보다 더 큰 특혜 논란 부담

하지만 속내는 이러한 표면적 이유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부채규모가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기업 그룹사인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등 중견 그룹사와 달리 재계 순위가 높은 이들에게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SK는 SK하이닉스가 공정거래법상 직접 나서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하고 한화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실탄을 아껴 놓았다. 또 롯데와 CJ는 각각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와 CJ헬로비전 매각으로 자금여력이 확보된 상태다.

이들이 실제로 걱정하는 부분은 대표적인 정부의 허가 산업인 항공사업을 인수하면서 발생할 특혜 논란이다. 정부의 허가산업이다 보니 신규 항공운송사업자나 운수권 배분을 놓고도 항공업계에서는 매번 특혜 논란이 일 정도다.

올 들어 단행된 신규 LCC 선정이나 몽골과 중국 추가운수권 배분을 놓고서도 특정항공사에 대한 특혜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톱 2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이러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아시아나항공 탄생의 배경에도 이러한 특혜 논란이 자리했다는 점이다. 금호그룹은 지난 1988년 2월 정부가 대한항공과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추진한 제 2 민항사로 선정됐다.

당시 결정이 5공화국에서 6공화국으로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재계 20위권이었던 금호그룹의 상대적으로 낮은 재계 순위로 인해 특혜 시비가 일었다.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외벽에 SK그룹 본사 건물이 반사돼 보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외벽에 SK그룹 본사 건물이 반사돼 보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관건은 자금 및 특혜 논란 등 걸림돌 해소돼야”

재계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없다면 기업들이 항공사업 인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항공기와 전문인력뿐만 아니라 허가를 받아야 하는 노선마저도 모두 확보돼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부채가 많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또 대표적인 기업소비자간(B2C) 서비스 사업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인수전이 초기로 각 기업들이 주가 상승으로 인한 몸값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눈치싸움을 하고 있지만 향후 2~3개월간 진행될 실사작업 이후 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 대형 기업 인수전에서 인수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다 막판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점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혜 인식이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도 지금 당장 의사를 밝힐 이유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눈치 작전에서 실제 행동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과 특혜논란 등 부담 요인이 사라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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