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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조합 금융지원 10조 육박…성과 미흡에 주름살


입력 2019.05.16 06:00 수정 2019.05.16 10:31        부광우 기자

정책 자금 차입금 9조6759억…1년 새 4251억↑

지원 확대에도 농가소득 증대 효과 기대 못미쳐

정책 자금 차입금 9조6759억…1년 새 4251억↑
지원 확대에도 농가소득 증대 효과 기대 못미쳐


농협조합 총 보유 정책 자금 차입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조합 총 보유 정책 자금 차입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중앙회 소속 지역 조합들에 대한 정책적 금융 지원 규모가 1년 새 4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농협 조합 9곳 중 1곳은 굴리고 있는 돈의 10분의 1을 이 같은 정책 자금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지원의 근거인 농업인들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농협이 내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한 농가소득 5000만원 청사진은 점점 요원한 목표가 돼 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61개 농협 조합들의 정책 자금 차입금은 총 9조6759억원으로 전년 말(9조2508억원) 대비 4.6%(425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농협 조합들의 사업 지원을 위해 제공되는 공적인 자금이다. 농협중앙회의 핵심 금융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이 우선 돈을 빌려준 뒤, 역마진 등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이를 메꿔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협 조합 입장에서는 차입금이라는 형식에 따라 해당 금액이 부채로 잡히기는 하지만, 그 목적 상 큰 이자 부담 없이 끌어다 쓸 수 있는 돈이다.

농협 조합별로 보면 정책 자금 차입금이 100억원을 넘는 곳이 314개에 달했다. 이는 전체 농협 조합의 29.6%에 이르는 숫자다. 즉, 농협 조합들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는 수백억원 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 자금 차입금이 가장 많았던 조합은 고창부안축협으로 그 액수가 947억원이나 됐다. 이어 도드람양돈농협(883억원)·포천축협(732억원)·제주양돈농협(727억원)·나주축산농협(719억원)·순정축협(709억원)·부경양돈농협(668억원)·대구경북양돈농협(573억원)·영주축산농협(552억원)·영천축산농협(532억원) 등이 정책 자금 차입금 규모 상위 10개 농협 조합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 농협 조합들이 운용하고 있는 돈에서 정책 자금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지난해 말 농협 조합들의 전체 조달 자금(360조3244억원)에서 정책 자금 차입금의 비율은 2.6% 수준이다. 대신 각 조합들이 지역민들로부터 유치한 예금이 83.7%(301조4185억원)으로 자금 조달의 최대 통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 자금 지원 없이 운영되기 힘든 농협 조합들이 상당수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자금 조달의 10% 이상을 정책 자금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농협 조합은 전체의 11.3%(120개)에 달했다. 이중 고창부안축협(29.3%)·장성축산농협(28.6%)·순정축협(28.5%)·충기인삼농협(27.4%)·강원인삼농협(26.3%)·나주축산농협(26.2%)·강진완도축산농협(21.2%)·함평축산농협(20.3%)·부귀농협(20.0%) 등은 조달 자금의 20% 이상이 정책 자금 차입금일 정도였다.

문제는 이처럼 농협 조합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농업인들의 경제적 여건은 목표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2012년부터 2017년 초까지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하면서 내세웠던 2020년 연간 농가 소득 5000만원 돌파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가의 연 평균 소득은 4207만원에 머물렀다. 이전 3년 동안 ▲2015년 3722만원 ▲2016년 3720만원 ▲2017년 3824만원 등을 기록하며 3000만원 대 후반에 그쳐오던 것보다는 높아진 금액이지만, 농협이 내년까지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했던 5000만원과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올해 1년 동안에만 농가 소득을 18.8%나 끌어 올려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존재 의의 상 모든 사업은 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지역 조합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이런 목적을 이뤄 나가는데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가 중앙 컨트롤타워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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